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여전히 피곤하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피곤하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26 19:50
  • 수정 2019.09.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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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정의당 의원, 전공의 노동조건 문제 해결 모색하는 국회토론회 개최
전공의 근무시간, 2017년 1주 평균 87시간 … 법정 상한 ‘주 80시간’ 훌쩍 넘어

전공의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보건복지위)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9월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전공의법 3년,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공의는 의사라는 직업의 '노동자'이지만 동시에 수련을 받는 '학생'이기도 하다. 의사- 학생이라는 이중적 지위 때문에 전공의는 노동조건에 문제가 있어도 자체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렵다. 입법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 2015년 1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의회에서 통과되고 2016년 말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지난 2월 1일 소아과 전공의 고(故) 신형록 씨가 가천대길 병원에서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전공의들은 주당 평균 91시간 24분을 근무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인 2017년에는 주당 평균 87시간 18분을 일했다. 5시간 6분의 감축이 있었지만 법이 규정하는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 80시간(교육적 목적에 한 해 8시간 추가 가능)이다. 법정기준을 여전히 초과하는 셈이다.

또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19년 전공의 4,8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속병원이 전공의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약 25%(아주 지켜지지 않는다, 270명(5.62%), 지켜지지 않는다, 939명(19.38%))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13.44%(634명)만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공의 94.79%(응답자 665명, 630명)가 근무 이후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했고, 70.22%(467명)가 불충분한 수면으로 인해 업무 수행 시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는 수련환경의 근로시간이다. 전공의가 제도로 자리 잡은 이래 계속된 살인적인 전공의 업무량과 그에 의존하는 병원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도제식 교육, 공공적 요구와 자본적 욕구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된 결과다. 법제화 된 전공의 수련규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소하 의원은 “전공의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근무시간의 문제와 비윤리적, 비인간적 대우의 문제는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주당 100시간이 넘는 격무와 지도교수, 상급전공의, 환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쉽사리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오늘 토론회가 대한민국의 전공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다시 한 번 조명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저 또한 국정감사를 통해서 전공의의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겠다. 우리 모두 신형록이 되어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의 현장을 바꿔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