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좋은 돌봄노동과 돌봄의 사회화는 하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좋은 돌봄노동과 돌봄의 사회화는 하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1.15 15:21
  • 수정 2019.11.1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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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돌봄노동 제공하기 위해 돌봄노동자 노동조건 개선돼야”
“돌봄의 공공성 확립하는 ‘1세대’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현장 지부될 것”

[인터뷰] 김혜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

지난 달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지부장 김혜미)가 설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가 설립된 지 얼만 안 된 만큼 서울시사회서비스원도 개원한 지 몇 달 안 됐습니다. 노사 모두에게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공공인프라 확충, 직접운영, 직접고용)를 위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전문가의 요구가 모여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됐습니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전국 4개 지역(서울, 경기, 대구, 경남)에 지역 사회서비스원으로 개원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도 민간 영역에 맡겨졌던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보육 등 돌봄 분야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활동 목표는 ▲돌봄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성과 서비스질 향상 ▲사회서비스 종사자 직접 고용으로 종사자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 등입니다.

활동 목표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돌봄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받쳐줘야 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도 큽니다. 여러 고민 속에 첫 걸음을 내딛은 김혜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13일 수요일 오후 3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은평종합재가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안녕하세요. 지부장님,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김혜미입니다. 2018년부터 구립 데이케어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개원하고 공개 채용을 했는데, 시험을 봤고 합격해서 이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을 합니다. 지난 달 설립 총회를 했고 지부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은 이전 직장에서도 하셨나요?
2018년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는 않았고요. 같이 일하던 동료가 노동조합 활동을 했어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불합리 한 것들을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해 5월에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에 가입했었죠. 지금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소속이지만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도 소개 해주세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어요.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본부 행정직원, 앞으로 함께 일할 보육교사도요. 현재는 60분의 조합원과 함께하고 있고 과반 노동조합이고 대표 노동조합입니다.

지난 달 설립 총회하셨는데, 첫 발을 내딛기 위해 고민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생님들(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이 노동조합에 친숙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으시니까요.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서 함께 좋은 방향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 우선 감정노동이 심해요. 치매 어르신들 경우에는 잘 있으시다가 갑자기 돈이 없어졌다며 도둑으로 내모는 일도 벌어져요. 데이케어센터나 시설요양에서는 쉬는 시간이 부여된다더라도 돌봄 이용자들과 그 층에 같이 있다거나, 그 옆에 앉아있는 거죠. 온전히 자기 휴식 시간이 없어요. 식사 시간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일터에서 대우도 그래요.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파출부나 가정부 대우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성추행, 성폭력도 있고요. 혼자 가다보니 그런 일이 발생해요. 그리고 혼자 일을 맡다보면 큰 체구의 와병환자 어르신을 모시면 요양보호사 본인이 다치는 일도 있고요. 그런데 산재 처리가 잘 안 되죠.

임금 조건도 열악해요. 각종 수당도 못 받는 경우도 있고요.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나마 조건이 민간보다는 좋았던 구립에서도 여전히 최저임금 테이블이고, 연장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구립 같은 경우도 수당 관련해서 얼마가 나왔고 어떻게 쓰였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안 해요. 그리고 일부 센터장이나 기관장은 먼저 노동조합 활동하면 불이익 준다, 일하기 힘들다 이런 말을 해요. 민간 영역의 경우는 더욱 심하죠.

민간 영역은 더 열악하다는 거죠?
민간은 이윤을 위해서 비용 절감을 하니 더욱 열악하죠. 예를 들어 요양보호사들이 계약 기간이 1년을 넘지 않아요. 1년 넘으면 퇴직금이 발생하니까. 그래서 해고도 많죠. 돌봄 이용자를 뺏기기 싫어서 굉장히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이용자들에게 요양보호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강요하기도 해요. 요양보호사를 갈아치울지언정 돌봄 이용자에게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하지는 않죠.

돌봄노동을 둘러싸고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이러한 문제들이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강화하면 조금이라도 해결될까요?
돌봄노동이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돼 있고, 특히 요양 같은 경우는 90%가 개인 사업자예요. 그런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쌓이고, 구립 같은 지자체에서 생기는 문제도 쌓이면서 돌봄노동자,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어요. 그 과정에서 사회서비스원이 만들어진 것이고, 사회서비스원에서 양질의 표준화된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죠. 돌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처우 문제도, 돌봄 이용자들의 서비스 질도 나아졌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경우 돌봄SOS라고 해서 민간 영역이 힘들고 돈이 안 되는 초중증 1인 노인 가구의 어르신과 연계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요. 한 분당 1년에 60시간이고요. 공적 영역의 공동체에 대한 윤리적 책무죠.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고요. 그리고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봄서비스를 나갔다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2인 1조로 돌봄서비스를 나가요. 서비스 질도 당연히 높아지고 성추행, 성폭력으로부터 위험 노출 정도가 확연히 줄죠. 돌봄의 사회화를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그런 게 돌봄의 사회화 아닐까 해요.

그렇다면 돌봄의 사회화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역할, 그리고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보통 돌봄의 사회화라는 게 이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에요. 처우가 나빠지면 이직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고 돌봄서비스 이용자들도 좋아하지 않아요. 돌봄노동이 외적으로 단순히 거동이나 세면 같은 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내적 서비스인 대화와 같은 정서적 차원의 서비스도 제공하는 거니까요. 거기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선도적 모델을 확립할 수 있고 민간 돌봄서비스 영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리고 현장에서 그러한 좋은 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현장 이야기를 잘 담아서 모델에 반영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죠. 그러면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과 돌봄서비스에 대한 방향성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초대 지부장님으로서 앞으로 포부 한 번 말씀해주세요.
서울시사회서비서원지부를 설립해서 매우 기뻐요. 선생님들과 함께 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힘이 생기니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러한 힘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서비스 모델을 실현시키는 노동자들을 위해 쓰는 거고요. 이처럼 돌봄노동자들의 권리신장에 우리 노동조합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공부문의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첫 발을 내딛은 노동조합이잖아요. 우리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1세대'라는 말을 조합원들과 같이 하는데요. 돌봄노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우리 노동조합이 앞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