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서 또 한 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한 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9.11 10:55
  • 수정 2020.09.1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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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화물운송노동자 작업 중 스크루에 깔려 사망
복잡한 고용구조, 또다시 ‘위험의 외주화’ 지적도
지난 5월 27일 열린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정규직이 됐는데, 왜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는 여전히 비정규직인가?’ 토론회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지난 5월 27일 열린 ‘구의역 김군의 동료는 정규직이 됐는데, 왜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는 여전히 비정규직인가?’ 토론회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고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화물운송노동자가 설비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오전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60대 화물운송노동자가 스크루(Screw)에 깔려 숨졌다. 스크루를 정비하기 위해 지게차로 화물차량에 옮겨 고정하던 중 밧줄이 끊어져 스크루가 덮친 것으로 사고 정황을 추정하고 있다. 스크루는 배에 있는 석탄을 들어 옮기는 기계로 2톤에 달한다.

해당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들이 나왔다. 스크루 정비 업무를 태안화력발전소가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업체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운송노동자와 개인 위탁계약을 맺은 다단계 하청 구조였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안전감독자는 원청, 정비 업무는 하청업체, 지게차 운전은 원청 내 상주 하청업체 노동자, 그리고 화물노동자, 이 복잡한 고용구조가 책임과 권한의 공백을 만들어내 특수고용 화물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용균재단은 “위험의 외주화와 왜곡된 고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지금과 같은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역시 “위험하고 무거운 스크루를 옮기고 결박하는 작업에서 미리 올린 스크루를 크레인으로 잡아주는 등의 안전조치까지 노동자 홀로 감당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외주업체와 특수고용계약을 맺은 이 노동자는 홀로 위험하게 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노동자가 특수고용이라는 점을 빌미로 하청업체와 원청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죽음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한 세 곳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재해자는 운송사업자겸 운전기사로 산안법상 정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하청업체와 개인사업자 간의 계약이고, 따라서 다단계하청구조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 사고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