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조직 한 목소리, "공무원도 노조할 권리를"
세 조직 한 목소리, "공무원도 노조할 권리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0.02 21:12
  • 수정 2018.10.03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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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한 마디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조직과 지역이 서로 다른 공무원 1,5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주의 폐기 약속 불이행’, ‘일방적인 임금 인상안 결정’을 규탄하고 ‘공무원 노동기본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공무원노동조합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한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한공노) 등 세 곳이다. 각 조직의 공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개별로 진행했지만 기사는 간단한 좌담 형식으로 각색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김양훈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제주지부 지부장,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동선 한공노 사무총장, 익명을 요청한 조합원 한 명 등 4명이다.

김양훈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제주지부 지부장ⓒ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양훈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제주지부 지부장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제주에서 왔다.

김양훈 오늘 아침 9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 제주지역에서는 나 혼자 참석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 때 이후로 서로 다른 공무원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인 게 처음이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김양훈 이렇게 모이는 일이 한동안 없었는데 뜻 깊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한 목소리를 내니 확실히 단결된 힘이 느껴진다.

익명  공무원들이 연금 때 아니면 모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동삼권이라든지 정치기본권 보장 등 공익적의 가치가 있는 일을 위해 모였다. 조합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사회 진전을 위해 연대했다는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김현진 개인적으론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문제 해결이 더디고 어려운 상태라는 거니까.

박동선 부담도 많았다. 일정만 해도 원래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잡혀있었는데 오늘로 미뤘다. 대통령께서 평양에 가서 평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겠느냐.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공무원노동조합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우선순위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익명 아무래도 노동기본권. 지금은 공무원이 정권에 부역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공무원이 고위공무원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동조합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내부 비판을 활발하게 해낼 수 있을 때 공직사회가 개혁될 수 있다.

김양훈 정치 기본권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우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정치인들에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잘한 것은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공무원이 100만 명이 넘는다. 국회를 움직일 수 있는 규모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도 부담이 되는지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

김현진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었지 행정 관료들이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대로라는 거다. 대정부교섭이나 행안부 정책협의체 등에서 관료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진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본적이 없으니 그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는 거다. 일례로 공무원 성과주의를 폐기하기 위해선 담당업무를 맡고 있는 관료들이 자신이 과거에 만든 제도의 성과를 부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상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되고 공공서비스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는 등 성과주의가 낳는 문제에 대해선 이미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폐지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박동선 임금을 인상하는 방식도 여전히 일방적이다.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 임금 문제를 교섭으로 해결하라고 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 비슷한 형식인 ‘공무원보수민간심의위원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하고 있다. 위원이 모두 19명인데 그중에서 공무원이 3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심의위에서 절박한 사람들은 우리 공무원 세 명 뿐이다. 다들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하니 어느 날엔 임금인상률 결정이 아니라 사교를 위해 모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심의위가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더라도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올해만 해도 심의위에선 내년 임금인상률을 약5% 올리는 것에 합의했지만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이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1.8%로 결정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동선 한공노 사무총장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박동선 한공노 사무총장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공무원 임금인상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게 사실이다.

박동선 이해한다. 공무원들보다 더 어렵게 사는 시민들도 많으니까. 그들에겐 우리들만 살겠다는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무원 임금은 직급에 따라 격차가 상당하다. 지금 공무원 임금은 일괄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우리 임금이 1% 오를 때 대통령 임금도 똑같은 비율로 오르는 거다. 그런데 그 1%는 서로 다르다. 시민들이 고위공무원과 일반공무원들의 임금 수준을 구분해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