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말하는 2019년, 바라는 2020년
노동자가 말하는 2019년, 바라는 2020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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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2019년, 어땠나요?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9년은 저물었지만 여전히 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싸움이 끝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했습니다. 물론 지난해 투쟁을 마무리한 노동자들도 남은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말하는 2019년, 바라는 2020년을 <참여와혁신> 기자들이 들어봤습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도명화 민주노총 일반연맹 부위원장(48)

2019년
평생 살면서 한 번 겪어볼까 싶을 정도로 해고와 투쟁, 큰일을 겪었어요. 우리는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연대가 무엇인지 알며 서로 단단해진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의사표현 하나 못 했던 우리가 이제는 당당하게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가족에게는 많은 시간을 같이 못해서 미안한 한 해였어요.

2020년
올해는 직장으로 다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일터에서도 우리 자신을 잃지 않고 직장 동료로서도 단단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요.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김상미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남인천영업소지회 조합원(51)

2019년
설마 했는데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13년을 근무한 일터에서 직접고용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절박함에 투쟁을 함께하면서 동지애를 알게 됐고 연대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기득권은 힘없는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에 분노하며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함께 노력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철벽같음을 실감했습니다.

2020년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거리에서 노숙하며 투쟁한 우리 동료들이 직접고용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도로공사는 우리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존재로 취급하며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지만 기필코 견뎌내고 승리할 겁니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꼭 증명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지훈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38)

2019년
한국노총과 함께 전국삼성전자노조를 출범해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삼성그룹 다수 임원이 노조해체 행위에 대한 실형을 받아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더 많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노조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해 불법노동행위를 막고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이뤘으면 합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유제열 민주노총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31)

2019년
올 한 해요? 힘든 한 해였어요. 가족과 많은 시간도 못 보냈고요. 그렇다고 교섭에 있어서도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없고 항상 같은 패턴으로 한 해를 보낸 게 아쉬워요.

2020년
내년에는 정반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일도 하고 교섭도 잘 마무리돼서요. 어차피 사측하고 저희가 안 볼 사이는 아니잖아요. 이제 웃으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합니다. 가족도 이제 편하게 지내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송승현 민주노총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31)

2019년
노조가 생기고 인간답게 살기위한 몸부림의 한 해?(웃음). 처음으로 팔뚝질도 하면서 자본과 싸우는 일이잖아요. 개인으로 싸우기 힘드니까 역시 단결이 중요하더라고요.

2020년
이제 빨리 단협 체결하고 우리 조직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권혜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사서분과장(40)

2019년
아무도 가능할 것이라 믿지 않았던 학교도서관진흥법이 개정됐어요. 경기도교육청이 교육공무직 사서의 신규채용을 멈추고 기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할 때, 교사라도 고용이 불안하다면 안정적인 도서관 운영에도 노동자에게도 절대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주장이 이겼습니다.

2020년
500여 개 학교 기간제 사서교사가 2월 29일이면 계약기간이 종료됩니다. 교육공무직 사서는 전보도, 타시도 간 교류도 허가하지 않겠다는 소문도 돌고요. 무기계약직 수를 적극적으로 줄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의지가 생겨요. 앞으로도 모두가 절망을 말할 때에도 희망을 말하는 단 한사람이 있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제가 되고 싶습니다.

ⓒ 전교조
ⓒ 전교조

권종현 전교조 부대변인·해직교사(51)

2019년
2018년부터 2년 동안은 제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였습니다. 학교재단과의 갈등이 지난해 9월 해임으로 귀결됐고 아직 싸움을 지속해오고 있어요. 지금은 용기를 주는 목소리가 많아 크게 좌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고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던 한 해라고 생각해요.

2020년
총선도 있고 분위기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총선과 상관없이 소청심사 등을 통해 학교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학교로 돌아가면 고난의 시간이 있겠지만 졸업생이나 재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저를 응원하고 있고, 그건 저에 대한 응원을 넘어 사립학교의 모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라고 생각해요. 교육적폐나 모순, 특히 사립학교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김석보 한국노총 우정노조 완주우체국지부 지부장(49)

2019년
그동안 총파업 결의대회 등을 하면 지부장이나 부서부장 몇 명 정도만 상경해서 구호만 몇 번 외치다가 오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 조합원이, 어떤 직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체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함께 해서 뜻 깊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집배보로금도 소송인단 모집하는 등 어렵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예산과 내년 예산까지 확보해서 한시름 놨다는 생각도 드네요.

2020년
바람이 있다면 토요집배가 시행되는데 이게 근로조건 악화를 가져와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을 줄이는, 정부 시책과 반대로 가는 정책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또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서 현장조합원들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 철도노조
ⓒ 철도노조

조성곤 민주노총 철도노조 구로차량지부 부지부장(51)

2019년
철도파업이 기억에 남아요. 4조 2교대 안전인력 충원이 큰 이슈였지만 결과는 잘 되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안전인력 충원을 원하는 이유는 연속 야간 교대근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피곤하고 몸이 지칩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확보하고자 했는데 완벽하게 해결이 안 돼 아쉽습니다.

2020년
4조 2교대 안전인력 충원이 2020년에도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철도노동자가 좀 더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합니다. 몸도 건강하고 정신도 건강하게 일하며 노동자의 안전과 철도안전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 JTI코리아
ⓒ JTI코리아

이성진 한국노총 식품노련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48)

2019년
사측과의 협상 타결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949일 동안 투쟁 속에서 믿고 따라와 준 조합원에게 감사합니다. 장기간 투쟁 속에서 많이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를 지켜줘서 개인적으로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2020년
노동조합의 권리분쟁이 아직 진행 중입니다. ‘태업으로 인한 무노동 무임금’ 항목으로 조합원들의 임금 삭감이 진행되어 왔거든요. 태업인지 준법투쟁인지 가리기 위해 지금도 소송 중이고 올해는 아마 민사소송으로 들어갈 것 같아요. 2020년에는 권리분쟁에서 좋은 판결이 있길 기대합니다.

ⓒ 건설노조
ⓒ 건설노조

김산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지부 조합원(25)

2019년
건설노조 ‘2030 청춘버스’가 먼저 떠올라요. 전국에서 청년 조합원들이 모여 서울노동청, 일자리위원회,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공공기관에 직접 찾아가서 우리의 요구사항과 노동기본권을 이야기했거든요. 우리의 요구안을 모두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성취가 있었던 임단협도 기억에 남고요.

2020년
건설 현장에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50~60대 건설노동자들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그 공백을 채울 젊은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얼른 많이 들어와 장인들의 기술도 배우고요. 그리고 2020년에는 법으로 보장됐는데도 건설노동자는 받지 못하는 주휴수당을 꼭 쟁취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40)

2019년
우리에게 이 기나긴 터널과 같은 싸움은 언제 끝날까? 이런 고민으로 시작했었던 새해였건만 봄이 오기도 전에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직원의 반이 정든 직장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2019년은 남은 사람에게 전보다 더욱 큰 부담으로 이어졌고 그 무거움으로 하루하루가 지나니 벌써 새해네요. 힘든 일 년을 버텨온 것은 큰 소득이며 이로 인해 올해도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동안의 하루, 한 달이 그저 똑같은 쳇바퀴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인고라 믿습니다.

2020년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갑질, 단체협약위반, 장기간 임단협 미체결. 지난 3년 동안 회사에서 이 단어들을 가장 많이 듣고 말해왔습니다. 국회 국정감사, 각종 소송 등으로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쉽사리 끝이 보이지 않네요.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잠깐의 암전이며 다시금 밝게 비치는 조명 아래 즐거운 회사생활을 꿈꿔 봅니다. 우리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고통을 견뎠음은 충분히 희망을 꿈 꿀 수 있는 자격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