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논란, 이것이 궁금하다
공공 논란, 이것이 궁금하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09.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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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 Issue 공공 전선 이상 없나 ③ 쟁점 분석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우려

모두에게 버림받은 단어 ‘선진화’

의견1_ 말만 바꾼 일종의 ‘사기’

일단 ‘선진화’란 용어를 MB정부의 핵심 이론으로 등장시킨 사람은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 연구소장을 지내고 MB정부 출범에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현 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가 주장하는 선진화는 ‘한반도 선진화와 공동체 자유주의’로 요약된다. 즉, 극좌적 역사관, 반법치주의, 악(惡)평등주의, 집단주의, 포퓰리즘의 5대 반선진화 사상을 극복하고 완전한 자유시장주의체제로 전환해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선진화론’에 대해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말만 민영화에서 선진화로 바꾼 ‘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 김영호 대표는 “사유화라는 의미에 대해 국민적 저항감, 거부감이 있으니까 정치적 수사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어떻게 공적 영역을 사유화하는 것을 선진화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동아대 강신준 교수도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선진화는 결국 민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닌가”라며 “민영화 하게 되면 사적 이해관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공적 이해를 사적 이해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견2_ ‘선진화’는 개혁의지 후퇴

그런데 11일 발표됐던 1차 발표가 매우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재계 유관기관이나 민영화에 찬성하는 학계에서도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처음에 공기업 중 60여개 기관을 민영화하겠다는 이야기였는데 그것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라며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 민영화가 가장 효과적인데 이익단체에만 귀를 기울여 개혁의지가 후퇴했거나 상실한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단순히 혁신을 해서 공기업에 가치를 높이는 그런 차원의 개혁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며 “선진화란 단어는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구호이거나 성격에 맞지 않는 용어를 도입한 것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건국대 이미경 경영정보학 교수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MB정권의 공기업 개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리송한 점이 많다”며 “공기업이 국가가 준 독점사업권을 영위하면서 번 돈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하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개혁하는 것인지,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해 시장경제를 키우자는 것인지, 공기업을 팔아 조성된 재원으로 MB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ㆍ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인지 등등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도 선진화란 단어에 대해 “용어에서 이미 후퇴한 것”이라고 규정한 후 “원래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민영화가 도저히 불가능한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를 하는 것이 공기업 개혁의 핵심인데, 정부가 반민영화 정서를 의식한 나머지 선진화란 단어로 본질을 흐려버렸다”고 비판했다.

 

개혁은 있지만 인력감축은 없다?

의견1_ 구조조정 없는 개혁, 가능한가?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기업 선진화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자연감소와 명예·희망퇴직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민영화 대상 기관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영화, 통폐합, 기능 재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공기업을 포함해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경영효율화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리해고 없이 조직 및 인력은 기관 고유의 핵심기능 수행에 필요한 수준으로 감축 운영하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임원 등 단위부서장과의 경영계약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아울러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동계나 학계 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구조조정이 없을 수는 없다”며 “공기업의 사정은 상당히 방만할 뿐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고유사업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업,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최 박사는 “정부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는데 민영화되는 공기업의 경우 효율성 차원에서 인력 조정이 필수적인 것을 정부가 막겠다는 것이 되고, 이는 민영화의 핵심과는 벗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도 “만약 구조조정이 없다면 주공, 토공을 통합하면 직원 6천여 명의 대규모 공룡기업을 탄생시키게 된다”며 “이것을 선진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정부의 저자세를 공격했다. 또한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민간기업이 알아서 할 일을 왜 정부가 개입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의견2_ 정부를 믿을 수 없다

노동계는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연맹 윤춘호 선전국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윤 국장은 “기존에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퇴출하는 과정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고 했지만 서비스지원단을 만들어서 조합원을 못 견디게 해 스스로 나가게 하는 일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며 “또한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 병폐로 등장했는데 자연결원을 보충하지 않겠다는 것도 결국 하나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이재기 정책실장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여건을 들춰보면 실업률이 높아져 있고 참여정부에서 신경써왔던 저출산, 고령화 관련 기능이 새 정부 들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가 도래하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연령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며 “실업률도 낮춰야 하고 고령화된 활동인구 유입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지금 현재 공기업 개혁하면서 인위적 구조조정을 가했을 경우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40, 50대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 김영호 대표는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이야기는)말도 안 된다”며 “한국에서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인력감축으로 요약되었던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있지만 인위적인 조정은 없다는 것은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찬성론자들은 인력 구조조정이 없는 한 공기업의 개혁은 요원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고 민간 기업의 경영혁신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며 노동계는 정부가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때문에 현재의 방침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작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보호받지 못한다

한편 이런 논란의 와중에 지난 8월 12일 공공기관비정규직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2008년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이란 문건이 한 언론사에 의해 폭로되었다. 추진위는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개혁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 2년 이상 근무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약 2만여 명에 대해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을 예외로 하거나 기관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결국 공기업 개혁이 진행될 경우 비정규직의 계약해지를 제일 먼저 실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어서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조직개편, 업무량 감소 등이 예상돼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무기계약 전환 의무를 아예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물로 삼아 공기업 민영화를 강행하고 나아가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소한의 조항인 ‘2년 이상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조차 무력화시켜 비정규직법을 아예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으로, 법과 원칙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과 사용자편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지난 8월 13일 논평을 통해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 무기계약 전환 계획이 일방적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비정규직 고용불안과 비정규직법 위반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 김영호 대표는 “비정규직의 해고가 오히려 공기업의 생산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권이 노동정책이 없어서 그렇다.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이재기 정책실장도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부에서 그 부분을 거론하고 나왔지만 잘못된 것”이라며 “비정규직 관련해서는 정부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공공연맹이나 한국노총이 싸워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잘 팔기는 할까?

정부의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는 민영화 대상으로 산업은행과 산하기관,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공적자금투입기관 14개를 선정했다. 그리고 2차 선진화 방안에서는 한국공항공사의 민영화를 결정했다.

인천공항 매각 대상은 이미 결정돼 있다?

‘알짜배기’ 공기업으로 평가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매각을 둘러싼 반발이 거센 가운데 최근 기름을 붓는 일이 발생했다. <한겨레21>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인수할 유력한 인수 주체가 호주의 시드니 공항을 운영 중인 호주 최대 투자은행 매쿼리 은행그룹인데 공항, 항만, 도로 등에 투자하는 매쿼리인프라펀드의 감독이사 S씨와 공기업을 평가하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있는 H교수가 매우 밀접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해외에서의 서비스평가 1위에도 작년 공기업 평가에서 전체 14개 공기업 중 12위에 머물러 의문을 자아냈다. 그 공기업 평가를 진행한 것이 H교수가 참가하고 있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라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이모씨도 해당 기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가 외국자본인 매쿼리에게 이득을 보장하기 위한 행위라는 의심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김영훈 총무국장은 “매쿼리라는 회사가 인천공항고속도로 지분의 24%를 보유하고 있고, 인천공항고속도로 이외의 많은 SOC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한겨레21에서 보도한 의혹도 이런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아직 매각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MB정부와 매쿼리와의 연계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김포, 제주, 김해공항까지

정부의 2차 선진화 방안에서 민영화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한국공항공사는 14개 공항을 일괄 독점운영해 효율성이 낮고 서비스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적자공항의 적자를 김포·제주 등 흑자공항의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어 적자공항의 적자 축소 등 경영개선 노력에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민영화 결정 논리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노조 최병구 교육선전국장은 “적자공항이 생긴 이유는 정부의 무차별적인 난개발, 지역정서를 감안한 전시행정의 결과이지 공사가 운영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부가 한국공항공사를 민영화하기 전에 “일부 국내 공항의 경영권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은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레이더, 계기착륙장치 등 첨단 항행안전장비들이 전국적인 네트워크에 의해 종합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어 개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마찬가지로 공항이 민간에 매각될 경우 민영화 이후 질 낮은 서비스와 높은 공항이용료로 원성이 드높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이나 호주의 시드니 공항처럼 될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정부가 무슨 복덕방?

공적자금 투입 기관에 대한 민간 매각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다. 인수의향서 제출마감 결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민영화는 공적자금 투입단계부터 “조속한 시일 내에 민간에 이양”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에서 매각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 김영호 대표는 “공적자금투입 기관은 재벌들의 부실이 집단 부실이 되어서 국민의 돈으로 살려낸 것”이라며 “그렇다면 돈을 최대한에서 회수하기 위해 자산평가도 제대로 하고 주가도 제대로 평가한 다음에 해야 국민의 손해가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의 매각시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은 “현재의 주가가 적정하냐 아니냐는 정부가 예언가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다”며 “매각에 대한 가치는 시장이 판단할 문제이지 정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러한 논란이 의미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증시상황을 보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무슨 복덕방도 아니고 매물이 나오면 적당히 팔겠다는 식”이라며 “공적자금투입기관에 대한 정확한 실사와 자산가치 확보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국민의 혈세가 투여된 것에 대해 최대한의 자금회수가 원칙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조급하게 매각의 깃발을 든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혁신도시와 공기업 민영화, 지역갈등의 새로운 뇌관

1차 선진화 방안은 지역갈등이라는 새로운 불씨까지 가져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토균형개발의 일환으로 공기업의 지방이전을 통해 혁신도시 건설을 시행했다. 대부분의 지방 혁신도시는 토지보상까지 거의 완료된 단계이다.

그러나 MB정부가 공기업의 통폐합과 민영화를 주장하면서 혁신도시를 통해 지역발전을 기대하던 주민들은 혹시 혁신도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주공, 토공 통합이 지역갈등으로 비화 지난 8월 14일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주공 토공 선진화 관련 토론회’는 주공·토공의 통폐합보다 주공·토공의 이전 예정지로 되어있던 전라북도 전주와 경상남도 진주 지역 주민들의 성토대회장으로 변했다.

전라북도 의회 소속 김성주 의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존 정부 계획대로 토공은 전북으로, 주공은 진주로 내려오는 것”이라며 “혁신도시 계획이 틀어진다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에서 올라온 시민도 “우리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혁신도시 보상과정에 협조했는데 이제와서 통합한다면 지방 기업이전은 어떻게 되느냐”며 “공기업을 개혁하더라도 주공을 비롯한 12개 공공기관이 그대로 이전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문제에 있어서 전주는 완강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토공의 지방이전은 전주혁신도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에서 주공이 토공을 흡수하는 형태라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전주지역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반면 진주는 양 기관이 통합하더라도 주공 중심의 통합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전주와 같이 완강함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지역 반발이 지역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일단 주공은 진주혁신도시로, 토공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이 되더라도 토공의 주요 기능 부서는 전북으로, 주공의 주요 기능 부서는 진주로 옮기겠다는 고육지책인 것이다.

신보·기보 통합은 대구와 부산의 싸움으로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통폐합 문제는 결국 2차 선진화 방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 등은 이들의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다만 기보의 본사가 있는 부산지역민들과 대학 이공계 등 기보의 존치 주장이 완강해 정부에서 눈치를 보는 형국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지역을 비롯해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전국 이공계 교수들은 기보의 독자 존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기보의 본사가 위치한 부산지역의 정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8월 27일 ‘기보 사수를 위한 범시민 대책위’까지 구성하며 통합에 극렬 저항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경우 전국적인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금융기관인 기보가 신보에 통합되어 버릴 경우 부산을 금융 허브 도시로 만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들어가 있다.

신보가 이전할 예정인 대구지역 또한 부산지역보다는 덜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양 사의 통합으로 기보의 본사인 부산에 통합 본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정부는 3차 선진화 방안에서 신보, 기보 통합 문제를 다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 지역의 이전투구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 문제가 정리된 이후라도 지역감정이 좋을 리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