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에게 노동은 사랑이다 결단이다 다짐이다 헌신이다
전태일에게 노동은 사랑이다 결단이다 다짐이다 헌신이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5.07.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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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파베르 VS 호모루덴스 4편] (3) 노동, 쿡! 쿡! 다지기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전태일이 절실하고 그리운 시대

전태일이 분신하기 전, 전태일은 세상을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세대”로 보았다.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먹는 문제는 나아졌을지라도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모든 것이 시장 제일주의와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하면서,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 그리고 인간적 희망이 없는 참혹한 비정규직, 사회안전망이 없는 양극화 현상 등이 44년 전 전태일이 봤던 세상,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개성이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가 잘린 무시무시한 우리사회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로 인하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 1위, 빈곤상승률 1위의 나라이다. 다시금 전태일의 정신이 절실하고 그리운 시대다.

전태일은 사랑이다

전태일정신의 요체는 ‘사랑’이다. 전태일의 모든 지혜와 투쟁과 결단과 헌신은 그의 남다른 사랑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전태일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가지’를 잘림이 없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꿈과 이상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 것이나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었던’ 것도 모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 때문이었고, ‘내가 돌보지 아니하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를 위해 생명까지 바쳤던 것도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종교에서는 대개 사랑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대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랑을 철학적으로 규명해보면 나와 남 곧 주체와 대상이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의 자타불이(自他不二)와 기독교에서의 삼위일체(三位一體),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완전한 사랑이다.

전태일 정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결단’이다.

전태일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일을 하고야 말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반드시 실천했는데, 이 결단과 실천 곧 실천사상은 전태일 사상의 중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전태일과 전태일 사상의 진실성과 절실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른 생각을 하고 옳은 일을 말한다 해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이것이 인간이 안고 있는 최대의 약점일 것이다. 전태일은 이 점에서 너무도 달랐다.

전태일은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라고 밝히고,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는 그대로 실천했다.

특히 전태일의 결단은 생명을 건 결단이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라고 결단했는데, 이것은 바로 ‘생명을 건 결단’이었다.

전태일 정신은 ‘다짐’이다. 전태일은 자신이 다짐하거나 약속한 것을 그 다짐, 그 약속 그대로 실천했는데, 이 실천이야말로 전태일 정신의 중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생각으로나 말로는 어떤 것도 다짐할 수 있고 또 약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전태일은 도저히 실천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다짐하거나 약속했으면 그것을 반드시 실천했던 것이다. 굳이 이때의 일만은 아니지만 한 예를 든다면 전태일은 1969년 일기에서 ‘올해와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결단코 투쟁하련다’라고 다짐했는데, 다음해 그 다짐 그대로 실천했던 것이다.

전태일정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이다.

전태일의 사랑, 전태일의 결단, 전태일의 실천 모두 참으로 특출한 것이지만 전태일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전태일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전태일은 ‘불쌍한 내 형제’,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곧 이 땅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라는 다짐을 말 그대로 실천했던 것이다. 전태일을 전태일답게 만든 것은 그 무엇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그리고 이 땅 민중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성일 것이다.

ⓒ 전태일 재단
1970년, 그리고 2015년 전태일

전태일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긴다. 전태일정신은 전태일이 분신하기 전 인간다운 세상을 바라면서 살아왔던 삶이고, 사상은 그 삶을 움직이게 하는 이론적 토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태일 사건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의 민중들의 생활이 대단히 어려울 때였다. 그로부터 45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전태일 평전도 고전으로 읽혀지고 전태일도 역사의 위인으로만 읽혀지고 기억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노동운동도 조금은 활성화되고 주 5일제 근무에 생활 수준도 향상 되어서 이제는 전태일 정신이나 사상도 현재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고 본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는 하나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꼴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태일이 말한 ‘금전대의 부피만을 생각하고’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란 인간의 가치를 상실한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고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사고가 많고, 특히 인재라 불리는 사고가 많다.

2014년 4월 16일, 300여명의 목숨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며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던졌던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재난관리 시스템을 국가가 독점 운영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나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탐욕적 자본은 퇴직하여 경비로 일하는 사람을 계약직 선장으로 고용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함으로써 직업의식이 결여되고 그 결과가 엄청난 참사로 이어진 것도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라 하겠다.

이 사건 역시도 물질화된 사회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체 이윤만을 추구하는 물질만능의 사회, 천민자본주의가 가져온 폐단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태일이 살던 시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한 기업경영체제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의 참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 법원에서 조차 불법이라고 판단한, 간접고용(협력 업체로도 불리는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정규직)과 계약직(고용기간을 정해놓고 계약을 맺음으로써 고용된 노동자) 그리고 특수고용(개별사업자라고 계약을 맺지만 실제로는 회사에서 업무지시)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기본은 단결과 연대인데 이와 같은 고용형태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동의 참상과 천민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전태일정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태일은 재단사였는데, 요즘으로 치면 정규직에 해당한다. 그는 버스비를 털어 1원짜리 풀빵을 사서 점심을 굶은 12~13살 먹은 시다들에게 나눠 주고 자신은 두어 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다 통금에 걸리는 일도 자주 있었다. 이 풀빵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몇 조각의 빵이 아니라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노동자와 함께하려는 사랑이요 배려요 연대의 표시이기도하다.

오늘날로 치면 전태일은 바로 가장 밑바닥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있는 곳이나 청년실업 등 차별받는 곳으로 가고자 할 것이고 그들과 연대하고 투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점점 더 비정규직화 되어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새겨야 할 전태일 정신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