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0.03 05:01
  • 수정 2019.10.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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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적인 지배구조...사립학교가 변하지 않는 이유
[인터뷰] 권종현 해직 교사
권종현 해직 교사 ⓒ 참여와혁신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권종현 교사 ⓒ 참여와혁신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그래도, 설마.” 하지만 권종현 교사는 해임이 됐다. 지난달 23일 해임 통보를 받은 그는 24년 간 몸 담았던 학교에서 죄인처럼 서둘러 나왔다. 사회 교사로 평소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던 그였다. 권 교사는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 교사와 우천학원의 갈등의 싹은 10년 전인 2009년 틔었다. 우천학원은 서울 구로구 우신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 법인이다. 권 교사는 그해 우신고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고 정책을 비판하다가 우신중학교로 강제 전보를 당했다. 권 교사의 공익제보로 우천학원은 2011년과 2012년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50여 건에 이르는 부조리가 적발됐다. 익명으로 이뤄진 공익제보였지만 학교 내부에선 암암리에 권 교사가 내부고발자로 지목됐다.

같은 시기, 학교는 권 교사가 노동조합 전임자 활동을 하기 위해서 낸 휴직 신청을 세 차례 거부했다. 이후 권 교사는 우천학원이 2014년 서울시교육청 학습연구년 특별 연수 응시 때 필요한 임명권자 동의서를 거부하거나, 2017년 교육부 대변인실 파견 요청을 거부하는 등 인사 불이익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시민단체와 일부 학부모들이 맞선 1인 시위가 갈등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5월부터 한 시민단체는 우천학원의 “비민주적인 운영” 등을 규탄하면서 학교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편에 서서 맞불 시위로 응수했다. 이들은 권 교사를 ‘불량교사’ 등으로 규정하고, 학교 측에 파면을 요구했다. 권 교사는 “얼토당토않은 허위사실이 많았다”고 말했다.

권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학교는 권 교사의 해임 사유로 ‘교사로서의 성실 의무 품위 유지 위반’과 ‘학교장의 정당한 명령 불복종’ 등을 들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우천학원의 해임 결정을 두고 “공익을 위해 내부비판을 멈추지 않은 양심적인 교사를 학교 밖으로 추방하기 위한 보복 징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권 교사를 만났다. 권 교사는 전교조 부대변인을 겸임하고 있다.

- 해임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저를 지지해주시는 구로지역 시민단체가 징계 통보를 받은 날부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저도 어제부터 동참했다. 시민단체에 부탁해서 등하교 시간을 피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신이 없다.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지난해 학부모들은 왜 시위를 벌였나.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지만 지역 내에서 극우단체 활동을 해왔던 분들이다. 나를 ‘비양심적인 교사’, ‘권력에 눈이 먼 교사’,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수단화한 교사’라고 주장하면서 등교길에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열흘 가까이 이어졌다. 학생들에게 사탕과 초코파이를 나눠주면서 ‘나쁜 선생님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전혀 얼토당토않은 허위사실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보기에 너무나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놀란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교육청과 학교, 국민신문고 등에 파면을 요구하는 진정을 지속해서 넣었다. 고소, 고발로 이어졌다. 이게 다 징계 사유가 됐다. 학교는 (내가) 선량한 학부모를 고소하고, 분란을 일으켰다고 봤다. 학교장은 시민단체의 시위를 그만두게 하라고 요구했다. 그만 두게 할 수 없고,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명령에 불복종한 게 됐다.

- 해임 통보를 받은 날 심경은 어떠했나.

학교장이 그날 바로 짐 정리를 해달라고하면서 내일부터는 학교에 출입하지 말라고 했다. 24년을 일했던 학교였다. 갑자기 해임됐다는 사실이 밀려들어 왔다. 선생님들도 너무 황당해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여유 있는 척했다. “해임당하기 딱 좋은 날씨네”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마치 야반도주하는 사람처럼 후다닥 짐을 챙겨 나왔다. 최근 20년 동안 연달아 담임을 맡았는데, 올해 딱 담임을 시키지 않았다. 작년부터 이어진 갈등에 징계를 미리 염두에 둔 것 같다.

- 학생들의 반응은?

해임 소식이 순식간에 퍼졌다. 해임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 1교시에 사회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이 SNS에 ‘차가 밀려서 (선생님이) 오지 않으시는 거겠지’, ‘선생님 답 좀 해보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3학년 학생들은 “이게 말이 되냐”며 화를 내고 분노했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사회에 참여할수록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 학교 운영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정부 정책에 소신 발언을 하면서 교과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으로 민주주의를 학습시켰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런 내가 학교에서 잘렸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숙제 같은 마음이 든다. 내가 학교로 돌아갔을 땐 아이들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정의가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 평소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통하나.

‘개드립(‘개그 + 애드리브’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을 잘하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아이들은 나를 보면 ‘개드립 한 번 날려줘요’라고 말한다.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도 한다. 욕만큼은 안 된다고 늘 당부하지만, 때로는 버릇없이 욕도 한다. 아이들과 격 없이 지내는 것을 불편하게 보는 선생님도 계신다. 하지만 사회 교사의 본령은 민주주의를 학습시키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자유나 평등, 인권 등의 민주주의적인 가치들을 일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권종현 교사의 페이스북 게시물.
2일 오후 권종현 교사의 페이스북 게시물 캡쳐. 

- 2011년 서울시의회의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 감사에 공익제보를 했다. 이유가 있었나.

우신고는 자사고로 전환된 뒤에도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곳곳이 엉망이었다.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천학원의 회계, 재정, 인사, 학사와 우신중학교 직영 급식 전환 해태 등에 대해 A4용지 13쪽을 빼곡히 채워서 공익제보를 했다. 자칫하면 바로 파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각오가 있었다. 당시엔 공익제보 개념이 없었다. 공익제보에 관한 서울시 조례는 2014년에 만들어졌다.

공익제보로 당시 이사장과 고등학교 교장이 행정사무 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2012년 특별감사에서 50여 건의 부적정이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과 교감에 각각 파면과 정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징계하지 않았다. 교장은 임기를 마친 뒤 퇴임했다. 교감은 오히려 승진했다. 당시 고등학교 교감에서 중학교 교장을 4년을 지내다가 지금은 고등학교 교장 겸 법인 이사가 됐다. 이번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왔다. 교육청이 공식 감사 결과로 중징계를 요청한 사람이, 도리어 승진을 거듭해 비리를 제보했던 교사를 잘라버린 전형적인 사례다.

이 사건 하나로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의 문제가 드러난다. 사립학교의 모든 징계 권한은 법인 이사장에게 달렸다. 교육청은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권한이 없다. 지난 2년 동안 언론 기고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 사립학교법의 인사권, 특히 징계권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해온 이유다.

당시 제보는 익명으로 이뤄졌다. 그래도 이심전심으로 알았다. 학교 이사장과 교장들이 ‘권 선생은 왜 그 정도로까지 했냐’고 묻는데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밝히면 바로 징계 사유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보한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에 징계가 확정되고 나서다.

- 선생님들과 어떻게 지냈나?

중학교 급식이 직영으로 전환된 최근 6~7년 동안 교직원 중에서 유일하게 매일 학생들과 학생식당에서 줄을 서서 밥을 먹었다. 학생들이 ‘왜 선생님은 선생님 식당가서 (밥을) 안 먹느냐’고 물으면 ‘선생님은 왕따여서 그래’라고 답했다.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아이들은 전교조가 뭔지도 모른다. 학교 관리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과는 관계가 좋았다.

- 다른 전교조 선생님들은 없었나.

30명이었다가 최근에 20명으로 줄었다. 학부모들이 교육권 침해 등으로 낸 민사소송 과정에서 저를 잘 아는 지역 시민단체와 학부모님들, 선생님들이 재판부에 탄원을 해줬다. 학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탄원에 참여한 15명의 선생님에게 1, 2차 진술서를 요구했다. 이사장은 퇴근 후 선생님들을 한 명씩 불렀다. 4~5시간 동안 선생님들이 탄원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뒤에 선생님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서명을 요구했다. 선생님 모두가 서명했다. 선생님 13명이 경고 처분을 받고, 2명이 주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들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 사립학교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사장의 독점적인 지배 구조가 핵심적인 문제다. 인사와 재정 등 모든 권한이 이사장에게 집중돼있다. 많은 젊은이가 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량진 고시촌에서 청춘을 바친다. 그렇게 해서 교사 자격증 하나를 딴다. 그런데 교사 수십 명을 통솔하고 인사권을 발휘할 수 있는 이사와 이사장은 아무런 자격 조건이 없다. 교육계에서 1분도 근무하지 않아도 오로지 인맥과 혈통에 의해서 이사장이 될 수 있다. 연임 횟수도 무제한이다. 국가로 따지면 검사 혼자서 고발을 한 뒤 수사와 기소를 하고, 재판부를 구성해서 재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립학교 교사들은 모든 판단 기준에 이사장의 의중을 둔다. 이사장이 술을 좋아하면 술꾼이 늘어나는 학교가 된다. 교장은 4년 뒤에 바뀌어도, 이사장은 교사가 퇴직한 뒤에도 같은 사람이 이사장이란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사회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미투 사건이 불거진 학교 30~40곳 중에서 2곳을 빼고, 사립학교였다. 중·고등학교 사립학교는 전체 학교의 절반이 안 된다. 그런데도 사립학교에서 대부분 미투나 성적 비리, 각종 채용 비리 문제가 터진다. 언론은 학교가 공립인지, 사립인지 따지지 않지만, 따져보면 대부분 사립학교다. 내부 고발이 굉장히 힘든 구조다. 사립학교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그동안 교육청은 사립학교에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공교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립학교를 포기하고서 교육 혁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청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학을 견제하고, 지도·감독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 해임된 뒤 후회는 없었나?

가끔 ‘내가 뭐가 잘 났다고 남들처럼 살지, 왜 이리 힘들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 같다. 그렇게 저항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아내가 해임 통보를 받은 날 학교로 데리러 와주었다. 근사한 저녁을 사주면서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아들들도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요즘엔 집에 들어가면 예전보다 더 청소와 빨래를 열심히 한다. 가족의 신뢰를 잃고 싶지 않다.

- 전교조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1989년에 전교조가 출범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교조 출범식 현장을 지켜봤다. 1996년에 교사가 되자마자 전교조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서 가입 신청서를 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사무실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전교조가 합법화가 된 뒤 각종 사립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한다면 결국은 이기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제가 그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다.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서고 싶다.

권종현 교사가 우천중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종현 교사
권종현 교사가 우신중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종현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