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한 ‘자율규범’ 노사정 첫 합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한 ‘자율규범’ 노사정 첫 합의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5.27 13:30
  • 수정 2020.05.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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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중개 플랫폼 기업 ‘이랜서·위시켓·프리모아’ 동참 의사 밝혀
경사노위, “플랫폼 노동 좋은 일자리로 전환시켜 나가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IT·SW 개발 분야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노사정 합의' 기자 브리핑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IT·SW 개발 분야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노사정 합의' 기자 브리핑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디지털 전환에 따라 플랫폼 노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가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사정 첫 합의를 이끌어냈다.

27일 경사노위는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위원회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원회에서 ‘IT·SW 업종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이번 합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새로운 보호방안 및 규율을 노사정이 공동으로 마련해 가는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IT·SW 개발 프리랜서는 약 2만 6,000명~6만 6,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SW 프리랜서 개발자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SW 프리랜서 903명 중 16.1%만 계약서가 공정하게 작성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많은 프리랜서들(676명)이 잦은 업무변경(56.5%), 기간연장(49%), 임금 지연(46.3%), 임금 체불(23.4%), 임금 삭감(15.8%)을 경험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에서 IT·SW 프리랜서 중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자율규범(Code of Conduct)’을 제정해 법제도 마련 이전이라도 현장에서 이를 즉시 활용하자는 데 합의했다.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합의문 발표 기자 브리핑에는 IT 중개 플랫폼 주요 3대 기업 이랜서(대표 박우진), 위시켓(대표 박우범), 프리모아(대표 한경원) 대표자 및 관계자가 참석해 노사정이 합의한 자율규범 준수에 동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우진 이랜서 대표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프리랜서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프리랜서를 위한 자율규범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프리랜서 중개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번 노사정 합의와 자율규범을 통해 프리랜서 처우개선 속도를 높이고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찬 프리모아 이사는 “플랫폼 시장이 계속 성장하려면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며 “클라이언트는 원하는 산출물을 얻을 수 있도록, 프리랜서는 약속한 산출물을 만들 수 있도록 상호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합의문 주요 내용은 ▲IT 인력·프로젝트 중개 플랫폼 기업 자율규범 실행 추진 ▲사회보험 적용방안 검토, 맞춤형 교육과정 활성화 등 IT 프리랜서 및 플랫폼 노동 종사자 지원 ▲IT·SW 인력 중개 플랫폼 및 종사자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 구축을 위한 연구조사 등이다.

먼저, IT·SW 업종 플랫폼 종사 노사정이 합의한 자율규범에는 계약체결, 대금결제, 수수료, 세금, 차별방지, 평가제도, 경력증명, 분쟁해결, 고객지원 등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 보호를 위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정부는 자율규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수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노사정은 자율규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IT 프리랜서 및 플랫폼 노동 종사자 지원을 위해 노사정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 방안과 징수체계 및 피보험자 관리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현장의 수요와 기술변화에 맞는 맞춤형 교육 과정 개설의 활성화 ▲공공영역 IT·SW 개발 과업에 청년 개발자들이 경력 및 숙련 형성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검토 ▲IT·SW산업 종사자의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지원 체계 정비 ▲코로나19 영향으로 IT 프리랜서 등 취약한 플랫폰 노동 종사자들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원 등에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노사정은 향후 우수한 IT·SW 인력 중개 플랫폼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플랫폼이 IT·SW산업과 종사자 처우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연구하기로 했다.

전병유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의와 공식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모든 플랫폼 노동을 규율하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노사정이 뜻을 모아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플랫폼 노동을 좋은 일자리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원회는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이 고용 등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일자리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 포용적 혁신성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7월 20일 발족했다. 운영 기간은 올해 10월 1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