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활동가의 녹색 실천, ‘우리 함께 지구를 지켜요!’
노동조합 활동가의 녹색 실천, ‘우리 함께 지구를 지켜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7.14 00:35
  • 수정 2020.07.14 0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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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줄이기, 고기 없는 날 등 매분기 다양한 환경 캠페인 진행
환경문제와 노동문제 동떨어진 게 아냐…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인터뷰] 한국노총 환경동아리 ‘환동’을 소개합니다

“이러다가 지구 거덜 나겠네!”

한국노총에는 특별한 소모임이 있다. 바로 환경동아리, 줄여서 ‘환동’이다. 2018년 12월에 출범해 햇수로 3년째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노동과 녹색이 어색한 사이인 만큼, 설립초기 환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생경함’이 다수였다. 하지만 현재 한국노총에서 환동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환동의 시작은 작지만 원대했다. 평소 녹색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효원 금속노련 홍보차장과 박주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차장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러다가 정말 지구를 거덜 낼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실천에 나서게 됐다. 이후 환동의 뜻에 공감한 김윤정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환동 구성원 세 사람은 모두 입을 모아 노동과 녹색이 먼 의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정의를 말하는 노동조합이 범위를 넓혀서 자연에 대한 정의를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박주현 차장) “모든 노동자는 지구의 시민이기도 하다.”(이효원 차장) “우리의 노동은 환경과 떨어질 수 없다.”(김윤정 차장) ‘지구 지키기’에 동참하는 이들이 노동계 안에서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환동을 만났다.

*인터뷰는 5월 24일 오후 6시 여의도 한국노총 근처 카페에서 진행했다.

환동을 소개합니다

Q. 환동,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효원 구체적인 계기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엄청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평소에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한국노총에 들어와 보니 사람들이 일회용컵을 너무 많이 쓰고 있더라. 종이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뭔가 해야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구 거덜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박주현 차장과 둘이서라도 뭔가를 시작해보자고 환동을 만들었다.

박주현 나는 자연을 너무 좋아한다. 산, 별, 사막, 폭포, 하늘 등 자연이 빚어낸 풍광에서 위로를 많이 얻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이효원 차장을 만나게 됐고, 소박하지만 지속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환동을 시작했다.

김윤정 환동 포스터를 보고 가입을 결심했다. 평소 환경 문제 중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먹거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집 주변에 고리원전이 있기도 하고, 어머니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깊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환경 문제에 대한 생각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

Q. 환동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이효원 박주현 차장과 처음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환경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책을 보자고 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주현 작년에는 한 달에 한 권 환경 관련 독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처음이라 잘 모르기도 해서 실천 활동은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비건 메뉴 접해보기 등 개인적이고 소소한 실천을 중심으로 했다.

올해는 4개월씩 돌아가면서 모임장 역할을 하고 개인마다 캠페인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1분기에는 플라스틱 줄이기(박주현 차장)를 했고, 현재는 고기 없는 ○요일(이효원 차장)을 하고 있다. 3분기에는 한국토종종자보존운동 혹은 친환경 농법을 지향하는 농가를 찾아 농활을 계획하고 있다.(김윤정 차장)

환동이 읽은 책들

Q. 각자 기억에 남는 환경 관련 도서가 있다면?

김윤정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구정은 저, 2018, 후마니타스)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우리는 무척 무분별하게 전자기기를 쓰고 구입한다. 사용기간도 짧은 편인데 버리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별로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전자기기들이 사라지고 버려진 다음 어떻게 남겨지는지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환경이 왜 우리 인간의 삶과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

박주현 사실 책 자체는 재미가 없었다. 기억에 남는 책은 맨 처음 읽은 책인데,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2017, 사이언스북스)이다. 표지가 예쁘고 환경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서 읽어보자고 한 건데, 저자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제목 그대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지구의 절반만 인간이 사용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관광지에 사람이 가지 않으면서 살아나는 자연환경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원 <사랑할까, 먹을까>(황윤 저, 2018, 휴)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가 페스코테리언(육류는 먹지 않고 생선,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 유형)이 된 지 1년 가까이 된다. 이 책은 황윤이라는 영화감독이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라는 영화를 기획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육식을 좋아하는 가족이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돼지를 실제로 찾아 떠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결정적으로 공장식 사육에 대한 비판을 많이 담는데, 이 책을 읽고 사실 비위가 약해져서 한동안 고기를 못 먹게 됐다. 그렇게 고기를 안 먹고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채식을 시작했다.

Q. 현재 환동에서 ‘고기 없는 ○요일’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관련해서 주위 반응과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효원 고기 없는 ○요일은 내가 모임장일 때 하는 캠페인이다. 1주일에 하루정도 육식을 하지 않는 날을 정하자는 것이다. 외국에서 진행하는 노미트먼데이 캠페인을 따왔다.

내가 진짜 페퍼로니를 좋아한다. 페퍼로니 피자를 엄청 먹고 싶은데 참을 만하다. 육류를 안 먹는 건 괜찮은데, 해산물까지 안 먹기 시작하면 정말 어려워질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어제도 흔히 회식하면 보쌈집 같은 곳을 가는데 나 때문에 대구탕집을 갔다. 이 이상 먹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진짜 어렵지 않을까 싶다.

김윤정 사실 주현 차장과 나는 고기 없는 ○요일 시작하는 주에 실패를 했다. 어쩌다보니 점심에 다들 부대찌개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어? 어? 어??’하다가 먹으러 가게 됐다.

박주현 나는 의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먹었다. 저녁에 엄마가 ‘어제 너 햄버거 안 먹었잖아?’라고 해서 ‘어 그래? 그럼 먹자’하고 딱 먹었다. 먹고 나니까 ‘앗 고기 먹으면 안 되는데’ 생각이 들더라.

이효원 ‘고기 없는 ○요일’를 소개하는 자보를 붙여놨는데 한국노총 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묻더라. 같이 실천해주겠다는 분이 금속노련에는 아직 없고, 한국노총에서 한 분이 함께 해주겠다고 했다.

환동, 한국노총 내에서 반응은?

Q. 한국노총에서는 환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박주현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예쁘게 봐주는 편이다. 초기 활동 때 환동을 소개하는 자보를 만들어 6층에 붙였는데 ‘7층에는 왜 안 붙이냐’는 관심어린 민원(?)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한국노총 기관지에 글을 싣는 기회가 생겨 환동 활동을 더욱 알릴 수 있게 됐다.

Q. 환동이 생긴 지 1년 6개월이나 흘렀는데 초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효원 확실히 실천까지는 못해도 아이디어에는 공감하는 것 같다. 저희가 환동 한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다니니까 사람들이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가령 매일 일회용품을 쓰더라도 환경에 관심이 있고, 환경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약간 근로감독관의 기분을 느낀다. 일회용품 들고서 지나가는데 나를 보더니 ‘나 이거 하루에 한 개만 써!’라고 하더라. 반대로 내가 어떻게 하다가 종이컵을 썼는데 ‘엇! 환동인데!’라고 하면서 자기 검열을 시켜주더라.

박주현 나는 한국노총 외부에도 환동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을 하면 눈치를 보는 사람이 있더라. 그 때 ‘혼내지 말고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더 도움 될 거다’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김윤정 두 분이 외부에서 눈치를 받는다면 나는 내부에서 눈치를 받는 편이다. 나는 집에서 음식을 잘 해먹는 편이다. 그런데 모든 식료품 가게에서는 플라스틱으로 포장을 하고 있어서 매번 구매를 하면서도 꺼림칙하다. 한국노총 내에서도 플라스틱 많이 쓰는 사람을 골라 리스트업을 해뒀다. 어떻게 저 사람이 일회용품을 안 쓰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경에 왔다.

이효원 사실 옛날에 지금은 안 계시는 한 간부님이 환동에서 생각하는 한국노총이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관심을 받기도 했었는데 사업이나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환경과 노동의 교차점

Q. 사실 한국 사회에서 녹색의제와 노동의제는 거리가 멀다. 노동조합 활동가로 일하면서 환경과 노동에 접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이효원 사실 환경보호만 생각하면 덜 어렵다. 개인적인 유혹을 이기고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그런데 노동과 환경은 여러모로 어색한 동침이더라. 금속노련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더 고민이 많아졌다. 가령 최근에 금속노련에서 함께 일하는 활동가가 “산하 사업장에서 환경오염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단위노조가 금속노련에 사업장 수호를 부탁하면 어떻게 할할거냐”고 물어보더라.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가 환경과 정면으로 부딪힐 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니 답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박주현 나도 아직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평소에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임금이나 복지 혹은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 더 중요한 사람들에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뭘 해봅시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어쩌면 엄청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환동 활동을 누군가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열심히 하는 모습을 던져주기만 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하고 싶어질 때 동참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김윤정 우리의 노동이 환경과 떨어질 수 없다. 결이 다른 문제로 보이지만 내 관점에서는 같아 보인다. 예를 들어 폭염으로 인한 산재사고가 일어났을 때,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Q.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윤정 환경과 노동분야는 지속적인 이슈파이팅을 통해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공동행동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가 노동과 환경을 함께 이야기 하는 게 보다 효과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이효원 내가 처음에 한국노총에 와서 건강보험 관련 정책 일을 맡았다. 사실 건강보험제도에 왜 노동조합이 개입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합원은 모두 우리나라의 국민이기에 건강보험제도에 개입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자면 모든 노동자들은 지구 시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노동조합도 환경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책임이 있다.

박주현 나는 도덕적인 이유가 아닌 다소 ‘이기적인’ 이유에서라도 사람들이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미세먼지로 숨쉬기가 힘들다’, ‘항생제 가득한 고기를 먹기 싫다’ 등의 이유로 환경을 더럽히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연히 누리고 싶은 삶을 위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가장 먼저 한국노총 내에서 환동 세력이 좀 커져야 하지 않겠나?

이효원 맞다. 조직화가 엄청 중요하다.

박주현 꼭 한국노총 내에서만 진행하는 건 아쉽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환동에 참여할 수 있다. 사실 환동은 자율적인 부분이 크다. 책읽기가 부담스러우면 활동을 함께하면 된다. 비건과 같은 실천에서도 강요는 없다. 그저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환경 중심의 사고와 실천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동은 지금 뉴페이스를 찾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빨대 쓰기가 꺼려졌던 분들, 마트 장보고 나서 어느새 쌓여있는 포장지를 보고 뜨악한 적 있는 분들,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서 한 번이라도 동물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한 적 있는 분들, 망가져가는 지구가 안타깝다고 생각한 분들이라면 환동에 가입해보자. 생각을 넘은 실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환동을 통해 당신도 지구를 지키는 데 동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