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병원 내 인력확충 절실”
보건의료노조, “병원 내 인력확충 절실”
  • 고연지 기자
  • 승인 2016.07.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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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 인력 부족 응답은 무려 82.6%
“문제파악과 실태조사 선행돼야”
▲ 3천여명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모여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고연지 기자 yjtime@laborplus.co.kr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모여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3천여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상의를 흰색으로 맞춰 입고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최저임금 1만원,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유쾌한 백의의 물결 대행진’이라는 이름의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을 언급하며 “공공부분에서 성과연봉제가 사립대병원과 민간중소병원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임금, 고용, 노조, 의료공공성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하며 선과연봉제 저지의 뜻을 밝혔다.

이어 유 위원장은 “병원은 좋은 시설을 갖춰놓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은 턱없다”며 “의료 인력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바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19세 청년 노동자와 삼성AS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병원 내에도 자리 잡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작년 메르스사태의 교훈으로 보건의료체제개편과 인력확충의 과제가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동자의 현주소

▲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결의대회가 끝난 후 시청까지 행진을 하고있다.ⓒ 고연지 기자 yjtime@laborplus.co.kr

전국 110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 950명의 병원노동자들이 지난 3월과 4월 두 달간 참여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는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무려 82.6%에 이르렀다.

또한 이러한 인력부족이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6%에 이르렀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응답도 79.8%로 높게 나타났다.

월 평균 5회 ‘밥 못먹고 일한다’고 응답하고, 60.5%가 이직을 고려했으며 이직사유의 53.6%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강도’라고 밝혔다.

현재 OECD의 평균 보건의료인력은 9.1명이고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하위수준에 머무는 5.2명이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환자 1000명당 보건의료노동자 4.8명의 인력배치를 하는 상황이고, 그 노동자들에게 업무 외에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35%가 ‘잠자기’를 꼽았다”며 노동자들의 현실과 장시간 노동시간이 지속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태조사와 전담 기구 필요

이날 오전 20대 국회에서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발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전남대병원 의료노동자의 자살을 언급하며 “오전에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했고, 이게 끝이 아닌 의료노동자들을 위해 국회 통과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인력법은 작년 19대 때 두 번 발의가 됐었고, 이에 대해 정부도 공감하고 있기에 20대에 반드시 통과를 해야”한다며 “무엇보다 1차적으로 문제파악이 절실하다. 실태조사를 하고 계획이 구체화 돼서 이직·사직 인력들을 막아야한다”고 밝혔다.

한 사무처장은 “보건의료인력원 등 이런 기구들이 인력비율을 고려하고 제도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은 ▲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 수립 ▲ 의료기관 등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실태조사 ▲ 보건의료인력 확보, 유지, 관리, 노동조건 개선, 복지향상 등의 기본사업을 수행하는 <보건의료인력 총괄심의위원회> 설치·운영 ▲ 보건의료인력기준 준수 ▲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지원 및 이에 필요한 안정적 재정 확보 ▲ 보건의료인력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원>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병원현장의 목소리

▲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결의대회가 끝난 후 시청까지 행진을 하고있다.ⓒ 고연지 기자 yjtime@laborplus.co.kr

신문수 을지대병원 지부장은 “작년 11월에 노조를 설립했고, 일주일 만에 900명의 노동자 중 600명이 가입했다. 노동자들의 울분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며 “열악한 근로조건과 대학병원 중 가장 낮은임금 등의 이유로 최근 3년간 950명 중 600명의 노동자가 병원을 떠났다. 2014~2015년 두해동안 간호사가 566명이 입사했지만 316명(60%)이 퇴사했고, 6개월 간 간호인력의 1/4이 교체되는 현실 속에 환자의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을지대는병원지부는 임금체불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진정을 냈는데, 지난 20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일부인정’ 판정을 내렸다.

또한 집단으로 진정한 ‘통상임금 축소, 미지급 시간외수당 체불임금 집단진정’건과 관련,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시정 지시한 상태다.

김석원 보훈병원 지부장은 “공공의료의 중심인 보훈병원은 환자가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그 모습을 보고 그 자손들이 따라서 애국을 하게 되는 곳인데, 성과제 도입한다는 말에 3월부터 지금까지 공기업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며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자살률, 노인빈곤률이 최고인 이 나라에 저성과자가 누군지 퇴출되야 할 사람 누군지 궁금”하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또 김 지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에 대해서 “의료의 질을 위해서는 현재인력을 유지하며 새로운 인력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대회가 끝난 후 시청까지 행진을 하고 단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