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민주노총 정기대대 이모저모
[스케치] 민주노총 정기대대 이모저모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1.29 00:16
  • 수정 2019.01.29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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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 경사노위 참여 찬반 두고 격렬한 논쟁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발언을 하고 있는 대의원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발언을 하고 있는 대의원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사회적 이목이 주목된 가운데, 28일 KBS 아레나 홀에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진행됐다.

이 날, 안건에 상정된 경사노위 참가 여부를 두고 대의원들 간 찬반이 갈렸다. 지난해 10월 강릉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 정책 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를 못 채워 유회된 바 있지만,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재적 1,273명 중 사고 3명을 제외한 1,270명 중 977명이 참여해 과반수 636명을 넘겼다.

경사노위 참여, 취재진 몰려

경사노위 참여가 28일 결정되는 가운데, 현장 취재를 위해 많은 기자들이 자리했다. 대회장 한편에 마련된 기자석은 본래 20여 석이었으나, 자리가 부족해 급히 책상과 의자를 더 마련했다.

추가로 마련된 좌석도 부족해 의자 하나를 두고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두고 발언을 적거나 참관인을 위해 마련된 3층에 앉아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많은 대의원들의 참가로 준비했던 대대 회의 자료집이 떨어져 기자들이 가지고 갔던 자료집을 다시 수거해 가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기자석 입구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보수 매체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발각될 시 퇴거조치를 한다는 경고 문구를 게시했다.

할 말은 하더라도, 밥은 먹고 합시다!

이날 대대는 장시간 이어지는 토론을 방지하기 위해 1인당 토론 시간을 3분으로 제한했다. 또한, 발언 횟수를 2회로 제한했다. 그간 첨예한 현안을 놓고 대립하는 대의원대회의 경우 의도적 지연전술을 사용해 시간을 끌어 대회를 유회시켰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들이 주목하는 안건은 역시나 경사노위 참여 여부였다. 안건 상정에 앞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대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의원이라면 누구나 질의가 가능하기에 여기저기 손을 들었다. 의견에 동의하면 박수와 함께 동조하거나 불만이 있으면 야유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알렸다. 마이크를 잡기 위해 10번이나 손을 드는 끈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대의원도 눈에 띠었다.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은 1시간이 넘어섰다. 어느새 저녁시간을 훌쩍 지났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대의원들이 든 손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무렵, 710번 대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그는 “오랜 시간 논쟁이 계속되면 휴회를 하고 쉬어야 한다. 지금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저녁 먹고 다시 논의하자”며 “대의원들이 이렇게 열의가 있는데 자리를 쉽게 비우지 않을 것”이라고 휴회를 제안했다.

허기를 참고 있던 몇몇 대의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치며 휴회를 찬성했다. 열심히 의견 개진을 하더라도 배를 채울 시간은 필요했다.

대회장에 마련된 기자석에 모인 취재진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대회장에 마련된 기자석에 모인 취재진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경사노위 참여나, 불참이냐

오후 8시경 안건 통과 여부를 예상했지만, 경사노위 참여 여부는 오후 11시가 넘어 결론이 났다. 대의원들의 많은 질의응답과 중앙집행위원들간의 회의로 인해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이날 경사노위 참여 안건 이외 참여 반대와 함께 2건의 수정안이 발의됐다. 빠른 회의 마무리를 위해 각 안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2번씩만 들었다.

발언에 나선 84번 대의원은 “집행부를 믿고 경사노위 참여를 해야 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온 대의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회의를 마무리하자”고 강조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대회는 저녁 9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대의원 중 한 명으로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그는 “더 이상 교섭에 목매지 말고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결단할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며 “오히려 우리는 앞으로의 투쟁을 보다 더 강하게 조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가 발의한 ‘조건부 참여’ 수정안이 부결되자, 자리를 뜨는 대의원들이 발생했다. 분을 참지 못 하고 큰 소리를 치고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3개의 수정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는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회의는 중앙집행위원들의 경사노위 참여건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이날 회의는 경사노위 참여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경사노위와 관련된 의견을 확인했다고 판단한다”며 “경사노위 관련 논의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대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원안에 대한 표결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자정이 넘도록 진행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경사노위 참여 여부는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