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최전선 공무원들, 만성적 인력난에 “고생은 고생대로, 욕은 욕대로”
AI 최전선 공무원들, 만성적 인력난에 “고생은 고생대로, 욕은 욕대로”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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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내 살처분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
AI 겪고 나면 수의직 공무원들 사표 내

[리포트] AI 최전선 공무원들, 만성적 인력난

겨울 철새가 본격적으로 날아드는 11월이 되면 주요 철새 도래지역인 중부지방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그해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를 ‘AI 특별 방역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행여라도 AI가 가금류(닭·오리·메추리 등)에 퍼지기라도 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까지 동원돼 닭장에서 닭들을 끄집어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살처분 인력이 부족해 김제 시청 공무원들과 전북도청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된 바 있다. 당시 인력난으로 홍역을 치렀던 김제시 축산과 공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요새 전화기만 올려도 혹 농가에서 문제가 생겨서일까봐 가슴을 졸인다고 말했다. 김제시는 주요 AI 발생 지역으로 지난 2008년 최초 발생 이후 2014년부터 매년 AI가 발생하고 있다.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2016년 12월 김제시 용지면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공무원들이 살처분 인력으로 동원돼 작업에 나서고 있다.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AI, 3일 내로 살처분 끝내야 하는데
당장 투입 가능한 인력은 공무원 뿐

11월 23일 오후, 김제 시청에서 만난 축산과 공무원들에게 AI는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알 수 없어도 끝은 ‘정해져 있었다.’ 농림축산부가 AI 긴급행동지침(SOP)에 규정한 골든타임은 3일. 그 안에 AI 발생 농장(24시간 내)은 물론 그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 놓인 농장들의 가축 모두를 살처분해야‘만’ 한다.

살처분 규모가 농가 4~5곳 정도로 적을 경우엔 담당 공무원들과 민간 업체들만으로도 거뜬하지만, 자칫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때엔 대책이 없다.

2년 전 AI가 발생한 김제시 용지면은 국내에서 산란계 밀집 사육 단지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동네다. 농가들이 서로 인접하다 보니 농가 한 곳에서 AI가 발생하더라도 살처분 대상이 2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당시 용지면에서 AI가 발생한 농가는 3곳에 불과했지만, 농가 64곳이 3km에 속해 해당 농가 산란계 167만 4,000마리가 살처분돼야 했다. 용지면 전체 산란계 농가의 80%에 달하는 규모였다.

한 사람이 이틀에 걸쳐(일 인 당 3회 이상 농가 출입이 제한 됨) 최대 500마리씩 닭을 잡는다고 해도 당장 1,600명 인력이 필요했다.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살생을 마쳐야 하지만 예고된 재난이 아니기에 급하게 인력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특히 당시엔 H5N6형 AI에 감염된 중국인 10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져 AI 인체 감염 공포가 퍼질 때로, 사람을 구하기가 더욱더 어려웠다고 한다. 국방부는 쏟아지는 부모들의 항의에 살처분 현장에 사병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긴 상태였다.

“내일 오후 3시까지 살처분을 끝내야 하는데 그날 오후 3시에 사람을 어디서 구해요. 일단 공무원들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죠.(가축방역담당 공무원 A씨)” 이렇게 1차로 투입되는 지원 인력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된다. 그날엔 미처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못한 공무원들이 줄을 서서 주사를 맞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무원들을 현장에 투입하기 전에 독감 주사를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을 나눠요. 그런 다음에 안 맞은 사람들을 맞추는 거예요. 그래서 김제시 공무원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독감 주사를 미리 맞아 놓기도 해요.”

먼저 지원자를 받기도 하지만 반강제적이다. “누가 닭 잡는 걸 좋아하겠어요. 본래 자기 일도 아닌데. 내가 안 하면 내 주변 사람들, 나보다 더 힘이 약한 여직원들, 연로하신 선배님들이 해야 한다는 걸아니까 마지못해 손들고 가는 거죠.(가축방역담당 공무원 B씨)”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
무슨 일 하나

AI 살처분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주된 업무는 ‘닭장에서 닭을 꺼내는 일’이었다. 이후 질식사나 매몰 등은 전문 업체들이 맡는다고 해도 이전에 먼저 닭장에서 닭들을 ‘한 마리씩’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 했기에 그만큼 손이 부족한 업무였다. A4 용지 크기만 한 닭장 속. 그 안에 꾸역꾸역 살아있는 닭 4~5마리. 닭장보다 작은, 채 다 열리지도 않는 닭장 문으로 닭들을 한 마리씩 잡아 끄집어내야 한다. ‘가능한 한 빠르게.’ 게다가 닭장들이 8층으로 층층이 쌓여 최고 높이가 6~7m에 달해서 사다리를 타야 하기도 했다.

김제시청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하지 사람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계장 문을 열면 닭들이 사방에서 울어요. ‘우루루루’하고. 축산과 직원이나 관련 업계에 종사자들은 그나마 낫지만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잠도 못 잔다고 하더라고요. 눈만 감으면 닭 소리가 나서. 이틀은 환청에 시달린대요.(가축방역담당 공무원 B씨)”

“닭장 입구가 다 열리는 게 아니어서 닭을 꺼내다 보면 막 짓눌리고. 닭들도 반항 하니까 다리가 부러지고 날개가 찢어져요. 그게 다 손으로 느껴지죠.(가축방역담당 공무원 A씨)”

“닭을 잡으면 따듯해요. 당연히 죄책감이 들죠. 그런데 잠시예요. 나중엔 그저 ‘나를 괴롭히는 개체’, 빨리 끝내야 집에 갈 수 있는 ‘일’이 돼요.(축산과 공무원 C씨)”

이 ‘생소’한 작업에 국내 용역들도 혀를 내두른 지 오래였다. 민간 용역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그렇게 김제시청 공무원 375명이 담당 부서고 할 것 없이 매일 조를 나눠 살처분 현장에 동원됐다. 전북 도청(305명), 검역본부(54명), 방역본부(62명), 직업군인(116명)등 공무원 537명도 함께 했다. 그렇게 해서도 일주일이 걸렸다.

공무원들이 빠른 시일 내 살처분을 마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공무원들이 빠른 시일 내 살처분을 마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수의직 공무원들, AI 한 번 겪으면 사표 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투입된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가축 방역을 총괄하는 가축방역팀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는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닭을 끄집어내는 일은 ‘자기 일’이었다. 매일 인력 시장에 전화를 돌려 살처분 인력 수급을 책임져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살처분에 반대하는 농가들이 있으면 밤이 새도록 설득해야 했다. 또 현장 상황을 묻고, 시간을 재촉하는 전화들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온 종일 전화가 와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도청, 검역본부, 방송국, 경찰서, 국정원…. 살처분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동물보호단체에 보내주기도 해야 하고요.(가축방역담당 공무원 A씨)”

실제로 악명 높은 업무 강도에 가축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인력난은 일상적이었다. 김제시 축산과 소속 직원(비정규직 포함)들은 모두 17명. 이 가운데 8명이 가축방역팀이다. 그러나 가축 방역을 전담하는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은 단 2명이다. 올해엔 정원이 1명 더 늘어 5명이 됐지만 ‘결원’ 상태다.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 치러도 뽑을 사람보다 지원한 사람이 적었다. 김제시 가축방역관 2명이 채워진지도 불과 1년이 되지 않았다. 잦은 결원에 김제시 가축방역관은 수의직 공무원이 아닌 축산직 공무원이 맡고 있었다.

“3년을 채 못 버티고 나가요. AI가 발생하면 바로 사표를 내요. 그리고 다른 지자체로 이직을 하죠.(가축방역담당 공무원 A씨)”

가축방역관들의 인력난은 비난 김제시만의 일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가축방역관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 4곳(경기도, 충남, 경북, 전북) 모두에서 가축방역관 수가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7조 제6항에서 권고하고 있는 적정인원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2018년 7월 기준). 전북이 적정인원 184명 대비 72명이 부족해 부족률이 39.1%에 달했고, 경북 223명 대비 63명(28.3%), 충남 214명 대비 58명(27.1%), 경기 224명 대비 56명(23%)이 부족했다.

이직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경북과 경남은 각각 27명, 전남 24명, 전북 18명이 이직을 했다.

가축방역관으로 근무한 지 1년 이 된 D씨는 “현장도 나가야지, 행정도 봐야지. 시군 업무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여기에 AI까지 터진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김제시 용지면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공무원들이 살처분 인력으로 동원돼 산란계 매몰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2016년 12월 김제시 용지면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공무원들이 살처분 인력으로 동원돼 산란계 매몰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지자체 공무원들
체계적인 업무 통합 시급

가축 방역 최전선에 선 이들은 안정적인 인력 확보는 물론 시·군도 도나 농림부처럼 조직 내 체계적인 분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가축방역팀 내 직원 8명이 세분화된 전담 영역 없이 포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효율이 떨어지고 한 사람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

또 장기적인 계획이 부재한 중앙정부의 즉흥적인 업무 지시, 현실에 맞지 않은 탁상 행정들도 강도 높게 꼬집었다. “일례로 통제초소는 설치가 가능한 곳이 있고 가능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16km 만경강을 따라 무작정 통제초소를 설치하라는 식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시를 내리다 보니 현장에서 업무 수행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스트레스다. 그런데도 점검 나와서 안 돼 있으면 지적을 하고 공문을 내린다.(가축방역담당 공무원 A씨)”

이들은 “예방 접종, 살처분 매몰지 관리, 방역 기자재 관리, 농가 전화 예찰 등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에도 해야 할 일이 상당하다”며 “잘하고 있으면 화젯거리가 안 되고 무슨 일이 터지면 못한다고 질책을 받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전북도청 동물방역정책팀 엄성심씨(48)도 “방역을 담당하는 중앙 행정부 조직만 늘어 가분수 구조가 되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업무가 고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엄 씨는 또 “지자체 수의직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과 안정적인 인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동물위생시험소(사업소)를 3급으로 승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6일 이연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을 만나 AI·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방역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의 근로조건과 제도 개선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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