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송주현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송주현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4.18 11:40
  • 수정 2020.04.20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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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 #문제해결 #교섭 #Tip?

17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사무실에서 송주현 정책실장을 만났습니다. 그를 만난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제 해결의 비법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주노총 타 가맹조직들도 건설산업연맹에 묻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정부와 대화·논의하면서 제도 개선 혹은 요구안을 얻어내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왜 송주현 정책실장을 만났을까요? 정책을 오랫동안 담당해오면서 정부 부처, 청와대. 사용자 단체를 직접적으로 만나온 실무자기 때문입니다. 노사정 협의 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를 만나면 건설산업연맹만의 문제 해결 비법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시간 동안의 대화 속에 비법은 나왔을까요? 이야기가 다 끝나고 송주현 정책실장에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뭔가 상징적인 곳에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이야기했습니다. 주저 없이 아담한 회의실로 데려갔습니다. 한 쪽 벽면에 가득 차게 건설산업연맹 30주년 기념 걸개가 걸려있었습니다. 올해 건설산업연맹은 서른둘을 맞이했습니다. 30여년 동안 성장해온 노동조합의 힘을 송주현 실장은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아, 근데 대화 속에 비법은 나왔냐고요? 네. 그것 때문에 지금의 서른둘 건설산업연맹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맞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 수많은 사회적 대화 단위에서도 이 비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정책 일을 오래 맡으셨죠?

노동조합에 온 것은 2003년도에 건설노조가 산별 노동조합이 되기 전 건설운송노동조합이라고 있었어요. 거기서 법규부장으로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쭉. 17~18년 됐네요.

정책을 맡다보면 노정교섭이나 협의 실무진으로 경험을 많이 할 수밖에 없죠?

그렇죠. 건설에서 토목건축·타워크레인·플랜트는 임단협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건설산업 자체가 정부 제도나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책을 하면 정부를 대할 수밖에 없죠.

지금 건설산업연맹이 정부랑 주기적으로 하는 교섭과 협의회는 몇 가지나 되나요?

많죠. 국토부, 노동부, 산자부, 일자리위원회가 기본이고 정부 위원회 몇 개 등 더 있어요. 국토부는 건설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산업 정책이 건설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전부터 국토부를 상대했고, 노동부 경우에는 근로기준정책국 지역산업고용정책과를 많이 상대하죠. 산자부는 전기노동자들이 있으니 상대하고요. 이 정부 들어서 일자리위원회는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고요.

많이 경험했겠지만, 교섭이나 협의회 하면서 노사정 입장이 달라 대화하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죠. 근데 다들 임단협에만 익숙해진 것 같아요. 임단협은 단기간이잖아요. 교섭 몇 번 하고 안 되면 쟁의조정신청하고, 결렬되면 파업하고 늦어야 3개월 안이면 끝을 보잖아요. 노정 교섭이든 협의든 정부의 제도와 법을 바꾸는 것은 부서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개가 겹쳐요. 한 번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저희 건설근로자법도 십 몇 년 동안 이야기했어요.

사측과는 기본적으로 싸우긴 해야 해요. 정부는 좀 달라요. 싸우는 것도 있지만 설득을 해야 해요. 정부가 모르니까 내용을 가지고 설득을 해야 해요. 두 가지 인데 현장 내용을 모르는 것 하나, 노조는 떼쓰고 조정도 협의도 못하는 곳이라는 것 하나. 그래서 정부를 만날 때는 우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현장에서는 뭐가 문제인지, 사용자 단체 이야기만 들으면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하며 설득해요.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해결되면 사회전반적으로 갈등도 안 만들어질 거라 설득도 하고요. 그렇게 하면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요. 사측이 너무 강하게 나오면 교섭, 협의 동시에 상경 투쟁하고요. 교섭을 해도 상경 투쟁은 계속해요.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니까. 그렇게 사측은 압박하고 정부는 설득과 압박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변화를 바라보죠. 1년에서 길게는 더 몇 년까지. 국회의원도 만나고 종합적, 전방위적으로요.

기간을 길게 두고 보시는군요?

그렇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임단협처럼 돈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제도 바꾸는 문제이고 동시에 건설업계를 상대해야 하는 거예요. 한 번에 해서 절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죠.

이런 긴 과정을 통해서 어찌 됐건 변화를,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결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Key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산별의 힘이 중요하다고 봐요. 정부든 사측이든 만나는 건 저 개인이지만, 개인 송주현을 보는 게 아니에요. 제 뒤에 있는 파업으로 현장을 멈출 수 있다는 건설산업연맹 업종을 보고 있거든요. 건설산업연맹이 현장을 멈출 수 있다는 걸 경험칙으로 정부나 사측이나 다 알아요. 건설노조가 산별 되기 전에 레미콘 장기간 투쟁했고, 덤프가 2008년에 3번 이상 도로법 투쟁했고, 수급조절 투쟁했고, 토목건축이 시공참여자 폐지했고, 울산 플랜트건설노조가 건설근로자법 개정 투쟁했고, 건설기업노조는 IMF때 구조조정 투쟁 강하게 했고요. 현장에서 일사분란하게 체계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곳으로 보는 거죠.

또 다른 하나는 현장성이에요. 2017년 11월 국토부랑 처음 노정교섭을 했어요. 우리가 요구하는 문건을 40페이지 가량으로 만들어서 가져갔어요. 건설노동자의 노동 실태, 우리 조직의 상황, 우리가 요구하는 행정 조치 및 입법 요구안. 그런데 거기에는 예전에 노동조합이 하는 이거 들어줘, 100원 200원 올려줘가 아니라. 현황과 문제점을 적는단 말이에요. 사업장에 있는 일을 그대로. 어디 건설 현장은 이렇고, 어디는 어떻고. 그리고 어디서는 불법다단계하도급 중간 착취했다는 걸 핸드폰 캡처해서 자료로 넣고. 정부나 사측이 모르는 현장성, 우리만 알고 있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투쟁력과 현장성을 가지고 대신 끈질기게 하죠. 될 때 까지. 그리고 정리하죠. 정부와 하는 무슨 회의가 끝나더라도 사안별로 쭉 정리해서 옆에 표를 만들어요. 수용, 불수용, 검토. 이건 불수용이었는데, 다음에 가니 검토, 다음에 가니 수용. 그런데 이번에 갔는데 불수용이네? 그럼 투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하고, 검토로 다시 올라가면 제도를 만드는 쪽(정부 부처, 국회, 청와대)에서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만들어서 줘요. 페이퍼 만들 수 있게, 책상머리에 앉아 있으면 세부적인 걸 모르잖아요. 실태파악해서 데이터 모아서 주고,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주고. 할 수 있는 비공식 문서도 만들고 다 해요.

그럼에도 그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조합원들이 답답해하지 않나요?

초창기에는 맨날 거짓말쟁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상경 투쟁 오기 전에 우리 요구안이 왜 필요한지 쭉 설명하잖아요. 그 다음에 교섭해서 결과물을 문건으로 만들어요. 그냥 단순히 불수용 이렇게가 아니라, 내용 설명을 하죠.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요. 단계가 있잖아요. 제도 개선을 하는 것에. 없는 법을 만들려면 입법 발의부터 해서 본회의까지 여러 단계가 있고, 입법 이후에는 시행령 만들어야 하고, 시행령 만들어지면 현장에서 잘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하고. 계속 그걸 조합원들에게 말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지부장, 지회장까지 거의 모든 프로세스를 알아요. 그리고 국회에서 막혔다면 해당 상임위 의원 지역구 사무실 가서 의원들 만나요. 면담 요구안 만들어서 각 지부장, 지회장이 활동해요. 그러다보면 조합원들도 알죠. 아 지금 우리 법안이 어느 정도 왔고, 왜 안 되지? 이것 때문에 안 되네, 우리가 뭐 해야겠구나. 자기들이 판단하죠. 과정에서 결과물이 조금씩 나와요. 그러면 조합원들은 내가 했다 이거, 그렇게 한 번 느낀 조합원들은 다시 거짓말쟁이라고는 안 하거든요(웃음).

정부, 사측과 교섭이나 협의하면서 경험이 많으니 촉이 올 때가 있나요? 아, 이건 될 것 같고 이건 안 될 것 같고.

올 때가 있어요. 처음부터 올 때가 있고, 중간에 올 때도 있어요. 근데 거기서 정책담당자가 중요하게 해야 할 게 있어요. 지도부한테 이야기해야 해요. 이런 상황이 감지되는데,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요구안이 하나면 조직 선명성 가지고 투쟁하면 되는데, 여러 가지 요구안들이 있다면 판단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책담당자는 판단하고 그 근거 가지고 지도부들이 논의할 수 있게 하고, 만약 좀 더 압박이 필요하다고 결정되면 언론사업, 투쟁사업을 병행하고요.

앞으로도 앞서 말한 Key들을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텐데, 건설산업연맹 앞으로는 무슨 결과물을 만들어낼 생각이신가요?

적정임금. 우리가 내부적으로 준비도 오래, 많이 했고요. 이 정부 대선 공약으로 받기도 했고, 국정 5개년 계획에도 들어있고, 더불어민주당 요구기도 해요. 시범 사업도 했어요. 적정임금이 가져올 파장과 영향, 건설업계의 저항은 어마어마하겠지만 앞으로 2년 안에는 21년까지는 꼭 하겠다는 거고요. 이야기 나눈 Key라면 Key랄까 그런 프로세스를 통해서요. 또 하나는 임금지급시스템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는 것. 그러면 적어도 체불과, 임금 하락은 없어지죠.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전체 건설노동자들이 적용 받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