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주환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주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7.25 12:30
  • 수정 2020.07.26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421일
지난 7월 1일 열린 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이 전태일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난 7월 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위원장 김주환)이 전국단위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기존 지역 지자체에서 발급받았던 설립필증이 전국단위로 변경됨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현재 특수고용노동자 전속성 기준 폐지와 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 중이다. 이번 주 참여와혁신 언박싱 인물에서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의 소회를 들었다.

 

- 지난 17일 전국단위 노동조합이 됐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입니다. 좋으면서도 오래 걸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굉장히 힘든 조건입니다. 업체들의 갑질들은 여전하고, 대리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가고, 수입은 줄고 있습니다. 어디 하소연해도 진전되는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 본인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싸워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가장 굳건한 방법이 노동조합이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의 노동기본권을 되찾은 건 다행스럽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 조합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눈물 흘립니다. 몇 년 동안 전국단위 인증해달라고 계속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이 없으니까 뭉칠 수가 없어서 업체들한테 일방적으로 당해왔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하기가 힘듭니다. 다 흩어져 있고 생계가 어렵고 하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그 중에도 먼저 나서서 활동하는 조합원들이 있는데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해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스스로가 하는 거지 필증이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 전국단위 노동조합 인정 이후 무엇이 제일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까?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기본권을 확인받았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업체의 갑질에 맞서 요구하고, 교섭하고, 안 되면 싸울 수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 전국단위 신고증을 받은 건 421일만이지만 노동조합의 설립은 1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대리운전 일을 시작한 지는 10년 가까이 됩니다. 생각나는 게, 한 번은 어떤 동료가 다른 대리운전노동자의 상가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보통 상가집에 지인을 데리고 가지는 않잖습니까. 아무튼 갔는데 그 상가집에 아무도 없는 겁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보통 저녁에 일해서 사회관계망이 다 끊어집니다. 상가에서까지 쓸쓸한 걸 보면서... 그 이후로 사람들 만나고 소주도 한 잔씩 먹고 했습니다. 그런 삶들이 기억납니다.

- 현재 고용보험과 전속성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용자가 한 명이어도 두 명이어도 사용자입니다. 그게 노동자임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닙니다. 정부 시행령을 보면 대리운전 기사는 직접 업체로부터 지시에 따라 콜을 받거나, 업체의 연락을 받아서 업무를 하는 경우만 전속성이 있는 기사로 인정을 합니다. 근데 정말 비현실적이잖습니까. 대부분의 기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앱으로 콜을 수주합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전국에 20만 명 정도 추정되는데 그 중 산재보험 가입하는 사람이 달랑 4명입니다. 그 와중에 정부가 내년까지 고용보험을 전속성이 높은 14개 직종 위주로 먼저 적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 앞으로의 행보는 무엇입니까? 

새로운 국회가 열렸으니 여러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토론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연구자들도 너무 똑같은 이야기를 오래 하니까 지친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이 지칠 정도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눈물 나고 분노스러운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합법적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가깝게는 대리기사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만 싸운다고 될 문제는 아니고 같은 처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제도적인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위원장님이 생각하시는 노동조합이란 어떤 것입니까?

지난 번에 전태일다리에서 ‘내가 전태일이고 바보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리기사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힘들어지는데도 새롭게 대책을 마련해서 고쳐나가지 못한 것, 그게 우선 바보입니다. 그러나 전태일 열사가 그랬듯 반 발짝 앞서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삶을 개선해나가려 합니다. 다들 힘들고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스스로의 임무로 생각하고 감수하는 우리가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바보입니다. 나와 특고 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가 같이 최소한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