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회복될 줄 알았으나… 코로나19 이후 다시 ‘안갯속’
조선산업, 회복될 줄 알았으나… 코로나19 이후 다시 ‘안갯속’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8.05 17:50
  • 수정 2020.08.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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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 2020년 선박발주 전망 ‘38.5백만CGT → 20.9백만CGT’ 대폭 감소
“세계 조선산업, 2024년까지 선박발주량 부족으로 어려움 반복될 것”

2009년부터 10여 년간 지속된 조선산업 불황은 2018년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조선산업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고용대책과 중장기적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이후 한국 조선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 이슈페이퍼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조선산업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선박발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등장으로 2020년 선박발주 전망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아래 그래프>

클락슨리서치 2019년 9월과 2020년 3월 향후 선박발주 전망 비교(단위 : 백만CGT) [자료:금속노조 노동연구원]

클락슨리서치는 매년 3월과 9월 조선산업 향후 전망치를 발표한다. 2019년 9월만 해도 클락슨리서치가 전망한 2020년 선박발주는 38.5백만CGT였는데, 2020년 3월에는 대폭 감소한 20.9백만CGT로 떨어졌다. 코로나19를 전후로 선박발주 전망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이는 2020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2021년 선박발주 전망은 41.4백만CGT에서 31.6백만CGT로 감소했고, 2022년 선박발주 전망은 44.7백만CGT에서 32.3백만CGT로 감소했다. 2023년 선박발주 전망 역시 39.8백만CGT에서 34백만CGT로 감소했고, 2024년 선박발주 전망은 39.6백만CGT에서 36.1백만CGT로 감소했다. 애초 선박발주 전망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건 2025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현재 전 세계 선박건조 능력이 36~38백만CGT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까지 세계 조선산업은 선박 발주량 부족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주관적인 희망이 섞인 기대로 코로나19 조기극복을 통한 업황 회복을 기대하거나 아니면 2024년 이후의 업황 회복을 기대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선박수요 감소가 계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의 제한으로 선박발주의 기술적 협상이 부진하면서 발주지체가 가속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 결과 2020년 5월까지 전 세계 선박수주는 4.7백만CGT로 나타났으며 현재 추세라면 최근 10년간 선박발주량이 최악의 해였던 2016년보다 발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20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하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선박발주 회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증산을 위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LNG운반선들이 하반기에 발주되면서 한국 조선업체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상반기에는 수주부진도 지속됐다. 한국 조선업체의 생산능력이 12백만CGT라는 걸 고려하면 수주잔량은 20백만CGT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수주잔량은 20백만CGT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 조선업체의 2년 치 일감도 안 되는 수주잔량으로, 한국 조선업체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한국 주요 조선업체들이 업체별 수주잔량은 2019년 말과 2020년 5월을 비교했을 때 크게 감소했다.<아래 표> 대선조선과 대한조선은 수주잔량이 증가했으나, 금속노조 및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사업장 수주잔량은 2019년 말 5.16백만DWT에서 2020년 5월 44.8백만DWT로 10% 이상 감소했다.

[자료: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박종식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초래된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 전 세계 조선산업의 위기라는 점 또한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현재 시점에서 보면 2018~19년 조선산업 회복은 2013~14년 일시적 회복 국면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하고 이와 같은 위기의 지속에는 코로나19의 돌발변수 영향이 크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