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네 눈물같이'··· 산업재해로 꺾인 청년노동자를 기록하다
'꽃이 지네 눈물같이'··· 산업재해로 꺾인 청년노동자를 기록하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2.08 15:47
  • 수정 2020.12.1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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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비롯 산업재해로 숨진 청년노동자 기록한 전시 열려
고 김용균씨의 2주기를 맞아 기획전시 '꽃이 지네 눈물같이'가 8일 열렸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씨의 2주기를 맞아 기획전시 '꽃이 지네 눈물같이'가 8일 열렸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꽃이 지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지네 눈물같이" _김광석 노래 '꽃' 中

2년 전 겨울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눈물같이 숨진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2주기를 맞아 기획전시 '꽃이 지네 눈물같이'가 8일 열렸다.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오전11시 전시를 열고 "청년비정규직 김용균이라는 꽃이 피었다가 산업재해로 시들어 버렸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라며 "김용균으로 대표되는 여러 산재사고와 죽음을 함께 기록해 청년비정규직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의 필요성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일은 2년 전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반시설을 혼자 점검하다 끼임 사고로 숨진 날이다. 

전시는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2층 전시실에서 12일(오전11시~오후6시)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동시관람은 10명 이내로 제한된다. 

전시회에는 김용균 씨의 사진과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 청년들의 사건 기록 등이 생화와 함께 걸렸다. 전시는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가 기획했고, 사진은 정택용·이희훈 작가, 글은 정혜윤 CBS PD가 맡았다. 

모든 상처의 색, 보라로 물든 '꽃이 지네 눈물같이' 전시장엔 김광석의 노래 '꽃'이 느리게 흘렀다. 
 

고 김용균씨의 아기 때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씨의 아기 때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씨의 아기 때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씨의 아기 때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1994년에 태어난 김용균은 돌잔치 때 색동한복을 입고 연필을 집었다. 사람들은 연필을 잡으면 공부를 잘할 거라고 축복해줬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고 김용균씨와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씨와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식구가 셋이다 보니 셋이 함께 찍은 사진이 얼마 없다. 보통 엄마는 용균이와 아빠를, 아빠는 용균이와 엄마를 렌즈에 담았다. 그나마 어렸을 적 사진은 남아있지만 용균이의 중·고등학교 때 사진은 거의 없다. 용균이가 숨진 뒤 어머니는 아들의 휴대폰에 남은 학창시절 사진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저장장치를 복구하지 못했다. 맞벌이하던 부모는 카메라를 자주 들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고 김용균씨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소년으로 성장하는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 씨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소년으로 성장하는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융균씨의 어릴 적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융균 씨의 어릴 적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갓난아기에서 소년으로 자라는 동안 용균이는 환절기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다. 부모는 용균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건강한 아이로, 부모 곁에 오래오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더 바라게 되었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군복을 입은 고 김용균씨의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군복을 입은 고 김용균 씨의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부모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용균이는 내내 키가 자랐고 다 자라자 176센티미터, 75킬로그램이 되었다. '우리 용균이는 애어른이에요' 엄마가 늘 하던 소리였다. 용균이는 퇴근 후 돌아온 엄마의 피로를 풀어주려고 아양을 잘 떨었다.··· 용균이는 애교가 많았고 엄마 품에 잘 파고들었고 잘 웃었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2년 전 고 김용균씨가 홀로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2년 전 고 김용균 씨가 홀로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용균이는 태안 화력발전소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하고 살이 많이 빠졌다. 아빠가 같이 목욕탕에 가보자고 했다. 용균이는 거절했다. 엄마는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안 되겠니?'라고 물었다. 용균이는 조금만 더 참아보겠다고 했다. '애어른' 용균이는 집안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알고 어서 빨리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김용균씨가 죽기 얼마 전 남긴 말은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이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김용균 씨가 죽기 얼마 전 남긴 말은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이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차가 없는 부모는 기차를 타고, 택시를 타고 여섯 시간 넘게 걸려 태안의료원에 도착했다. '우리 애는 기절해서 깨어나지 않는 것뿐이야!' 의료원에 도착하자 부모는 중환자실로 뛰어갔다. 그러나 용균이 같은 아이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남은 곳은 한군데뿐이었다. 영안실이었다. 경찰이 서랍장을 열었다. 얼굴이 먼저 나왔다. 얼굴이 까맸다. 석탄가루 범벅이었다.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부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땅을 치고 통곡했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고 김용균씨가 생화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 씨가 생화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상에 꿈처럼 짧게 머물다 간 청년의 미소는 어린아이 같은 데가 있다. 그 청년은 화력발전소의 밤에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적곤 했었다. '김용균에게. 용균아. 힘내!'··· 그 앳된 얼굴은 아직 세상을 믿고 있었다. 사랑과 생을 말하면 세상은 그것을 들어줄 것이라고. 그에게도 힘껏 살아볼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_ 정혜윤 CBS PD 글 中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고 김용균 씨의 사진 옆에는 일하다 숨진 청년노동자들의 사건 기록이 담겨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그리고 우리는 그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의 실패한 꿈에 뜨겁게 상처받고 그의 실패한 꿈을 우리의 꿈으로 삼는다." _ 정혜윤 CBS PD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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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의 곁엔 일하다 숨진 청년노동자들이 함께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