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조택상, “약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 하고 싶다”
[노동+정치] 조택상, “약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 하고 싶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12 00:00
  • 수정 2020.03.1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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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천광역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마한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노동조합 통합위원장,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을 차례로 지낸 남다른 이력의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21대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구는 인천광역시 중구·강화군·옹진군이다.

조택상 후보는 “나는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거친 판사, 변호사 출신 정치인들과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보다 더 선하고 정직하게 정치에 임해 대한민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밝혔다. 조택상 후보의 이 같은 포부는 ‘사람이 다르다’는 그의 총선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0일 인천에서 조택상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1대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21대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총선이 한 달여 남았습니다. 선거 운동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실 텐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코로나19 위험으로 지역민들과의 대면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총선 후보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감염전파자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대신 출퇴근 시간에 피켓 운동을 하는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방역 장비를 메고 다니면서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방역을 하고 있어요. 상가 손잡이나 공공화장실 등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곳을 중심으로 다니다 보니 구석진 곳을 많이 다니고 있네요.(웃음)

- 현대제철 노동조합 통합위원장,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등을 거치며 인천에서 오랜 기간 기반을 다져오셨는데요, 인천에서의 이력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이력은 아닙니다.(웃음) 인천 토박이는 아니지만, 인천에서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공장에서 일을 했죠. 전형적인 공단 출신, 옛날에는 ‘공돌이’라고 불리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현대제철로 바뀐 인천제철에서 일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했죠. ‘이건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만큼 노동조건이 너무 열악했으니까요. 노동운동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몇 마디 나서서 하다 보니까 노동운동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철 노동자로 27년을 살다가 노동조합 위원장을 끝으로 그만뒀어요. 조합원들의 ‘더’를 충족시키지 못하겠더라고요. 노조 위원장 그만 두고 현장으로 돌아가야지, 현장 가면 편하겠지 했는데 회사에는 이미 ‘총파업’했던 위원장으로 찍혀 미움을 많이 받았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탈출구로 삼은 게 정치였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와서 당선돼 인천광역시 동구청장을 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민주당에서도 당선자가 나온 적 없는 이른바 보수지역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왔으니 지역 저항이 얼마나 심했겠어요. 당선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당선이 됐죠.

- 당선까지 과정이 꽤 험난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3%였어요. 선거 운동할 때 많이 서러웠죠. 명함을 나눠주면 명함 안 받는 건 예사고 눈 앞에서 명함을 찢고, 버리고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죠. 명함으로 쓰레기장 만들었다고 역장한테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버리면 버리는 대로 쫓아가서 명함을 다 주웠어요. 온갖 수모를 다 받았지만 한 번도 화내지 않았어요. 그래, 어차피 밑바닥 노동자였는데 이까짓 명함 버리면 다시 주우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렇게 3~4일 했더니 어느 날은 명함 버린 사람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버린 명함을 내가 줍는 걸 보고 미안하다고, 지지하겠다고. 내 진심이 전해졌다는 걸 느꼈죠.

선거 운동 하면서 이 기회에 동구 구석구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계속 걸었어요. 걷다가 사람 만나면 명함 주면서. 쉽게 말하면 현장을 계속 돌아다닌 거죠. 처음에는 빨갱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는데 선거 운동 막판쯤 가니까 ‘조택상 후보는 다른 건 몰라도 부지런한 사람인 건 확실한 거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어요. 사람 잘 안 다니는 구석에서도 많이 보이니까.(웃음)

그래도 당선은 생각도 못 했는데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 내가 앞섰다고 하더라고요. 놀랐지만 그때도 안 믿었어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처참히 졌으니까. 근데 밤 9시 정도 되니까 KBS에서 당선 인터뷰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때 실감했어요. 진짜 당선됐구나.

- 인천광역시 동구청장을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동구청장 임기 끝나는 날이 2014년 6월 30일이었어요. 그날 동구청을 떠나는데 온 동네에 ‘가시는 길을 응원합니다’ 현수막이 걸려있었어요. 누가 붙였나하고 봤더니 동구 학부모들이더라고요. 나중에 들었죠. 학부모들이 현수막을 걸었던 특별한 이유를.

제가 단체장이 되고 나서 청소년참여예산, 주민참여예산, 학부모참여예산 등 참여예산제 운영을 활발하게 했어요. 특히, 청소년참여예산 인기가 많았어요. 이게 뭐냐면 청소년들이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심사를 통해 구에서 아이디어 실행을 위한 예산을 집행해주는 거예요. 맨 처음 했을 때는 학생들이 장난식의 황당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학교 가는 길 언덕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식이었죠. 그래도 진지하게 끝까지 들었어요. 예의를 갖춰서 ‘몇 월 몇 일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참여예산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진지하게 답변을 해줬어요. 학생들이 질문하면 구에서 관련 담당 국장들이 예의를 갖춰서 답변하니까 학생들이 재밌어하고 그때부터는 장난치지 않고 진지하게 임하더라고요. 학부모들이 보기에 자기 아이들 그런 모습이 얼마나 멋있겠어요. 학부모들도 너무 좋아했어요.

제가 교육에 대해 뭘 알았겠습니까. 그저 학생들에게 자기표현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주는구나, 그런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흘러 그때 그 학생들이 지금은 유권자가 됐죠. 동구청장으로 지내면서 했던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기억합니다.

21대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21대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조택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는 총선입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출마 배경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 학부모들의 지지 때문입니다. 2014년 동구청장 임기를 마치고 동구청장 재임에 도전했지만 낙선했어요. 퇴임했으니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제 팬클럽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학부모들이었는데 만나서 짜장면 한 그릇씩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분들에게 동구청장에 다시 나와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2016년에 총선 출사표를 던졌어요. 2016년 총선 출마로 이름을 알리고 2018년에 다시 구청장에 도전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었는데 낙선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표를 많이 받았어요. 이후 마음이 바뀌었죠. 그런 와중에 총선 끝나고 2016년에 5월에 민주당으로부터 스카우트를 받았고 이후 지역위원장으로 가게 됐습니다. 정의당이 밉거나 정의당의 정치 노선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떠난 건 아닙니다. 젊음은 계속되지 않고 꿈을 펼칠 기회는 이번밖에 없으니 당선을 위한 선택을 한 거죠.

- 이번 총선에서 기존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이었던 선거구에서 동구가 빠지고 ‘중구·강화군·옹진군’으로 획정됐습니다. 그동안 후보님이 동구청장을 지내면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온 동구가 선거구에서 제외돼 표심 쟁탈전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동구청장을 지내기도 했고, 정당 지지율은 안 나와도 조택상 지지율은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동구는 자신 있는 지역구였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근데 이 아쉬움이 선거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아닙니다. 당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면 아무런 기반 없는 불모지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아쉬움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아쉬운 지점은 정들었던 동구 주민들과 헤어지는 거죠. 주민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용기를 받았던 지역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완전히 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지지와 성원을 마음에 품고 중구, 강화군, 옹진군 지역민 힘을 모아 꼭 승리할 생각입니다.

- 그렇다면 지역구 맞춤 공약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중구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중구에는 세계적인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지 않습니까. 자동차에 정비가 필요한 것처럼 비행기에도 정비가 필요하죠.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를 정비하는 정비단지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항공정비단지(MRO)를 유치해 일자리도 만들고 그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를 누리자는 게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만들어질 텐데 우리 지역에서 관련 정비산업을 선도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거죠. 추가로 한국폴리텍대학도 유치해 공항공사, 폴리텍대학, 지역이 함께 산학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어질 거로 전망합니다.

강화군 같은 경우는 ‘뚜껑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화재가 많은 곳이죠. 옛 고려의 성지였으니까요. 문제는 문화재가 많이 발견되다 보니 규제가 많습니다. 문화재가 하나 나오면 그 근방의 500m를 규제해버려요. 이 집, 저 집이 다 규제 대상인 거죠. 따라서 강화군에 있는 군사적, 문화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습니다.

옹진군은 섬이죠. 섬 주민들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요. 섬 주민들의 자동차는 배입니다. 근데 배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죠. 섬 주민들이 배를 공용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배를 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준공영제를 통해 뱃삯을 확 내리려고 합니다. 그러면 옹진군에 방문하는 관광객도 왕래를 많이 하겠죠. 관광 활성화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고요.

나아가 해상미화원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바다나 섬에 놀러 가면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답다고 느끼는데 막상 도착하면 해변에 있는 스티로폼, 깡통,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이 있죠? 육지를 아름답게 청소해주는 환경미화원처럼 섬과 바다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해상미화원을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천 바다가 옛날에는 물고기가 잘 잡혔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봤더니 우리나라가 그물 만드는 기술이 정말 뛰어나요. 통발부터 시작해서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그물이 있죠. 근데 그 그물이 다 어디 있을까요? 바닷속에 있습니다. 지난 세월 인천 바다에 가라앉은 엄청난 양의 그물들이 물고기 집을 덮어서 물고기가 안 잡히는 거예요. 바다에 버려진 그물을 바다 밖으로 꺼내는 사업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지 인천 바다에서도 예전처럼 물고기를 잡고 우리 미래 세대가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겠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정치가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어요. 약자의 힘이 되는 리더가 돼야 하는데 그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어려운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우리 사회 노동자, 빈민, 약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정치 별거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안 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강자에게 억눌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큰 욕심은 없고요. 내일이라도 정치를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제가 생각하는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