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이수진 위원장 “노동과 정치는 함께 가야 한다”
[노동+정치] 이수진 위원장 “노동과 정치는 함께 가야 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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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 위원장이 다시 한 번 총선 출마 의지를 다졌다.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수진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수진 위원장은 4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노동부문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됐지만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다. 당시 이수진 위원장은 이른바 '김종인 공천 파동'의 피해자로 알려졌다. 당초 당선권에 배치됐다가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 논란 이후 순번이 조정되면서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이수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계속 실력을 키워갔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의료노련 위원장에도 재선했다. 2018년부터는 당내 지도부인 노동부문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수진 위원장은 “노동과 정치는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의 목소리를 ‘당론으로까지 삼을 수 있도록’ 노동과 정치의 긴밀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와혁신>은 이수진 위원장이 바라는 노동정치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17일 낮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노동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지 상당히 오래됐다. 1991년 연세의료원에 입사해 일하면서,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다.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사실 사회의 문제였는데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치부됐다.

박근혜, 이명박 정권 시기에 의료노련 연세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을 했다. 당시 정권의 노조 힘 빼기를 체험하면서 정부가 노동자를 기계로 본다고 느꼈다. 노조활동으로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어도 한계는 분명했다. 최근에 얘기가 나오는 5인 미만 사업장이 그 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거의 노조가 없다. 근기법 사각지대다. 사각지대의 소외된 노동자들의 법안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중요하다. 그걸 만들어내는 게 정치인이고 국회다.

정책과 제도가 풀려야 노동자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합원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법의 일선에 뛰어들어 노동친화적인 정권을 만들어내고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1년 말부터 민주통합당에서 활동하게 됐다.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노동현안이 많은데 정치인들이 노동현안을 당론으로까지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경선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 중 어디를 염두하고 있는가?

노동 몫의 비례대표를 준비하고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부분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으나 낙점되지 못했다. 이후 최고위원 활동을 하면서 노동과 정치를 연결하고자 노력해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 관련된 규칙이 세팅되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으로 전략공천은 안 된다.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다. 노동, 여성, 청년, 장애인은 우리가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영역이다. 저는 여성이면서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또한 보건의료전문가다. 세 영역에서 당의 지도부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름 준비된 후보하고 생각한다. 비례대표 선출기준이 최종적으로 마련되면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할 생각이다.

노동운동과 정치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노동 없는 정치, 정치 없는 노동은 바람직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과 정치가 함께 가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하자면, 의료법에 의하면 환자 대비 최소 확충해야 하는 간호사 비율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원들은 의료법을 지키지 않는다. 벌칙 조항이 없으니 안 지켜도 그만이다. 또한, 의대정원은 2006년 이후 3,085명으로 일정하다. 의사가 부족하니 현장에서는 PA(Physician Assistant, 수술전문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간호사를 수술실이나 각종 검사실에 투입한다. 불법을 강요하는 것이다. 간호사 인력난은 더욱 커진다.

노조활동을 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에 답답함이 있었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 그런 정치가 노동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을 통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데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회의원들이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도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는 급박하고 힘들지 몰라도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정치인들에게 노동자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다.

노동을 바라보는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또한, 정치를 바라보는 노동의 문제는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바라보는 정당'으로 해석해서 이 질문에 답을 하겠다. 현재 200만 노동자들이 양대노총에 가입해 있고 정당은 양대노총을 통해 노동의제를 전달받는다. 정당의 의사결정은 원내대표와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중심이다. 노동조합도 실력을 키워서 원내대표단에게 노동의제에 대한 요구와 점검을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양쪽 모두 다른 일로 바쁘다. 정치적인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현재 이인영 원내대표는 노동존중사회에 철학이 있다. 일찍 원내대표가 됐으면 노동계의 만족도가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패스트트랙 정국에 빠졌다. 그게 당의 우선 사업으로 되다 보니까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국회에서 통과를 못 시켰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저는 한국노총이 더욱 '정치적'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선거 국면을 노동계가 한 번 잡아야 한다. 한국노총에서는 저를 더불어민주당에 파견했다는 생각으로 활용을 많이 할 수 있다.

이제 개인이 몰래 정당 활동 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 한국노총 내 몇몇 분이 주요 정당 세력과 결탁해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갔는데 그렇게 가서 한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런 행동들로 인해 노동정치에 대한 조합원의 혐오감을 갖게 했다. 조합원들이 그런 기억으로 노동정치에 혐오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뽑고 기대했던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 아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노동과 정치 사이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지난 활동을 평가한다면?

1년 반 정도 됐는데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노동계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당에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정부 자료 요청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팅된 팀이 있는 게 아니었다. 외로운 투쟁의 연속이었다.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다. 밖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되도록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사항을 막는 역할이다. 당 안에서 노동계를 대신해 입장표명을 해 왔다. 탄력근로제가 문제가 될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는 빨리 진행하자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기업들도 탄력근로제에 대해 요구도가 높지 않은 걸로 알고 있고, 노동계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최고위원의 역할은 다양한 이해 속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노동계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데 스스로 판단해서 반대나 추진을 결정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든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에 대해 ‘다시 보자’는 입장이었다. 노동과 정치가 서로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결국 신뢰의 문제다. 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제가 당을 설득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또한 당내에서 노동부문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현재 제 의사가 노동계를 대표한다는 것까지 함께한다면 당으로서는 좀 더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 

지난 2월 11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한국노총을 찾아가 간담회를 했다. 한국노총은 정책협약 이행현황과 향후계획을 질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를 해준다면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길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애를 많이 썼다. 저나 박해철 위원장은 노동계 메신저다.

더불어 김동명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 지난 시기 당원이기도 했다. 진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분이고 노총과 당의 정책연대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사회적 대화에 깊게 공감하는 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노동존중사회를 위하여 함께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확신한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총선 공약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ILO나 OECD와 비교했을 때 노동기본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또한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노동 보호, 노조할 권리, 노동존중사회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정치로 어떤 세상의 변화를 만들고 싶나?

덴마크의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다. 3년 동안 덴마크를 방문하면서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취재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책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 책 이름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이다. 그 질문을 노동자들에게도 하고 싶다. 과연 노동자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제 생각은 노동자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개인적 조건으로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정치 일선의 상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에 청년이 진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안전망이 완벽하지 않으니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 일하는 시간은 줄고 여유 시간은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런 사회가 되어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생긴다. 개인의 행복을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복지국가나 사회안전망 등 경제적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졌다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더불어민주당이 내거는 노동존중사회에 담겨있다고 본다.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길에 개인의 행복과 주변의 배려, 노동자들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구, 그 화두를 놓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정치에 기대를 가지고 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