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강남교향악단 노사관계는 왜?
풀리지 않는 강남교향악단 노사관계는 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2.28 17:23
  • 수정 2020.02.2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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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측의 잠정합의안 내용 수정 요구... 신의칙 위반”
강남문화재단,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이야기”
공공분문 출연기관 노사관계에서 나타나는 ‘책임 공백 구조’도 한몫
강남구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강남교향악단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
강남구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강남교향악단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이하 노조)가 4일째(28일 기준) 강남구청 앞에서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남문화재단과 첫 임단협 체결 후 조인식 전 재단이 잠정 합의안에 대한 대폭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존 피켓 시위는 지난 18일부터 강남문화재단 앞에서 진행했다. 피켓 시위 장소를 25일부터 강남구청 앞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노조는 “강남문화재단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 이후 재단에서 연락이 와 24일 다시 협의를 진행했지만, 재단에서 예산은 구의회에서 받고 권한은 강남구청이 가지고 있어 결정권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문화재단은 강남구청 출연기관이다.

강남구청 피켓 시위와 동시에 노조는 강남구청장 면담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노조는 강남구청으로부터 거절 사유로 “(구청은) 중립적인 입장이고 현재 (노조가 재단을 신의칙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 고소한 건에 대한 향후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강남구청 앞 가로수에 걸어두었던 현수막을 철거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노조는 “27일 구청으로부터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전화를 받았고, 집회신고를 했고 합법적 현수막임을 전달했지만 찢겨 폐기물 처리됐다”고 항의했다.

찢겨 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진 강남교향악단지회 현수막 ⓒ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
찢겨 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진 강남교향악단지회 현수막 ⓒ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

24일 협의에서 재단이 결정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 수 있다시피 노사는 24일 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재단은 교섭이 끝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임단협 잠정 합의사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노조는 “잠정 임단협 합의사안에 대해 자구와 조항 번호 수정만 하기로 합의 체결 때 약속했다”며 “녹취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 때 이야기하고 지금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강남문화재단과 강남교향악단지회의 갈등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출연기관 노사관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책임 공백 구조’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공백 구조는 ‘강남구청-강남문화재단(출연기관)-강남교향악단 노동자’로 이뤄진 3단계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강남교향악단 노동자들은 재단과 직접적인 노사관계를 맺지만 재단의 재정 운영과 계획에 대해서는 구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예산 승인은 구의회가 한다.

그래서 강남교향악단지회는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재단에 가도 ‘구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구청에 가면 ‘직접적인 노사관계는 재단이랑~’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공전하는 노사 갈등이 전향적으로 바뀔 계기는 노사관계 내부에서보다 노조가 고소한 부당노동행위 건에 대한 노동부와 지노위의 결정이라는 외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