‘답답한’ 현실, 노동조합이 구원등판
‘답답한’ 현실, 노동조합이 구원등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4.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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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지분매각 초읽기…안팎으로 술렁
“모두가 함께 나아갈 방향 모색”…골든타임 안 놓친다
[사람] 박상규 대우건설지부 위원장

ⓒ 대우건설지부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매각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당사자들은 물론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사모펀드의 펀드 만기일이 오는 10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은 6개월 남짓 남은 셈이다.

대형 M&A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술렁이며 노동조합의 행보도 바빠졌다.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는 지난 2월 1일 제4기 노동조합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박상규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M&A에 대해 주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밸류 6호라는 사모펀드를 조성해서 지분을 매입했어요. 만기가 오는 10월입니다. 결론은 지분 매각이 되든지, 아니면 만기가 연장되든지 둘 중 하나에요. 후자의 결론은 매각 절차를 밟았다가 불발이 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건설업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이 수월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우건설은 전체 직원이 4,500여 명 규모인데, 이 인원을 어떻게든 끌고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잘하는 거예요.

업황이 안 좋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택 부문을 정부에서 활성화시켰기 때문에 버텨왔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준공에 들어가면 고꾸라질 우려가 큽니다.

그렇다고 해외 진출이 수월한 것도 아니지요. 2009년을 기점으로 국내 건설업체끼리 저가 수주경쟁을 벌이면서 예상가격 대비 50~60% 수준으로 공사를 수주했어요. 보통 프로젝트가 3~4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그때 출혈 수주한 물량이 준공되면서 미뤄왔던 손실들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유가 하락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그나마 중동 쪽의 수주 물량도 대폭 줄어들지요. 건설업계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통일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해요.

2013년에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고, 2014년에는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올해까지는 주택경기를 타고 버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년과 내후년까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죠.

M&A의 여파가 조합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노조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이나 근로조건 저하가 뒤따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에도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고요. 노동조합은 매각공동대책위를 구성해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같은 지금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현장 조합원들은 휴무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사는 주 5일제 근무라고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못해요. 국내 현장은 4주 6일 휴무, 즉 토요일은 격주로 쉽니다. 해외 현장 근무는 주 1일을 쉬어요.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좀 쉴 건 쉬면서 하자는 정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강해요.

휴일 근무를 하게 되면 대체 휴무를 제도적으로 쌓아두게 됩니다. 이걸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으면 불만이 덜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장의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벌이를 생각해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매출을 올려야 하고, 또 건설부문은 늘 공사기간에 쫓기게 마련이니까요. 준공하고 나서 다른 현장으로 가기 전에 쉴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른 관심거리는 정년연장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현재 정년은 만 55세까지인데, 이게 만 60세로 높아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지요.

5년 전만 하더라도 정년퇴직자를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34명, 올해에도 서른 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년까지 말 그대로 ‘버티는’ 직원들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다른 사무직들도 비슷한 실정이겠지만.

만 55세 정년 시절에는 부장에서 임원 승진을 하는 연령이 50세 안팎이었어요. 상무보로 승진해서 2, 3년 동안 있다가 나가는 게 회사원들로선 가장 베스트 케이스였지요. 60세 정년이 된다면 52세, 53세에 퇴직하는 거는 빠르지 않습니까? 남들보다 빨리 진급해야 좋을 게 없는 거예요.

지금은 적당히 유능한 직원이 되어서 승진도 적당히 하는 게 베스트로 꼽힙니다. 부장 승진 자체를 50세쯤 해도 57세, 58세에 임원 승진을 하는 거죠. 예전에는 무조건 진급이 빠른 사람이 최고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버티다 버티다 진급하는 게 승자가 되는 거라는 의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십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전 집행부가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하지 않아서 불신의 벽이 높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설문조사도 하고 정보도 주고 의견도 구하는 거 같았는데,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는 거지요.

조합원들과 대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빠르게 조합의 소식을 알리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메일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당선 이후 감사 인사와 함께 현안과 앞으로 노조의 계획을 알리는 메일을 전 조합원들에게 보냈고, 3월에만 벌써 세 통을 띄웠습니다. 노사간 협의 내용도 알리고, 조합 행사도 홍보하고. 복리후생이 변경되는 내용도 바로바로 알렸지요.

조합원들 입장에선 안 그래도 궁금했던 내용들이 들어 있어요. 예를 들면 ‘성과급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같은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회신은 몇 통 오지 않고 있지만, 향후에는 좀 더 피드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4월 중 내용을 준비해 조합원 설문조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노조의 정책을 수립하고, 주요 계획을 잡는 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정기적으로 소통의 기회를 정착시키려 합니다. 조합원 간담회라든지, 팀 간담회를 주기적으로 열려고 합니다.

또 노동조합의 파트너인 회사와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사장 간담회가 매달 잡혀 있고, 경영진의 설명회도 예정돼 있는데, 이거를 확대해서 사업본부장들과도 분기별로 간담회를 갖기로 정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장을 들여다보고 경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하기 위함입니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조합 가입대상 범위를 확장해 전문직까지 조합원을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주로 현장에서 채용하는 기술직, 안전직 등의 인원입니다. 약 천여 명에 달하니 이 역시 적은 인원이 아닙니다. 이들을 노동조합이 받아들이고 근로조건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기존 정규직 조합원들의 양보가 꼭 필요합니다. 대의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되고, 전 조합원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려고 합니다.

물론 내가 가진 걸 왜 내려놓아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꾸준히 소통하는 변화된 노동조합의 모습이 결국 이를 설득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단편이나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