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 당신들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
“방송 작가, 당신들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3.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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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 열려

 

▲ ‘방송작가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상돈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국회의원, 이상돈 국회의원, 언론노조 윤종욱 조직쟁의실 차장)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누구든 ‘프리하게’ 일을 시키는 존재라서 ‘프리랜서’인가, 일할 때는 직원처럼 자를 때는 ‘프리하게’라서 ‘프리랜서’인가?

28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방송작가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돈 의원은 “케이블 방송, 종편 등 여러 매체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방송사의 고용구조는 매우 복잡해졌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라며 “오늘의 토론회가 방송작가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환영사를 마쳤다.

방송작가유니온(준)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 실시한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의 ▲서면계약 체결은 15명 중 1명 ▲4대 보험 직장가입은 1~2% 남짓 ▲막내작가 ‘열정페이’ 시간당 급여 3,880원 등 노동 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환경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낮은 급여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강한 노동강도, 고용불안, 불방‧미방 급여 미지급이 2위, 3위, 4위를 차지했다.

방송작가유니온(준) 소속 서명숙 작가와 이향림 작가는 차례로 방송작가 노동인권 사례를 발표했다.

“일을 처음 시작한 방송작가를 막내 작가라고 불러요. 막내 작가부터 시작해서 입봉을 하게 되면 어떤 의미에선 정식 작가인 서브 작가가 되는 거죠. 저는 2008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했는데 5월 1일 노동절에 첫 출근을 해서 다음날 퇴근을 했어요. 그 이후부터는 한 달에 하루 이틀씩 쉬며 일을 했는데 받는 월급은 100만 원이 안됐어요. 9년이 흐른 뒤에 후배들을 봐도 막내 작가의 임금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어요. 막내 작가들은 입봉을 해서 페이를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인데 입봉을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입봉할 당시 ‘생방송 경험이 없는 작가 입봉시켜주는 거니까 100만 원 받고 일해라’라는 말을 들었어요. 입봉을 시켜주는 게 굉장한 시혜라도 된다는 듯이.”

“1년 동안 방송작가유니온 준비를 하면서 침묵의 카르테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이 유지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어요. 우리 작가들에게 당신들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날 토론 패널로는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임영미 과장, 한국PD연합 오기현 회장,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국장,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방송작가는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노조법상 노동자성은 포함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도 충분히 해당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며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과제를 본다면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 것이 없고, 현재 발생되고 있는 문제들을 노사 자치적으로 해결할 통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최우선 입법과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고용차별 개선과 임영미 과장은 “방송작가의 경우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 사용자성이 현실에서는 매우 미묘하게 섞여있다”라며 “일하는 분들이 매우 불합리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방송작가 표준계약서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17년 상반기 마련을 목표로 현재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PD연합 오기현 회장은 “막내 작가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방송의 특수성을 핑계로 방송사가 열정페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막내 작가는 창의적인 업무를 하기보다 서브작가나 메인작가가 시키는 기계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규정하기가 제일 쉽다.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프리랜서 PD들 역시 마찬가지”라며 “방송사에 관련한 일을 하는 모든 프리랜서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마쳤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국장은 “방송사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외주에 의지하고 있다. 방송사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주제작비를 깎고 있고 협찬이 없으면 편성 받기도 힘든 현실이다”라며 “이러다 보니 외주제작사도 PD와 작가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표준제작비 가이드라인’을 책정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합의해서 임금을 지급하면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은 “영화계도 처음 온 스텝을 막내라고 부르면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관행으로 삼아왔다”라며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만 적용해도 월급이 200만 원이 넘는다. 최저임금만 적용돼도 기본적인 것들이 다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언론노조 윤종욱 조직쟁의실 차장은 “이 토론회를 계기로 해서 방송작가유니온이 정식 출범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