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째 이뤄지지 않는 ‘김용균의 꿈’
1년 6개월째 이뤄지지 않는 ‘김용균의 꿈’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6.26 13:36
  • 수정 2020.06.2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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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의 동료, 아직도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공전하는 노사전협의회, ‘위험의 외주화’ 막는 고용안정은 어디로
한국발전기술지부, 분당발전본부 앞에서 열흘 넘게 농성 중

“2019. 12. 10. 10:40경 한국발전기술 소속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 밀폐함 점검구에서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중 벨트와 롤러 사이에 협착하여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발전기술은 주로 발전사로부터 연료환경설비운전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내하도급업체였다.‘

작년 8월 ‘고 김용균특조위’가 발간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의 요약문과 제1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내하도급, 즉 고용관계와 형태의 문제가 ‘위험의 외주화’를 낳았다는 것을 보고서는 첫머리부터 말하고 있었다.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은 바뀌었을까?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김용균과 함께 했던 동료들의 증언이다.

25일 오전 11시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가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정규직이 됐지만 왜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su.co.kr
25일 오전 11시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가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정규직이 됐지만 왜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su.co.kr

진전 없는 노사전협의체, 여전히 비정규직
한전산업개발의 자유총연맹 지분 한전이 매입해야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지부장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고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전혀 바뀐 것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2인 1조 근무는 석탄 운전업무에서는 이뤄지는데, 탈황과 회처리 업무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석탄 운전업무보다 노동 강도가 낮다는 말 안 되는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왜 바뀌지 않았을까? 한국발전기술지부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정규직이 됐지만 왜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곳에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노사전협의체의 정규직화 논의가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노사전협의체는 연료환경설비운전와 경상정비 두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는 김용균 노동자의 직무이기도 했다. 해당 분야에서는 발전5사 직접고용이 논의되다 현재는 가장 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로 하청업체들을 통합해 별도의 공공기관화해 고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다만 쟁점은 한전산업개발의 최대 지분을 가진 자유총연맹의 지분(31%)을 한전이 매입해야 한다는 데 있다. 노동계의 조건이기도 하다. 한전은 한전산업개발에 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화하기 위해서는 자유총연맹의 지분 매각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은 6월초까지 한국전력과 발전5사가 자유총연맹 지분 매수 M&A 실사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법적 문제와 제약으로 현재 진척이 없어 노사전협의체 안에서 이렇다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당정 TF 등 정부와 정치권이 작년에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짓는다’는 약속을 이행할 의지를 가지라고 촉구했다.

작년 12월 12일 ‘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당정TF(팀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김용균특조위 권고 이행을 위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노사전협의체를 통해 고용전환 및 임금, 노동조건 등의 논의를 한다는 것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직무 연료환경설비운전분야는 공공기관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 것도 핵심이었다. 당시 해당 방안에 대해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직접고용이 없고 당사자 의견 수렴이 안 됐다고 비판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노사전협의체에 함께 했다.

이러한 노사전협의체의 공전으로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은 현재 3개월 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현재 발전5사의 연료환경설비운전업무와 경상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도급 계약기간은 만료됐고 노사전협의체를 통해 전환 방식이 발표될 때까지 3개월 마다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논의 공전이 오히려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낳고 있는 셈이다.

25일 오전 10시 반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가 정부 정규직화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경상정비 분야도 위험의 외주화 막아야
기존의 도급계약에서 기간 연장으로는 안 돼

경상정비 분야 노사전협의체의 경우 입장 차가 너무 극명하다. 고용안정을 위해 도급계약기간을 기존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정부의 안이 던져진 상황이다. 노동계는 해당 안이 김용균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이전에도 정부가 고려하고 있었던 방안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도록 고용관계의 변화를 줄 안이 아니라 주장했다.

노동계는 대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상이한 두 가지 안이 나온 상태다.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사업장의 한국발전기술지부는 한전KPS를 통한 재공영화를 요구했다.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의 여러 하청업체를 한전산업개발이라는 업체로 통합해 공공기관화하자는 방안과 같다.

경상정비 분야 노사전협의체에 노동계 대표 중 한 명으로 들어가는 노훈민 한국발전기술지부 분당지회장은 “김용균 사고 대책 당정청 합의문에 나온 문구인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하’에서 볼 수 있듯이 경상정비 분야도 고용관계를 전환해야 하는데, 계약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고용관계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의 입장은 “발전소 정비업무 노동자(경상정비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계약기간을 6년 + α의 수의계약을 맺고 발전정비 산업 재공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산업 안 정비업무의 수의계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한국발전기술지부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발전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행 촉구를 위한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김용균의 동료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일하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가 일어나지 않는 고용관계의 전환 요구 외에도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및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그것들 또한 노사전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항이다.

노동계는 ▲발전비정규직노동자 적정노무비 실현 위한 70만 6천 원 임금 인상 ▲문제로 지적된 하청업체의 절반 이상 임금 착복 문제 해결 ▲2인 1조 위한 인력충원 시 계약직 채용 금지 ▲원하청 통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실시 등을 촉구했다.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의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이 발전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남동발전 분당발전본부 앞에서 농성을 한 지 열흘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