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發 최저임금 ‘대란’, 소모적 논쟁만?
국회發 최저임금 ‘대란’, 소모적 논쟁만?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6.15 18:14
  • 수정 2018.06.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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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노동계의 진실게임, ‘내 월급’의 행방

[리포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내년부터 시행될 최저임금법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상여금 25%니, 복리후생비 7%니 하며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내년 급여명세서를 예측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국회는 연소득 2,500만 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노동계가 이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를 가지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내 월급’은 어디로 갈까?

‘최저임금 무력화’ 내세운 민주노총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다.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가름하는 임금의 유형을 늘렸다는 얘기다. 올해까지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정도만 최저임금 계산에 넣었지만 내년에는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중 월 최저임금액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과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중 월 최저임금액의 7%를 초과하는 부분도 최저임금 산식에 포함한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반영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 오는 2024년에는 최저임금에 100% 산입한다. 당분간은 자신이 받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꽤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 월 157만 3,770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정기상여금은 월 39만 3,440원(이하 1원 단위 버림), 복리후생비는 월 11만 160원을 넘어서는 금액만큼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 오른 시급 8,280원(월 173만 520원)으로 결정된다면 정기상여금은 43만 2,630원, 복리후생비는 12만 1,130원을 넘어서는 금액만큼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논쟁에 먼저 불을 붙인 쪽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23일 보고서를 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5%일 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분이 최소 10.6%에서 최대 51.3%까지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는 구체적 예시를 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사례는 ▲기본급 157만 원+상여금 50만 원+복리후생비 20만 원=월 227만 원을 받는 A씨 ▲초·중·고교 무기계약직 노동자(복리후생비 19만 원) B씨 ▲기본급 157만 원+급식비 13만 원+교통비 7만 원=월 177만 원을 받는 C씨 등이다. 요지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가령 A씨의 급여내역에 내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적용하면, 월 177만 원(기본급 157만 원+상여금 11만 원+복리후생비 9만 원)이 최저임금 계산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많은 언론이 인용해 보도하면서 ‘최저임금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퍼졌다. 만약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 올랐다면 A씨의 월 기본급은 지금보다 최소 1만 4,000원(0.9%) 올라야 한다. A씨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9.1%의 기본급 인상률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A씨는 연봉 2,724만 원을 받고 있어 국회가 정의한 저임금 노동자(연봉 2,500만 원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측 자료 이용해 역공 나선 고용노동부

그러자 고용노동부가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9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 올랐을 때를 가정한 6가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온전히 급여가 오르는 경우 ▲최저임금 인상액보다 급여가 적게 오르는 경우 ▲급여가 동결될 수 있거나 거의 오르지 않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제 업종별 노동자의 임금명세를 토대로 계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아래의 D·E씨는 연 2,5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이고, F·G씨는 연 2,500만 원 수준에 위치한 중위임금 노동자다. H·I씨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 음식점에서 일하는 D씨는 매월 기본급 157만 원과 복리후생비 10만 원 등 167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D씨의 연봉은 2,004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월 173만 원의 7%에 해당하는 12만 원을 넘는 금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므로 D씨가 받는 복리후생비 10만 원은 전액 최저임금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D씨의 월급은 최소 183만 원으로(기본급 173만 원+복리후생비 10만 원) 16만 원 올라야 한다.

○ 주유소에서 일하는 E씨는 매월 기본급 157만 원과 복리후생비 13만 5,000원 등 170만 5,000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E씨의 연봉은 2,046만 원이다. 내년부터 E씨가 받는 복리후생비에서 1만 5,000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돼 그의 기본급은 171만 5,000원까지 올라야 한다. 따라서 E씨의 월급은 최소 185만 원(기본급 171만 5,000원+복리후생비 13만 5,000원)으로 14만 5,000원 올라야 한다.

○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F씨는 매월 기본급 157만 원과 정기상여금 39만 원, 복리후생비 10만 원 등 206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F씨의 연봉은 2,472만 원이다. F씨가 받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아 그의 기본급은 173만 원으로 올라야 한다. 따라서 F씨의 월급은 최소 222만 원(기본급 173만 원+정기상여금 39만 원+복리후생비 10만 원)까지 올라야 한다.

○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G씨는 매월 기본급 157만 원과 정기상여금 50만 원, 복리후생비 17만 원 등 224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G씨의 연봉은 2,688만 원이다. G씨가 받는 정기상여금 중 7만 원과 복리후생비 중 5만 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돼 그의 기본급은 161만 원까지만 오르면 된다. 따라서 G씨의 월급은 최소 228만 원(기본급 161만 원+정기상여금 50만 원+복리후생수당 17만 원)까지 오른다.

○ 마트에서 일하는 H씨는 매월 기본급 199만 원과 복리후생비 30만 원 등 229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H씨의 연봉은 2,748만 원이다. H씨의 기본급은 이미 내년 최저임금보다 높다. 따라서 복리후생비 18만 원을 산입하는 것과 무관하게 월급이 동결돼도 위법이 아니다.

○ 건설업에 종사하는 I씨는 매월 기본급 162만 원과 정기상여금 46만 원, 복리후생비 30만 원 등 238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I씨의 연봉은 2,856만 원이다. I씨가 받는 정기상여금 중 3만 원과 복리후생비 중 18만 원, 총 21만 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따라서 I씨의 월급이 동결돼도 위법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6가지 사례를 통해 “연봉 2,500만 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가 다음연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듯했다. 2017년 기준 연봉 2,500만 원은 하위 51.7% 수준으로 중위임금에 근접한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중위임금 이하 노동자들(1~3분위)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지금보다 임금인상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를 최대 21만 6,000명으로 추정했다. 전체 1~3분위 노동자(324만 명) 중 6.7%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재반론 “저임금은 괜찮다? 웃기지 마라”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이 가장 세게 충돌하는 지점은 연봉 2,500만 원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들이 입을 손실의 심각성이다. 국회는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복잡하고 기본급의 비중이 낮아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유지할 경우 연봉 4,000만 원을 받아도 최저임금에 미달할 수 있다는 점을 법 개정 취지로 언급했다. 만약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큰 손해를 입는다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은 이러한 취지를 벗어난 입법이 된다.

5월 29일자 고용노동부의 자료가 나온 지 하루 만인 30일 민주노총이 또 한 번 반론을 제기했다. 우선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열거한 6가지 사례의 반례로 기본급 157만 원과 복리후생비 28만 원을 받는 노동자를 들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10%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법 개정에 따라 16만 원을 최저임금에 산입, 173만 원까지 인정된다. 결국 이 노동자는 단 한 푼의 임금인상도 기대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도 이 점은 인정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받는 21만 6천 명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추산한 수치는 ‘임금이 동결될 수 있는 노동자’만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들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오르는 노동자, 즉 일부라도 임금인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노동자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대상 조사를 통해 여기에 해당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35%나 된다고 밝혔다.

통계 해석을 놓고 양측이 엇갈리는 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영향률’(%)을 기준으로 본 반면, 민주노총은 ‘영향 노동자 수’(명)를 기준으로 봤다. 최저임금 영향률이란, 전체 노동자 중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지급 중인 급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되는 노동자의 비율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면 떨어진다.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항목이 늘어나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효과를 얻어서다.

문제는 저임금·고임금 노동자 중 어느 집단에서 산입범위 확대 후 임금이 동결되는 노동자가 더 많겠느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영향률 증감률’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몇 퍼센트(%) 증감했는지 비교한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66.9%에서 65.4%로 2.2% 줄었다. 반면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는 1.1%에서 0%로 100% 줄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임금동결 효과보다 고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해석이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의 수는 저임금(4만 7,000명)보다 고임금(3만 3,000명)이 오히려 적다고 분석했다. 다른 소득분위를 비교해 봐도 경향은 비슷하다. 4~5분위에 해당하는 고임금 노동자 8만 2,000명의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목적으로 1~2분위에 해당하는 저임금 노동자 13만 1,000명의 임금동결을 용인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상대적 수치(고용노동부)인지, 절대적 수치(민주노총)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 취지 충실하되 중위임금 배려해야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문제에는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관련해, 연봉 4,000만 원 넘게 받는 노동자가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복리후생비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위배되는 상황은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으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듯, 연봉 1,800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다. 임금체계와 소득분배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두 가지를 저울질했을 것이다. 정기상여금 25%와 복리후생비 7%라는 비율을 정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5%·7%는 우선 2016년 중위임금 연 2,500만 원을 기준으로 잡고 올해 최저임금 월 157만 3,770원을 연 단위로 환산(1,888만 5,240원), 상여금 연 300%(월 39만 3,440원)를 대입해 얻은 수치다. 복리후생비 산입 비율은 2,500만 원에서 기본급과 상여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월 11만 6,160원, 최저임금 대비 7.38%에서 소수점 이하를 버림한 값(11만 160원)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억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국회 환노위 여야 위원들이 고심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임금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성이 해소되어 소득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국회가)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보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EITC는 연소득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노동자들에게 이들이 낸 소득세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이 점 때문에 ‘마이너스 소득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제도로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제도가 시행 중이다. 정부는 근로장려금 신청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위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논쟁의 초점이 저임금·고임금 노동자들에게 맞춰져 있지만, 중위임금 노동자들도 보호가 필요한 계층이다. 이들은 월급을 많이 받지도 못하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으로부터 사실상 배제돼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생긴다면, 중위임금 노동자들은 우는 사람 쪽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2018년 현재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그 중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비중이 높고 기본급이 낮을수록 내년에 더 불리하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 대비 16.4%나 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상여금을 줄이거나 없애고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손질했다. 직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자의 90%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다. 게다가 임금총액이 줄어들지 않는 한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 노조가 없는 중위임금 노동자를 배려하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본급 비중은 낮지만 상여금이 적고 복리후생비가 많은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주유소 직원 E씨의 사례가 그렇다. E씨의 올해 연봉은 2,046만 원에 불과하지만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산입돼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임금이 적게 오를 수 있다. 기본급만 받는 소위 ‘알바’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확대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온전히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