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동의 없는 인사이동?
근로자 동의 없는 인사이동?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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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필요성 인정되면 정당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인사이동은 전근(근무지의 변경)ㆍ전보(보직의 변경) 등을 포함하는 ‘기업 내 인사이동’과 전출(원래기업의 신분을 유지한 채 다른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ㆍ전적(원래기업과의 고용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기업에 고용되는 것)으로 대별되는 ‘기업간 인사이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30조에서는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근로자를 전직시킬 수 없다’고 하여, 인사이동의 개념을 각각 구분하지 않고 ‘전직’이라는 용어에 포함시켜 사용하고 있다.

 

 ① 기업 내 인사이동의 정당성 판단요건
 ② 근로 장소, 업무내용을 특정한 경우의 인사이동
 ③ 인사이동과 노동조합과의 관계
 ④ 전출 또는 전적 시 근로자 동의여부
 ⑤ 전출ㆍ전적 후의 근로관계

 

 

① 전근이나 전보 등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권한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인사권의 행사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첫째, 인사이동의 업무상 필요성 정도. 둘째, 회사의 업무상 필요와 그로 인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 셋째, 대상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판 97다36316, 1997.12.12). 업무상의 필요성 판단에 있어서 노동력 재배치에 의한 근로의욕의 증대, 인사교류를 통한 업무운영의 원활화, 기술혁신과 자동화에의 대처, 조직의 축소 또는 확대 등의 사유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대판 91누5204, 1992.1.21).

생활상 불이익의 판단에 있어서 부부의 별거, 출퇴근의 어려움 등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인사명령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상의 필요성 정도를 비교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②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가 종사해야 할 업무와 취업 장소를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근로기준법 제24조)

업무나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근로자를 채용했다면 사전 포괄적인 동의로 인사이동을 할 때마다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으나, 그것을 특정한 경우 이와 다른 업무나 장소에 인사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대판 91다22100, 1992.5.22 ; 근기 68207-649, 1997.5.19). 근로계약에 취업 장소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정지역에서의 채용, 학생의 아르바이트, 주부의 파트타임 등의 근로처럼 일하는 장소가 생활근거지를 배경으로 하여 정해진 경우에는 특정지역을 전제로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업무내용을 명확하게 명시한 경우와 특정 기능이나 기술을 이유로 채용된 경우라면 업무내용이 특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사무직에서 기술직이나 영업직으로의 인사이동 또는 그 반대의 경우, 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입사할 때 요구되었던 자격 및 사정, 근로자의 경력, 회사의 인사이동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관련사례를 보면 관리직 직원을 연구 직으로 전직 처분하는 것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생활상의 불이익을 초래한 경우로서 정당한 전직처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근로기준과-9329, 2004.12.22).

 

③ 단체협약에서 조합원(특히 노조간부)의 인사이동에 대하여 사전 노조의 동의나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경우에 사용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경우 인사이동의 실체적인 이유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무조건 반대할 경우에는 노조의 권리남용이 될 수 있고, 따라서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사이동이 이루어졌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노조 01254-236, 1995.2.28). 사용자가 업무상의 필요성을 이유로 전보명령을 내렸지만 노조활동이 그 실질적인 이유가 된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노보제작ㆍ배포 등 노조활동이 활발한 근로자를 갑자기 지방공장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95누9792, 1995.11.7).

특정조합원의 전보나 승진발령 등의 인사조치가 조합원의 조합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행해진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고 업무상의 필요나 정기적인 인사이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노조 01254-440, 1999.6.18).

 

④ 전출이나 전적은 기업 내에서의 인사이동이 아닌 기업간 인사이동이기 때문에 근로자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대판 92누8200, 1993.1.26)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기업간 인사이동을 자유롭게 시킬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전출이나 전적을 명할 수는 없다(대판 95누1972, 1996.4.26).

 

다만, 전출의 경우는 전적과 달리 사업주의 변경이 초래되지 않는 것이므로, 전출로 인해 근로조건의 저하가 발생하지 않고 규정에 정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사전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것으로 족하고 전출 당시에 다시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근기 68207-1549, 2000.5.20).


전적의 경우는 사업주의 변경이 초래되는 것이므로 전적에 대한 사전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것으로는 부족하고, 전적 당시 개별적이고 명시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대판 92누8200, 1993.1.26).

 

⑤ 전출은 고용관계와 사용관계가 분리되어 운영되는 것으로 일종의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사용자 책임범위는 근로자 파견의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즉, 임금지급ㆍ산재보상ㆍ연차휴가 부여 등의 책임은 원래의 기업이 지고, 연장근로ㆍ야간근로ㆍ휴일부여 등의 책임은 전출기업에서 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전적의 경우는 원래기업과의 근로관계가 단절되고 전적기업과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각종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새로운 기업과의 합의에 따른다.

 

계속근로관계는 당사자간 특별한 합의가 없다면 단절된 것으로 보며(대판 2003다38597, 2003.10.23), 당사자간의 합의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전적과정에서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직금 수령여부가 근로관계 단절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가 있다(대판 84다카90, 1984.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