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앞, 그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
서울반도체 앞, 그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20 16:45
  • 수정 2019.12.2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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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서울반도체노조 위원장, “노동조합 인정하고, 작업장 안전하게 만들어야”

[인터뷰] 박정훈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12월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박정훈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 위원장. ⓒ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

지난 8월 27일 안산시청 앞에서 안산시흥지역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19곳은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이하 안산시흥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후 안산시흥 네트워크는 지난 11월부터 서울반도체 앞과 안산시청 및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그리고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안산시흥 네트워크가 릴레이 시위를 하게 된 계기에는 안타까운 두 사건이 있었다. 올해 4월, 2015년부터 서울반도체에서 일하던 이가영 노동자가 악종림프종으로 투병 끝에 죽음을 맞았다. 이가영 씨는 그나마 작년 10월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전후무후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 2월 서울반도체가 이가영 씨에게 산재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이가영 씨가 죽고 나서야 서울반도체는 산재취소 소송을 취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당한 일은 또 발생했다. 신안산대학교에서 서울반도체 사내하청업체인 SI세미콘으로 장기 현장 실습에 참여한 실습생을 포함해 6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방사능에 피폭된 것이었다. 작업속도를 이유로 방사선을 차단하는 조치를 생략한 결과였다. 노동자들은 해당 공정이 얼마나 위험한 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서울반도체 방사능 피폭 사건은 크게 이슈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고 박정훈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 위원장은 말한다. 박정훈 위원장에게 서울반도체 및 안산-시흥지역 공단의 노동조건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12월 19일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안산시흥네트워크가 릴레이 1인 시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서울반도체 피폭사건 전인 올해 4월 8일에 악성림프종 혈액암으로 이가영 노동자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인 작년 10월에 산업재해 판정이 났는데, 올해 2월 서울반도체에서 산재승인 취소 소송을 걸었죠. 그래서 저희 한국노총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이랑 민주노총 안산지역지부, 그리고 시민단체 여러 곳과 함께 안산시흥 네트워크를 결성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4월 달에 결국 이가영 노동자가 돌아가셨죠.

그런데 4개월 만에 서울반도체에서 방사능 피폭 사건이 발생한 거예요. 그 때 언론화가 많이 됐죠. 그럼에도 사측은 사과는커녕 재발 방지 대책이나 피해자 보상 계획 같은 게 없는 상태에요. 그래서 지난 달부터 주말 빼고 매일 서울반도체 회사 앞,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요.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는 반올림에서 매일 피켓 릴레이를 하고 있고요.

안산 시흥지역 공단의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안산에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있는데 크기는 엄청 크지만 중소기업 위주여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업체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중소기업이 워낙 많다보니까 근무환경이라든지 복지나 급여 등에서도 많이 대기업보다는 떨어지고요. 특히, 안전 교육이 그동안 많이 안됐어요.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는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 전에는 거의 없었죠. 이번 8월에 방사능 피폭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선 검사하는 장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위험성이 있다는 교육이 없었죠. 사람들이 모르고 작업한 거예요.

서울반도체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노조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작년 7월 15일에 서울반도체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어요. 그후 단체교섭은 27차 끝에 마무리가 됐죠. 그동안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에도 갔다 왔어요. 그럼에도 단체교섭이 결렬돼서 파업도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도 한두 번 더 실무교섭 해보자 생각했는데, 진행하던 중에 피폭사고가 발생했어요. 그러다보니 회사도 빨리 마무리 지으려 했죠. 그렇게 해서 금방 단체협상이 체결된 것 같아요.

현재 서울반도체노동조합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습니까?

원래 서울반도체가 100% 정규직이었어요. 하청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2012년도부터 하나의 팀별로 하나씩 사내하청으로 외주화 했어요. 예를 들어, 설비팀, 품질팀, 검사팀 따로따로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된 거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퇴사하기도 했고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으니까 남아 있는데, 회사는 퇴사자 자리에 하청업체 소속 신입 사원을 뽑았어요.

안산시흥네트워크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안산시청,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원자력안전위원회, 서울반도체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금속노련 서울반도체노동조합 

하청 전환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노동강도가 세지다 보니 아파서 그만두는 사람이 늘었어요. 이직률이 높아진 거죠. 일반 전자업체보다 서울반도체의 노동강도가 세요. 12시간 맞교대, 2조2교대를 하고 있어요. 주52시간 상한제가 작년 7월에 시행돼서 일주일에 2번 쉬는 것으로 개편해서 현재는 잔업을 모두 할 경우 주51.95시간을 합니다. 원래는 주 1회 휴무가 거의 전부였어요. 아직도 3조2교대나 다른 형태가 아니라서 갑자기 퇴사 하면 인원도 부족해요.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도 교대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현재 노동조합이 회사에 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무엇입니까?

다른 회사를 가봤는데, 작업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관리가 어느 정도 돼있었어요. 그리고 작업 환경이 개선이 돼서 어느 정도 인원이 부족하더라도 다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라인이 구축돼 있거든요. 그런데 서울반도체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물량이 없는 경우 인원을 원활하게 라인 배치하고, 검사 공정에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해서 불량률을 낮출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사측은 노조 설립 이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생산직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전환배치를 했어요. 노조 설립 이후에 생산직 정직원을 한 명도 안 뽑았습니다. 퇴사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요. 작년에 총 직원 수가 1,05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870명이에요. 잠깐 바쁠 때 알바생들은 뽑았지만 정규직은 충원이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경기가 어딜 가나 어렵잖아요? 그나마 그래도 저희는 흑자를 보고 있어요. 작년에도 순이익이 600억 원 정도로 알고 있어요. 올해는 줄었지만 400억 원 정도 발생했어요. 그런데 노조가 설립됐다고 직원들한테 두려움을 주고 있어요. 매주, 매월마다 직원들한테 뉴스 강의식으로 ‘회사가 너무 어렵다. 언제 망할 지도 모른다’며 압박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꺼려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노동조합 인정하고 단체협약까지 체결됐으면 노동조합이 회사에 도와줄 것 있으면 도와주고 회사가 어렵다면 임금 협상 할 때 논의해서 같이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점점 ‘와해’식으로 가다보니까. 어려움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10월 초에 갔다 왔어요. 당시에 국정감사 이후 원안위의 조사결과를 바로 발표 한다고 했는데 미뤄지고 있어요. 원안위가 행정처분 내용과 피폭선량계를 발표해야지 회사도 그에 따른 피해자 보상이나 대응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원안위에서 미뤄지다 보니까 노동부도 마찬가지고 회사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에요. 원안위에서 입장 발표가 없으니까 계속 미뤄지고 있는 거죠. 담당자와 통화 해보면, 서울반도체 건 하나가 아니라는데 어서 결과가 나왔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