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돈이 아니라!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5.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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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4월 태국의 공장에서 난 불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1996년 국제자유노련의 각국 노조 대표자들이 당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뜻에서 처음 촛불을 들었다. 현재까지 세계 110여 개 국가는 다양한 활동으로 이 날을 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 노동자 단체들도 2005년 처음 추모제를 개최한 이후 매년 산재사망자를 추모하고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운동을 해오고 있다.

작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이 날은 조금 더 특별해졌다. 예년보다 다양한 단체에서  각종 공청회, 기자회견, 집회 등을 열어 노동 안전을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참사로 인해 사라진 어린 생명들을 추모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대책을 의논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2015년 4월. 또 다시 많은 공청회와 기자회견, 집회가 줄을 이었다. 여러 현장에 취재를 가보면 모두 작년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2005년 이후 매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각종 단체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형식과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모두 대동소이하다. 세월호 참사부터 지금까지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계속된 사고가 벌어졌다. 대체 무엇이 우리를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끓는 물 속에 다시 손을 집어넣게 만드는 것일까.

연 평균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10만 명 당 18명으로 OECD 1위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몇 배나 되는 우리의 친구, 동료가 목숨을 잃고 있다. 기업은 이윤만을 보고 다른 부정적인 요소들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지난 4월 4일 인천 현대제철 용광로에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도, 안전을 위한 펜스 설치는 비용의 문제 때문에 무시됐었다. 안전이라고는 전혀 담보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과 정부의 눈빛은 차갑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발방지라는 국민적 요구에 국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정부기관을 재편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했지만, 정작 그러한 사고가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10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 20년 전 삼풍 백화점 참사 대책에서 봤던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구멍 난 법으로 사고가 일어난 이후 책임자를 조리돌림 하는 것 이전에 그런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빈도 자체를 줄여야 하다. 요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기업살인법’이 그러한 측면에서 차선책이나마 효과를 나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