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건설현장 만들기, 무엇이 필요한가?
안전한 건설현장 만들기, 무엇이 필요한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6.12 16:46
  • 수정 2020.06.12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주자 안전 책임 강화해야 건설노동자가 안전
건설업 산업재해 사회경제적 손실 분석 필요
12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 제2세미나실에서 '이천 화재사고 및 건설사고 재발방지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12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 제2세미나실에서 '이천 화재사고 및 건설사고 재발방지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산재사망 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 산업별로 따져보면 건설산업에서 산재사망은 타 산업에 비해 상당히 높다. 건설산업의 높은 산재사망률은 어느 특정 기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꾸준했다. 오랜 시간 동안 문제로 지적됐는데도, 현실에서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지난 4월 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도 마땅한 대책이 없었던 현실의 연장선에서 예견된 인재였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이후로 정치권과 정부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알맹이 없는 법이 되지 않기 위해 의견을 묻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12일 오전 10시 30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건설 발주처의 안전책무 강화 및 포괄적 안전관리체계가 포함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또한 건설업 산업재해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수치적으로 측정·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전관리비용(예방비용)과 산업재해 손실비용의 명확한 대조를 통해 발주처가 안전관리비용 지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주처의 안전 책무 강화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꼭 필요한 조치다. 건설산업는 다단계하도급 구조 ‘발주자-시공사-전문건설-건설노동자’ 혹은 ‘발주자-시공사-전문건설(-재하도급-재재하도급)-건설노동자’의 불법다단계하도급 구조의 시장이 형성된 산업이다.

발주처는 건설사업계획과 예산계획을 수립하고,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를 선정한다.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은 이미 갖춰진 계획에서 직접적인 일을 맡을 뿐이다. 따라서 건설산업 재해시 지금까지처럼 시공사와 하청업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사고 책임을 묻는 것은 실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양대 노총(민주노총 건설노조,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도 발주처 책임 강화를 앞으로 제정될 건설안전특별법에 포함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래전부터 노동계가 요구해오던 사항이기 때문이다.

다만 양대 노총은 물론 토론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보다도 향후 법제도의 이행점검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산업 안전을 위한 법제도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산재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근로감독 행정력의 미흡함도 지적됐다. 행정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중소건설사업장에 집중적 근로감독 배치도 한 방안으로 나왔다. 대형건설사업장에 비해 중소건설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 60% 진행률에서 많은 산재사망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각 건설사업장의 공정률 보고를 통해 60% 때부터 집중 감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가족 대리인 김용준 법률사무소 마중 변호사는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책 강구도 중요하지만 이후 진상조사, 유족에 대한 보상 및 예우 등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족들의 직접 나서지 않으면 진상조사도 보상도 예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관심도 떨어진다는 게 김용준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명희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은 “경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처벌이 가능하게 해 안전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발주처는 안전한 시공사를, 시공사는 안전한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게 한 과장의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주처 안전 책임 강화 및 여러 가지 재발방지책들이 나왔다. 세부적인 안을 넘어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참가자들의 공감을 샀다. 생명과 안전 앞에서는 어떤 논리에도 비타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참가자들이 입을 모았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토론회에는 많은 21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건설 산업의 안전을 위해 실효성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향후 입법될 건설안전특별법의 내용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다짐이 평가되는 셈이다.

토론회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안홍섭 군산대 교수(한국건설안전학회장), 정재욱 서울과기대 교수, 박종일 서울과기대 교수, 김종덕 시설안전공단 본부장,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육길수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 김용준 법률사무소 마중 변호사(유가족 대리인), 한명희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장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토론회 참석자들,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많이 왔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토론회 참석자들,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많이 왔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