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에 의한 사표 제출은 진의 따져 판단
강요에 의한 사표 제출은 진의 따져 판단
  • 최영우_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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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수리하기 전에는 철회 가능
집단적 사표 제출 강제 후 선별 수리는 무효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사유 중의 하나인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임의퇴직·합의퇴직·정년퇴직으로 나뉜다.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사표를 낼 때 회사가 바로 수리하면 ‘합의퇴직’이 되고, 회사가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그만두면 ‘임의퇴직’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합의퇴직과 임의퇴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정년퇴직은 다음 호에서 설명).

 

 

집단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하여 선별 수리하는 경우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여 그 중 일부는 사직서를 돌려주고 일부는 수리하여 의원면직 처리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되어 당연 무효가 된다(대판 92다3670, 1992.5.26). 

 

강요에 의해 사표를 제출한 경우(진의여부 판단)

근로자가 사표를 진의(眞意)아닌 상태(비진의)로 제출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하나, 진의가 아님을 회사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그 사표제출은 무효가 된다(민법 제107조). 그런데 여기서 ‘진의’란 ‘사표를 내는 행위’에 대한 진의면 충분하고 진정으로 퇴직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의까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근로자가 마음속으로 퇴직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표를 낸 것이라면 ‘진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게 된다(대판 2002다11458, 2003.4.22). 퇴직을 거부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퇴직금을 우대해주는 퇴직으로 처리되기를 희망하여 사표를 제출한 경우라면 진의에 따른 사표제출로 봐야 한다(대판 2000두9977. 2001.9.7). 구조조정과 결근 등을 이유로 사직을 권유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강요에 의해 사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5두7914, 2006.2.24). 회사가 근로자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할 당시 회사의 경영 상태로 인한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의 필요성 등이 있는 이상, 회사가 권고사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퇴직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고 해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 전산망 차단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가 회사의 기망·협박·강요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서울행법 2003구합14819, 2004.2.6). 근로자가 회사의 사기나 강박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면 사직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퇴직위로금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사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하겠다고 하여 사직서를 반강제적으로 제출하게 한 경우(강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직서 제출 후 심경의 변화로 사표를 철회하는 경우

근로자가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회사가 아직 사직서 수리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근로자는 그 사표를 철회할 수 있으며,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를 퇴직시킬 수 없다.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이에 대해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당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게 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사직원의 제출에 따른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다만 근로계약 종료의 효과가 발생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대판 94다14629, 1994.8.9).

 

당연 퇴직의 정당성 여부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 중에 있는 자가 3개월 내에 복직되지 않을 때에는 자동퇴직으로 본다’는 규정에 의해 근로자를 퇴직시킨 경우 이는 해고와 마찬가지이므로, 해고의 정당성이 있느냐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법무 811-10692, 1981.4.7).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였고, 직위해제처분과 대기명령을 받은 후에도 능력의 향상 또는 개전의 정이 없는 경우 이를 면직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대판 1996.12.23, 95다27295). 근무성적 또는 업무실적이 불량하고 소속직원에 대한 감독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사규정에 따른 대기발령을 한 다음 규정에 따라 자연해직처분을 한 것이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다(대판 1989.7.25, 88다카25595). 대기발령을 받게 된 보직해임처분이 무효가 된 경우 당연 퇴직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된다. 따라서 직위해제에 뒤이은 당연 퇴직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그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해야 하며,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의 사유가 정당하지 못하다면 해고에 해당하는 당연 퇴직 역시 정당성이 없다(대판 1989.4.7, 89다카3943).

 

퇴직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

근로자가 퇴직일을 지정하여 사표를 제출하였고 회사가 이를 승낙(합의퇴직)하였다면 그 날을 사표가 수리된 날로 본다. 회사가 근로자가 지정한 날 이전에 퇴직조치를 하고 잔여기간의 임금을 지급하였다면 적법한 퇴직조치로 볼 수 있으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자가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면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대판 17994, 1995.6.30). 사직서를 회사가 수리하지 않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규정에 따라 처리되며(예를 들어, ‘사직서는 14일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면 14일이 지남으로써 퇴직이 되는 것으로 본다)(대판 96누5087, 1997.7.8), 이 기간 동안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는다면  결근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낮아져 퇴직금이 줄어 들 수 있다(법무 811-11181, 1981.4.10). 만약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민법에 따라 퇴직의사를 통고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야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며, 월급제 등의 기간급으로 정하여 정기일에 지급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로부터 퇴직의 의사표시를 통고받은 당기후의 1임금지급기(사직서를 제출한 달의 다음 달)가 경과한 때에 퇴직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660조).


사용자의 계약위반 등으로 근로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근로자는 즉시 계약해지를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규정과 관계없이 사직서 제출로 바로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사용자의 수리절차 불필요)(민법 제661조, 근기 68207-2646, 2001.8.17). 퇴직일을 언제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 있어 당일 근로를 제공한 후 사용자에게 퇴직의 의사표시를 행하여 사용자가 이를 즉시 수리한 경우 ‘근로를 제공한 날’은 고용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보아 퇴직일은 그 다음 날로 봐야 하며, 이 때 퇴직일은 계속근로연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근기 68201-3970, 2000.12.22).

 

일방적으로 퇴직하는 경우 손해배상여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은 민법 제660조에 의해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일방적 사직에 따른 손해배상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서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퇴직하는 경우에는 근로를 강제할 수는 없으나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