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사서가 없다...공공도서관 50곳 사서 0명
도서관에 사서가 없다...공공도서관 50곳 사서 0명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14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곳 중 1곳은 사서 1명 이하
도서관업무 75%는 사서 몫
현장·학계 “적어도 사서3명은 있어야”

도서관에 사서가 없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www.libsta.go.k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 1,042곳 중 사서가 없는 곳이 50곳에 달한다. 전체 공공도서관 4곳 중 한 곳은 사서가 없거나 한 명(260개)이다. 1관 당 평균 사서 수는 4.3명. 이는 법정 인원의 18.3%에 그치는 수준이다

사서 의존도 높은 도서관 업무
정규직 사서 비중 1%도 안 돼

<도서관법>은 사서 3명을 기본인력으로 두고 장서 수, 시설 전체면적, 봉사대상 인구수 등을 고려해 추가 사서를 배치하는 식으로 법정 사서 수를 강제하고 있다. 현행법의 사서 배치기준이 1988년 이래로 전혀 개정된 적이 없어 근거가 모호하고 현장의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차치하더라도, 한국도서관협회 ‘한국도서관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 등 “적어도 공공도서관 기본 인력으로 사서 3명을 둬야 한다”는 것은 학계와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사서가 3명 미만인 도서관은 406곳으로 전체 공공도서관의 39%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명백한 위법이다. 이런 가운데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전체 도서관 인력(46만 7,333명) 중 사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0.95%에 불과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규직 직원 없이 비정규직 직원들만 있는 도서관도 있다. 강원 춘천시 춘천남산도서관(5명)과 서울 양천구 목마도서관(5명), 경기 시흥시 시흥시매화도서관(3명) 등이 그 예다.

공공도서관 통계는 2년 전 통계가 가장 최근의 것이다. 여기서 사서는 정규직 사서 공무원에 한한다.

하지만 도서관은 ‘사서의 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조현양 경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직무 분석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이 수행하는 8개 영역, 115개 과업 중 다수 업무(73.1%)가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로 사서가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의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발전계획수립(95%), 장서개발계획수립(100%), 예산계획 수립 편성(83.7%), 독서진흥 및 문화 활동 계획 수립(98%), 독서프로그램(93.8%), 독서의 달 행사(95.9%) 등에서도 사서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료=조현양 경기대학교 교수, <공공도서관 직무 분석에 관한 연구> 2014년)

그런데 지난 20여 년 간 공공도서관 1관당 사서수(5.1명→4.3명)는 줄었다. 마찬가지로 공공도서관의 질적 지표인 도서관 1관당 방문자수(33만 1,813명→26만 1,103명), 대출도서 수(15만 1,618권→12만 1528권)도 모두 줄었다. 반면, 공공도서관 수는 크게 늘었다. 1997년 330개에서 2017년 1,024개로 약 3배 증가했고, 1인당 장서 수는 0.25권에서 1.74권으로 약 7배 증가했다.

조현양 교수는 논문에서 “도서관은 증가하지만 1관당 사서 인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무원 총 정원제나 전문직으로서의 사서직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서직에 대한 신규채용보다는 기존 직원의 재배치가 선호되면서다. 그 결과 사서 1인당 업무량이 증가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도서관 문화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나현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 교수도 “국내 공공도서관 현장의 사서배치실태가 그간 우리나라의 괄목할만한 도서관발전과 대조적으로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도서관 사서치현황과 법정 배치기준의 타당성 분석> 2017년)

평생 주말 근무, 어쩔 수 없는 숙명?
1인 사서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이러한 공공도서관의 ‘질적 후퇴’가 사서들의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었을까?

<참여와혁신>은 공주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도개선특별위원장이 지난 4일 충남 탕정온샘도서관에서 충남 지역의 공공도서관 사서 16명과 자리한 간담회에서 ‘1인 사서’들의 고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정지민(가명·28) 주무관은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이자 유일한 정규직이다. 지난 2016년 11월 충남지역 ▲▲도서관에서 사서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지민 주무관은 지난해 1월 ○○도서관으로 배치됐다. 당시 정지민 주무관은 1년 차 9급 공무원이었다. 이 지역 도서관 분관은 분관장을 따로 두지 않아서 사서 한 사람이 도서관 총괄 책임자가 된다.

정 주무관은 공무직 공무원 1명, 임기제 공무원 1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공무직 공무원과 임기제 공무원은 주로 대출대에서 도서 대출과 반납, 도서 정리 업무를 맡는다. 개관 연장으로 임기제 공무원은 오후 2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근무한다.

대출대 업무를 제외한 도서관 업무의 상당수는 사서인 정 주무관의 몫이다. 사서의 기본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수서(收書)는 물론 ‘세계 책의 날(매년 4월 23일)’이 있는 4월과 독서의 달인 9월에 열리는 도서관 주요 행사와 각종 독서문화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도맡는다. 추가로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도서관협회 등에서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길 위의 인문학’ 같은 사업을 공모하면, '되든 안 되든, 업무가 과중 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신청해야 한다. “이용자가 확실히 늘고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사서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정 주무관은 지난해 공모사업 1개와 방학 특강을 포함한 독서문화프로그램 10여 개를 진행하면서 ‘주말 없이’ 일했다고 하소연했다. 사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번갈아 가며 주말 하루를 포함한 주 5일을 근무한다. 정 주무관은 “토요일을 일하고 일요일에 쉬더라도 행사가 있으면 (일요일에도 도서관에) 나가야 한다.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했기 때문에 얼굴을 비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쉬는 날인 주말에 나와 종일 일을 해도 4시간 밖에 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가족 단위 이용자가 많은 주말을 피해서 행사를 기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퇴근 후라도 도서관에서 전화가 오면 늘 불안하다”며 “연가를 내도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쉬고 난 다음날에도 출근해선 ‘별 일 없었죠?’라고 묻는 게 습관이 됐다.

정 주무관은 “전국의 어떤 도서관을 가도 사서가 대출·반납만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사서자격증이 있는 데엔 이유가 있다. 대학에서 분류기호와 저자기호 만드는 법칙만 1년을 공부한다. 그런데 왜 사서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함께 사서 업무를 상의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부담은 줄었을 것”이라며 “몸이 피곤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20대인 그는 지난달 임파선 결핵 판정을 받고 한 달 간 병가를 낸 상태다.

같은 시기 신규 도서관이 개관하면서 ▲▲도서관에 사서로 혼자 남겨진 이진영(가명·34) 주무관도 “일상과 일이 전혀 분리가 안 된다”고 전했다. 이진영 주무관은 “이용자분들이 ‘맨날 도서관에 있냐’고 물을 정도”라며 “작년에는 힘든 줄 모르고 ‘크리스마스 행사’, ‘야외 작은 도서관’ 등 여러 가지 독서 문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그런데 올해는 대폭 줄였다. 행사도 최대한 작게… 작년처럼 하고 싶지만 공무직 공무원 한 분이 안 계셔서 한 달 넘게 야근하느라 여력이 없다. 밤 10시까지 일하다 퇴근하면 쓰러져 자고, 다음날 출근해도 주어진 일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지민 주무관은 “사서 한 사람에게 업무가 과중하면 책이고 행사고 포기하게 된다. 결국 도서관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일 저 일 하다 보면 다른 일이 자꾸 밀린다. 허둥지둥하다 보니까 어떨 때는 일단 일을 대충 ‘봉합’해 놓기도 한다. 너무 힘이 들어서 이건 안 하고 싶다 대충해버리면 이용자들은 사서가 대충 기획한 프로그램을 듣게 된다. 다 느끼고 계실 것”이라며 “어릴 땐 사서가 대출반납만 하는 고상한 직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책만이 아니라 도서관 전체를 관리하는 사람, 지역 사람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더라. 딱딱하지 않고 즐거운 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이지만 정작 책 볼 시간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사서들은 “도서관이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서들의 주말 근무가 숙명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한 보상 없이 주말 근무, 무료 근무가 당연히 인식되는 관행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12년 차 사서인 이은영 주무관(가명·45)은 “사서직의 여성 비율이 83%가 넘는다. 남성보다 여성의 육아 부담률이 높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사서직의 주말 근무는 가정생활에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은영 주무관은 “<도서관법>은 사서가 도서관장을 맡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전국 도서관 중에 사서직이 관장인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농업직이 관장인 곳도 있더라”며 “공주시 등 최근 도서관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평생학습과 소속 팀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는 도서관의 전문성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현양 교수도 “사서공무원의 채용은 공무원 총 정원제와 같은 법적, 제도적 제한은 물론 민생해결과 같은 단기적 해결과제 등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에도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이용자들의 정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서관의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물리적 공간인 도서관과 함께 사서 인력의 확보를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안시공무원노동조합
공주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도개선특별위원장(천안시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4일 충남 아산시 탕정온샘도서관에서 충남지역의 공공도서관 사서 16명과 사서직렬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 천안시공무원노동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낙타 2019-07-16 19:15:16
도서관과 사서 무용론을 들먹이는 사람들은 도서관 이용 자주 안하는 사람들이더군요. 도서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서비스 저하로 인해 사서직을 뽑기 원하는데, 이용하질 않았으니 사서들이 책대출 반납만 하는게 끝이라 생각하고 안뽑아도 된다고 외치는거 보면 참 무식해보이죠.

조동준 2019-07-16 13:15:40
사서만큼 개꿀인 직업이 없는데 무슨 헛소리하냐
공무원으로 사서 뽑으면 철밥통이라 짜를수도없는데
국민들 혈세가 남아도냐. 꿀빨려고 사서 증원할 생각하지말고
다른곳에 혈세써라

조교선 2019-07-06 15:48:18
완전 공감합니다. 사서가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없고 다른 잡무에 시달리며 전문직에서 자꾸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제도를 개선해주세요

ㅇㅇㅇ 2019-06-18 07:42:27
잘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