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노동자와 정부, 여전히 '불신의 벽'
타워크레인 노동자와 정부, 여전히 '불신의 벽'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3.06 21:41
  • 수정 2019.03.06 21: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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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원인과 예방 대책 제안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정부는 지난해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현장이 대형화되고 건축물이 고층화되며 타워크레인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타워크레인 사고는 건설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대형사고이다.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주최로 오늘(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숨 소리만 가득했던 회의실

유상덕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제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발제를 위해 준비된 타워크레인 사고 사례 사진을 보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타워크레인조종사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유 위원장은 “소형(무인) 타워크레인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3톤 미만의 소형(무인) 타워크레인은 도제식 교육으로 1년 이상 걸리는 유인 타워크레인 자격 취득에 비해 20시간(이론교육 8시간 + 실습 12시간)만 이수하면 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타워크레인 등록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검증 절차 없이 타워크레인이 등록된다는 점이다. 유 위원장은 “검증 절차가 미비해 폐기된 대형(유인) 타워크레인의 운전석을 떼고 다시 소형(무인) 타워크레인으로 둔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제작 제원표 변조도 쉬워 크레인 연식을 10년, 20년씩 속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형(유인) 타워크레인은 직접 운전석에서 조종을 하며 장비의 상태를 수시로 체감하며 점검할 수 있지만, 소형(무인) 타워크레인은 크레인을 타지 않고 밖에서 리모컨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시야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적으로 가른다.

토론회에 참여한 최동주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위원장 역시 “현장안전을 교란하는 소형타워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에서 운용되는 소형 타워크레인은 짚 길이가 30M 이상인 경우 운전석 설치와 30M 이상 위치에서 인양중량은 2.3t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필수”라며 “우리나라도 자가상승하는 타워크레인의 경우 인양 톤수와 관계없이 반드시 조종석을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법적 대안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의 대책은?

토론회 토론자로 함께 참여한 박정수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 과장,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과장은 토론회 내내 발제와 의견을 듣고 마지막에 정부의 대책을 발표했다.

박정수 과장은 “향후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타워크레인 정밀진단 기준을 세우고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또한 ▲해외 제조사에 대해 시설 및 기술인력 등 제품 현장실사 강화 ▲주요부품(볼트, 핀)에 대해 제조연월 및 관리번호 새김 관리 ▲타워크레인 구조변경 제한 등의 제도개선 방안책을 내놓았다.

고광훈 과장은 “타워크레인에 대한 관리 주체별(원청, 임대업체, 설치·해체 업체) 안전관리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시야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전담신호수를 교육해 배치하겠다”는 안전 대책을 밝혔다.

토론회가 끝나고 질의응답에서는 토론회를 방청한 현직 타워크레인 조종수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에서 나온 질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근로감독관은 원청 사무실에 가지 현장에 오지 않는다. 현실이 이런데 지금 정부 부처에서 와서 발표한 개선 대책이 지켜지겠나?”

“오늘 토론회는 노사정이 모여 이야기 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노사정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자고 4년 동안 요구했는데 해결은커녕 사고만 증가했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책위를 구성할 수 있느냐?”

“선진국은 건설 장비에 대한 안전율을 올리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97년에 안전율 기준을 110%에서 105%로 낮췄다. 대책을 실현하려는 오늘의 의지를 믿을 수 있겠냐?”

질문들은 대체로 정부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물음이었다. 이는 그간 타워크레인 노동자와 정부가 신뢰 관계를 쌓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늘 토론회는 “좀 더 현실과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정확히 마련하겠다”는 토론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의 말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