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철도지하철 산업 ‘안전과 공공성’ 기로에 서있다
대한민국 철도지하철 산업 ‘안전과 공공성’ 기로에 서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조상수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올해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철도지하철 산업 민영화·효율화 논리로 회귀해서는 안 돼”
“궤도협의회 철도지하철 운영기관들과 공동 교섭이나 공동 협의 계획하고 있어”

늦겨울이 찾아와 눈이 펑펑 내리는 지난 2월 17일 서울역 카페에서 조상수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만났다.(조상수 의장은 현재 철도노조 위원장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많은 철도지하철 사업장들이 파업과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발전적 갈등이라기보다는 공전하는 형태의 갈등이 많다. 공통적으로 철도지하철 안전 문제 등과 관련해 논의가 주로 공전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 노사와 국토교통부는 안전인력 충원 문제를 두고 접점을 작년부터 찾지 못하고 있다.

공전하는 논의를 한 발 더 진전시키기 위해 조상수 의장에게 대한민국 철도지하철 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역할, 궤도협의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들을 수 있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업종별 협의회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철도지하철노동조합들의 협의체이다. 철도지하철산업이 궤도산업이기 때문에 궤도협의회로도 불린다. 전국 철도와 지하철 운영기관 13개의 노동조합이 현재 가입돼 있다. 같은 업종으로서 공동 의제 발굴과 공동 대응 및 연대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17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조상수 의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지난 2월 17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조상수 의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우리나라 철도지하철 산업 현재 모습은 어떤가?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을 한두 가지 꼽자면?
한두 가지로 꼽기는 어렵지만, 최근 사례 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이후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철도통합연구용역(철도 민영화가 철도교통의 공공성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는 게 골자다. 국토교통부가 인하대학교 연구진에 용역을 주었다.) 중단·해지 사례가 하나고, 다른 하나는 서해선(소사-원시선)지부 파업이다.

철도통합연구용역 중단·해지에서는 철도지하철 산업의 민영화 기조가 다시 등장했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서해선지부 파업에서는 신규 지하철 노선에 대한 다단계 민간 위탁 구조를 통한 이윤 추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두 가지가 왜 중요하냐면 세월호 참사,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안전을 우선하기 위해 민영화나 효율화 정책에 대한 수정을 진행했지만 결국 민영화와 효율화 논리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 이어 철도지하철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민영화와 효율화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지하철 산업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 철도지하철 산업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철도지하철 산업은 친환경 대안 교통수단이다. 앞으로 비중이 커질 것이다. 단순히 친환경 측면만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고령화 사회를 위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그래도 철도지하철 산업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처음으로 재정부문에서 철도투자가 도로투자보다 높아졌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철도지하철 산업 확장에 예타 면제를 하기도 한다. 물론 민간투자까지 포함해서 철도투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남북철도 연결 경우에는 철도지하철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장점은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신자유주의 사조에 의해 철도지하철 산업의 민영화, 분할, 상업화 등의 움직임이 이어졌는데 노동자와 시민의 운동으로 극단적 진행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공성과 통합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향후 남북철도가 연결됐을 때 대륙철도로까지 이어지며 국가 간 경쟁에서 민영화됐을 때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철도지하철 산업에서 민간부문도 일부 있지만 장점인 노동자와 시민의 운동으로 재공영화와 통합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철도 통합 운동이 그 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지하철 산업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이라 보고, 그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는지?
철도지하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장점이라 했는데, 다만 확대 속에서 공공성을 유지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기존 약속들을 현 정부가 지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내세웠는데, 구상을 보면 시장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있다. 또한, 신규 노선 운영에서 다단계 민간 위탁 구조로 실제 현장에서 산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근기법 준수 논란이 일 정도로 열악한, 최저임금 수준의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결국은 민영화 효율화 정책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공공부문인 철도지하철 산업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건 철도지하철 산업 정책 수립, 경영, 운영, 현장 집행까지 전 영역에서 현장 노동자와 이용자인 시민이 어떻게 참여하는 것인가이다. 그런데 철도통합연구용역 해지되는 과정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고 배제하면서 관료 주도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던지기 충분한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연초 신년사에서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국민 참여를 하겠다 했지만, 막상 철도 부문에서는 반대다. 특히 올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이 수립되는데, 어떤 방향으로 철도지하철 산업이 가야 하는지 논의할 중요한 시점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에 대해 돌아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들어보니 중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현재 철도지하철 산업 모습이 그대로 지속 된다면 우리나라 철도지하철 산업의 미래는 어디로 흐를 것이라 보는지?
아까 말한 대로 철도지하철이 갈수록 교통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고 했을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대량 수송하는 교통수단이 고속화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철도안전문제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니까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편적 서비스로 공공성이 중요해진다. 안전과 공공성이 아주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민영화와 효율화 정책을 수정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안전 위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해선, 용인경전철, 9호선 2·3단계의 다단계 민간위탁 구조로 아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요건에서 노동자가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난다. 철도지하철 산업을 분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KTX 강릉선 탈선에서 봤다시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철도지하철 산업을 민영화 또는 이윤추구가 적합하지 않은 산업이라 본다. 더불어 보편적 서비스에 기반한 저렴한 요금도 보장하기 어렵다. 결국 앞으로 안전이나 저렴한 요금을 침해하며 이 산업에 민간 재벌이 들어와 이윤 추구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닌지이다. 특히 남북철도연결시대에 들어서면 국내 재벌 참여문제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참여문제까지 확장돼 경제주권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철도지하철 산업이 처해있고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조상수 궤도협의회 의장과 인터뷰에서 철도지하철 안전과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지난 2월 17일 조상수 궤도협의회 의장과 인터뷰에서 철도지하철 안전과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이러한 진단에서 궤도협의회는 현재 예상되는 철도지하철 산업의 미래 모습에 어떤 제안을 하고 싶은지? 더불어 제안을 현실화하기 위한 궤도협의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제운수산별(ITF)에서 우리공공교통이란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도시철도가 공적으로 소유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운동이다. 궤도협의회도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모토를 우리공공교통으로 하자고 했다. 이유는 앞선 진단 속에서 말했듯이 철도지하철 산업이 앞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철도지하철이 안전해야 하고 모든 시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어떻게 담보될 것이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궤도협의회는 철도지하철 산업에서 안전하고 보편적인 서비스 제공 할 수 있으려면 철도지하철 산업이 공적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렇게 가자고 제안 하는 것이다. 제가 볼 때 돈벌이 기회로 삼고자 하는 자본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철도지하철 산업의 발전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내용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궤도협의회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철도지하철의 안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면서 정책과 법제도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현장 노동자가 현장의 전문가로서 많은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이용자인 시민들과 공유하면서 시민운동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궤도협의회가 해야 한다고 본다.

역할에 따른 올해 궤도협의회 주요 사업을 설명해주신다면?
올해는 총선이 있고 내년부터는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다. 또한, 올해는 정부의 주 52시간 상한제 개편에 따라 교대제 개편 관련된 인력 충원을 어떻게 하고 근무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노사가 합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해이다.

그것에 맞춰 사업하려고 하고 있다. 일단 법제도 영역에서 철도안전법을 이용자와 노동자 관리통제 강화 방향이 아닌 안전의 주체로 어떻게 참여하고 결정권을 줄 것인지에 대한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낼 것이다. 대표적으로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CCTV는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시민의 이동권 법제화와 관련해 교통기본법이 제정에 다시 힘을 실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교대제 개편과 관련해서 안전인력을 확보하는 작년에 이어지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지하철을 직영화하고 직영화 전까지는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민영화 속에서 분할된 것을 통합하는 운동인 고속철도 통합 운동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이런 사업을 위해서 궤도협의회는 철도지하철 안전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여론 사업을 진행하고, 관련해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7주기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4월 28일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의 날을 맞아 철도지하철 산재를 이슈화 할 것이다. 5월에는 구의역 김군 4주기를 통해 철도지하철 사업장 안전을 재조명할 것이다. 여론화 사업과 함께 노사 단체교섭과 법 개정을 맞물려 다각적으로 올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궤도협의회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의 역할을 말했고, 사측과 정부가 행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사는 대부분이 공기업이다. 물론 용인경전철 경우 네오트랜스라는 민간이지만 당연히 민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것에 비춰볼 때 대다수가 공기업인 상태에서 안전 우선 경영을 그동안 구호로 이야기해왔는데 실제로 안전 우선 경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했는지 봐야한다. 철도공사를 보면 사고가 계속 나니까 손병석 사장이 안전 투자를 대폭 확대 했다. 8조 3천여억 원 정도, 두 배 이상 늘렸는데 그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 시설개량이나 차량 사는데 돈 쓴다. 물론 시설과 차량에 투자해야 하지만 사람에는 안 쓰고 있다. 최종적 안전 책임자가 노동자이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시민 안전과 연결된다. 그 부분에서 초기에 외주화 된 인력의 일부를 직접고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임기 후반으로 오면서 갈수록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인력 충원과 노동자 안전 교육훈련에 투자 안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게 예산과 인력인데, 정부가 부채가 늘어나도 국민 안전을 우선하겠다고 했으면 빈말이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법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정부가 배정해줘야 한다. 또한 공기업은 경영 평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평가 지표에서도 안전을 우선한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게 사실 정부 임기 초기에는 존재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없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각성할 부분이다.

철도지하철 산업은 노동집약적이기도 하지만 기술집약적인 산업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전환에 철도지하철 산업은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그 대처에 궤도협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무인 운전이 확대될 것이고 기술장비가 디지털화되면서 직접 점검이 아니라 자동 점검의 형태도 변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처럼 열차 모듈화가 된다.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 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기술자가 필요치 않게 된다. 열차 조성 업무도 없어질 것이다. 당연히 인력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 본다. 하나는 장애가 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결국 현장에서 사람이 대응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무인화 디지털화 됐지만 안전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안전을 더욱 신경 써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 다른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사회가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해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유지로 갈 수밖에 없다. 또한 필요성이 없어진 일자리에 있었던 노동자들을 디지털화된 기술을 다룰 수 있도록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궤도협의회 차원에서 철도지하철 산업 기술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을 연구하고 대정부, 대사용자 요구를 만들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노사정 차원에서 철도지하철산업의 기술 변화에 따른 철도 안전이나 일자리 유지를 어떻게 하고 교육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논의하고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궤도협의회에서는 안전과 관련해서 철도지하철 운영기관과 공동 교섭 또는 협의를 제안할 것인데, 현재 안전이나 공공성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철도지하철 산업 기술변화에 따른 대비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해관계와 입장의 차이가 있어 다툴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하고 그 판단은 시민들이 할 것이다.

*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 2020년 현재 전국 철도와 지하철 운영기관 13개의 노동조합(공항철도노동조합, 김포도시철도지부, 광주도시철도노조, 대전도시철도노조, 대구지하철노조, 인천교통공사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철도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메트로9호선노동조합,용인경전철지부, 서해선지부, 가나다 순)이 가입되어 있고 전체 조합원 수는 약 4만 2천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