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모의 노동일기] 고기 없는 날, 함께해요!
[손광모의 노동일기] 고기 없는 날, 함께해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05 17:47
  • 수정 2020.08.05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노동을 글로 적습니다. 노동이 글이 되는 순간 노동자의 삶은 충만해진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노동도 글로 담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살고 싶습니다.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그러면 생선도 안 먹어요?”
“감자 샐러드에 버터 들어가 있는데 그건 먹어도 돼요?”

요 근래 점심시간에 들은 말이다. 비건(Vegan)이 됐다거나 채식을 시작한 건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쉬운 ‘고기 없는 날’을 시작했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고기 없는 날 캠페인이 유행하고 있다. 고기 없는 날은 일주일에 특정 요일을 정해 그날은 육식을 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육식을 하지 않는 날을 하루보다 더 많이 늘릴 수 있고,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넘어서 ‘비건데이’로 보낼 수도 있다.

고기 없는 날을 시작 하게 된 계기는 한국노총 환경동아리를 취재한 이후였다. 지금 당장의 작은 실천을 통해 지구가 거덜 나는 걸 막아보자는 환동 구성원 생각에 이끌렸다.

사실 육식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건 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킵 앤더슨, 키건 쿤 감독의 다큐멘터리 <소에 관한 음모Cowspiracy>(2014)를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미래인 반면 입안의 고기는 현재다. ‘고기를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지’, ‘특별한 날은 고기지’, ‘풀만 먹고 어떻게 힘을 쓰나’, ‘봉준호 감독도 <옥자>(2017)를 연출하고 나서 뒷풀이로 삼겹살을 먹었다고 하던데?’ 등 갖가지 이유와 함께 고기는 기후위기에 앞선다. 심지어 우리는 치킨을 ‘치느님’으로 모시고 찬양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막상 고기 없는 날을 해보니, 일주일에 하루 이틀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고기 없이 어떻게 살아’라고 상상하기 쉽지만 ‘풀떼기’라고 비하해서 부르기에는 섣부르다. 고기를 찬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채식에 대한 반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일 수 있다. 미식의 세계에서 고기-야채 이분법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열무김치국수도 제육덮밥만큼이나 맛있다.

물론 장애물은 있었다. 첫 번째는 부주의다. 고기 없는 날이란 걸 잊고 어느새 부대찌개집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슬며시 수요일이던 고기 없는 날을 금요일로 옮기지만 찜찜함을 가시기에 충분치 않다.

두 번째는 돈이다. 채식은 비쌌다. 국수에 지겨움을 느낄 무렵 고기 없는 날을 함께하는 지인과 샐러드집을 찾아간 적 있다. 갖은 야채와 구운 버섯, 파인애플, 블랙올리브에 발사믹 소스를 끼얹은 샐러드는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요리였다. 그러나 야채를 추가해서 먹어도 어딘가 허기진 기분은 순대국밥 보다 비싼 가격과 만나면서 어딘가 헛헛해졌다. 애초에 샐러드는 에피타이져지 과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요리였던가. 이렇게나 비싼 이유는 뭘까.

사실 마지막 이유 때문에 지구를 보호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선적’이라고 생각한 적 있다.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들 만한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와 프라이 탁과 같은 ‘친환경 기업’의 제품은 꽤 많이 비싸다. 한 번 사면 오래 쓴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목돈’이 필요한 정도다.

버려진 자동차 방수막으로 만들어진 가방이 30만 원을 호가하는 일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비싼 가격에는 ‘환경을 위한다는 기분’이 매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고로 환경보호도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 그게 아니더라도 그들은 같은 양의 1만 원짜리 돼지고기와 1만 5천 원짜리 친환경 돼지고기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가계부를 떠올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이다.

지금도 마음 한 편에 그런 의문을 지울 수 없지만, 매해 이상해져가는 여름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거라도 하자’는 마음이 더 커졌다. 특별히 소득이 대폭 늘지 않는 한 SPA 브랜드에서 옷을 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동차 면허를 따지 않을 것이고,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사흘 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고, 되도록 소비를 통해 만족을 찾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일회용품을 쓸 때는 죄책감을 다소 많이 느낄 것이다. 내달 월세 걱정만큼 지구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