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 혁신성장의 행방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 혁신성장의 행방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렇다 할 성과 없어” 구호만 남아

[커버스토리] 변화의 시기, 한국 경제와 일자리④

“혁신성장? 그거 아직 살아있어요?”

“그거 그냥 창조경제에서 포장지만 바뀐 거 아닌가?”

“지금도 혁신성장이라는 말을 쓰나? 요즘에는 포용성장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에 대한 평가가 어쩐지 미적지근하다. 같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많은 평가가 따르고 있지만 혁신성장에 대한 평가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평가를 할 만한 결과물이 있어야 평가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어쩐지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무엇이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진단해보았다.

 

해가 지나니 흐릿해진 혁신성장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한 해 경제정책을 정리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일자리·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경제정책방향 3대 전략이 담겨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혁신성장을 통해 정부가 얻고자하는 바는 이렇다. 우리경제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혁신성장을 경제·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선도사업 추진으로 성과를 조기 가시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과제로는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등 핵심 선도사업 추진, 전 방위 산업 혁신, 규제혁신·혁신 인프라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지난해 12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평가에서 “산업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간 10대 수출 주력품목 중 반도체 이외 대부분 주력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를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지연되고, 규제개혁 등 혁신성장도 현장에서 체감할만한 성과가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2019년 경제정책 기본방향으로는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지난해와 같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남겨두긴 했지만, 혁신성장의 경우 기존 혁신성장이라는 표현 대신 ‘산업부문 혁신(Big Innovation)’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기존 혁신성장과 같은 개념인지 아닌지를 모호하게 전달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이 가지고 있는 논리가 굉장히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는 공정경제를 강화하면 혁신성장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원래 혁신성장은 수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만든 이들에게서 나온 정책이 아니다”라며 “애초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만 가지고 경제정책을 이끌다가 사회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부터 혁신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혁신성장을 두고 “준비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승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는 “지금까지 정부의 혁신성장은 별 성과가 없었다”며 “지금 수준은 그냥 대기업 민원을 해소해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평가를 할 만큼의 성과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혁신성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미니 인터뷰] 정승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

제조업 르네상스,
한국경제 부활의 해답될까

"혁신성장의 빈자리, 제조업 부흥 전략으로 보완해야"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까지는 별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 그냥 대기업 민원을 해소해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수준이다.

정부의 혁신성장 개념에는 한계가 있다. OECD가 지난 20년간 설파해온 기존의 혁신성장 담론은 R&D를 중시하는 첨단기술·산업 중심이다. 과학기술 집약도가 높은 반도체/전자, IT, 바이오/제약, 로봇, 정밀기계 등을 키우자는 말인데, 이것만으로는 혁신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

혁신성장이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개되면 R&D 집약도가 상대적은 낮은 조선, 기계,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전통제조업이 소외돼버린다. 한국에 닥친 제조업 위기가 여기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중앙과 지방 모두 기존의 혁신성장에 매달리다보니 한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제조업 쇠퇴에는 다들 관심이 없었다.

기존의 혁신성장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으로 보완해야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대로 한국경제에서는 조선업, 기계공업, 자동차산업, 화학산업, 철강산업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전통제조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도권 중심의 IT, 바이오, 로봇만 이야기하지 말고 지금껏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소외됐던 전통제조업을 살리는 것이다.

제조업 르네상스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생산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적 주체들이란 노동자, 경영자 모두다. 개인적으로 노동자 중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술자들이다.

국내에서는 기술자들, 엔지니어들의 발언권이 별로 없다. 근데 서구에서는 기술자들의 발언권이 세다. 기업에서 안전을 담보로 단가를 낮추려고 하면 조직화된 엔지니어들이 ‘안 된다. 그렇게 단가 낮추다가는 품질이 떨어진다,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거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독일에는 TUV 라인란드라는 글로벌시험·인증기관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술을 꾸준히 쌓아온 엔지니어들이다. 엔지니어들이 품질, 안전 등 분야에서 시험, 검사, 평가, 인증을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의 인증을 받기 위해 고심한다. 그만큼 기술자들의 발언이나 힘이 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많이 취약하다.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기술자들이 많은데 노조에서도 발언권이 없고, 회사에서도 발언권이 없다.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인 대접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숙련 기능이 뛰어난 기술자, 엔지니어들이 조직화돼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들의 안전, 상품의 품질 등 업종 전체를 위한 발언을 할 수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가 가능하려면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 GDP 대비 총 R&D 투자액 비율(기업R&D 포함)은 4.3%로, 세계 1위다. GDP 대비 공공 R&D 투자액 비율(기업R&D 제외)도 1.2%로 세계 1위다. 근데 2019년 20조 원에 이르는 공공 R&D사업이 제조업 등 한국경제의 르네상스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공 R&D 일부를 전통제조업 부활에 기여하는 공공 R&D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업 사업장이 몰려있는 울산, 창원 이런 지방을 가보면 R&D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른바 글로벌 수준이라고 불리는 대학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지 않나. 지방대학으로 갈수록 연구비도 많지 않고, 연구비가 있어도 대학원생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겠나.

대기업보다 R&D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마땅히 도움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 전통제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지방대학의 예산과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의 기술 및 산업고도화에 적극 부응하는 지역주도형 공공R&D기관들을 지역에 유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중앙정부 부처들이 일부 R&D사업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