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거래 금지,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
야생동물 거래 금지,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8.13 06:24
  • 수정 2020.08.1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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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greenej@greenkorea.org

 

2019년 녹색연합이 진행한 사육곰 농장 모니터링. ⓒ 녹색연합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확진자는 1,500만 명, 사망자는 64만 명(7월 27일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사회·경제적 손실도 막대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3.0%로 전망한 세계 경제 성장률을 두 달 만에 -4.9%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최소 5조 8,000억 달러(약 7,140조 원)에서 최대 8조 8,000억 달러(약 1경 8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사스, 메르스는 모두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입니다.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중간 숙주로 하여 인간에게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볼라, 지카, 조류 인플루엔자 등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감염병 대부분이 동물과 사람 간의 전파가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체 감염병의 60%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며,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의 가속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일상적인 위협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매일 수천의 야생동물이 식용, 애완용, 전통의약용 및 오락용으로 밀렵당하거나 사육되어 몇십억 달러 대의 국제무역으로 전 세계에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포획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는 야생동물을 질병의 배양원으로 작용하게 합니다. 야생동물 국제 거래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도 청정지대가 아닙니다. 국내 유입되는 해외 야생동물 중 96%(약 50만 마리)가 검역 대상이 아닌 양서류와 파충류이며, 환경부 수입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오는 야생동물이 전체 해외 유입 야생동물 중 약 63%를 차지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 주요 매개체로 언급되는 박쥐, 사향고양이도 국내에 유입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선진적인 방역시스템으로 모범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것이 합법이며,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각종 실내 체험동물원, 카페가 곳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 시대, 야생동물을 착취하고, 고통 속에 방치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모두의 희생 속에서 지켜낸 안전은 언제 더 큰 위험으로 바뀔지 모릅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예측하며, 신종 감염병의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확산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 경고합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찾아올지 모르는 강력한 미지의 ‘질병X’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모두를 위협에 빠뜨리는 야생동물 착취를 끝내야 합니다.

©World Animal Protection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를 위해 주요 20개 국가의 정상들이 매년 모입니다. 올해 11월에도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3월 26일, G20 세계 정상들은 특별 화상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해 ‘G20 특별정상회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관한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오는 11월에 열릴 G20 회의에서도 감염병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논의될 것입니다.

G20의 국가는 야생동물 거래의 주요 공급국이자 소비국입니다. G20 세계 정상들은 인간의 건강과 세계 경제에 지대한 위험을 끼칠 또 다른 감염병을 막기 위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야생동물 국제 거래 종식을 11월 정상회의에서 결의하도록 요구하는 국제 서명 운동이 14개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이 인간의 건강은 물론 사회·경제 시스템까지 위협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똑똑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착취하고, 그 고통을 이용하는 야생동물 거래를 지금 당장 끝내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입니다. 야생동물 거래 금지는 단순히 야생동물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한 문제입니다.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로서 온전히 살아갈 때 인간도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국제동물보호단체 WAP(World Animal Protection)와 야생동물 국제 거래 금지를 위한 국제 캠페인 한국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서명을 통해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 회의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건강,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야생동물 국제 거래 영구적 종식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참여 고고! : ▶ 야생동물 국제 거래 금지 서명운동 캠페인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