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자의 임금동결, 문제는?
고임금자의 임금동결, 문제는?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5.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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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 임금동결로 청년일자리 창출 가능해?
임금동결 노사합의만 바라는 정부

상위 10%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임금자의 임금동결로 재원을 확보해 청년취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임금을 동결하고 청년채용을 늘리면 정부의 혜택과 지원도 이어진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은 노동계에 큰 반발을 불러왔다. 기업이 돈이 없어서 채용을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상위 10%의 임금이 6,301만 원?

지난 ‘노동시장 구조개선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상위 10%의 기준은 연봉 6,139만 원으로 134만 7천여 명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상위 10%의 연봉기준이 연봉 6,139만 원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따른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4분기 기준 도시근로자 4인 가족의 근로소득은 525만1,369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12를 곱하면 6,301만6428원이 된다. 위의 10% 기준을 따른다면 평균 소득을 받는 4인 이상의 도시근로자 가구는 전부 임금동결 대상인 것이다. 정부가 말한 10%는 일부의 고임금 근로자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상위 10%로 책정된 6,139만 원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해온 근로자에게 어떠한 보상도 없이 임금동결은 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6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최소 15년에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속을 유지해야 한다. 20대 중반에 취직을 했다고 가정하면 마흔 다섯 살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급으로 계산하면 차장 이상 급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대기업의 마흔 다섯 살 차장급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임금동결 강제할 방법 없어

어떻게 임금을 동결할 것인가라는 방법적 문제도 쉽지 않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지만 사기업의 임금동결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공공기관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한다 해서 노동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기업의 임금동결가능성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상위 10%의 노동자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일하고 이 회사는 대부분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동결에 합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임금동결이 이뤄지고 신규채용으로 이어질 시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원만하게 노사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금동결이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돈이 없어서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입장이 변하기 전에는 어렵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사회적 고통분담에 기득권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위 10%의 임금을 안정화 시키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고통분담이며 생산성에 걸맞지 않는 고임금을 제한해 일자리 창출여력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신입 직원을 뽑기 위해서는 그들의 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하고 현재는 고임금이 근로자들의 임금 역시 계속 인상돼 왔기 때문에 여력을 만들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말한다. 기업이 돈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이 1조원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인력을 뽑지 않는 것이다. 내수 시장이 죽어가고 있고 해외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 경제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해야 하냐고 주장한다.

일자리 창출 무엇으로 보장하나

임금이 동결된다 하더라도 확보된 재원이 100% 신규일자리 창출에 투자된다고 신뢰하기도 어렵다.

경총의 담당자는 노동조합의 감시활동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신을 이유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신규채용이 될 수 있도록 검증 활동과 모니터링을 함께 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미 예전 사례를 통해 그것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신입사원의 임금을 20% 깎아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고통분담 일자리 나누기’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성과만 보여주었고 계약직과 인턴의 증가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번 고임금자의 임금동결 역시 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업은 어떤 기여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시됐다. 고임금자의 임금부담이 줄어들고 정부의 세제 해택과 기여금도 추가된다. 기업이 하는 것은 채용을 늘리겠다는 약속뿐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마흔 다섯 살이면 아이가 중, 고등학생 정도이다. 교육비는 물론이거니와 대출을 해 집을 마련했다면 대출금도 갚아야 한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소비는 더욱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의 임금을 동결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 취업을 핑계로 고임금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청년취업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년 인턴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청년들을 영세한 중소기업에 취직하도록 유도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들이 중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식을 발언을 했다. 가뜩이나 고령화 되고 있는 사회에서 젊은 인력들을 해외로 내보내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은 이 나라의 청년고용 정책의 방향이 잘못 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낮은 비율의 대기업에 세제혜택과 지원금을 몰아주기 보다는 국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과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청년 취업률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위 10%의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동결로 청년 취업을 늘리겠다는 계획 보다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근로조건과 임금 수준을 개선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