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사간 정면충돌 양상
기륭전자 노사간 정면충돌 양상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10.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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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농성장 강제 철거하고 협상중단ㆍ법적 대응 선언
기륭전자 사태가 노사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수세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던 사측이 15일 태도를 돌변,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힘 대 힘의 맞대결로 전개되고 있다.

기륭전자(대표이사 배영훈)는 15일 오전 직원과 용역업체 등을 동원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앞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의 농성장을 철거하고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사측은 농성장을 정리하려는 조합원들과 다시 충돌해 15일 오후까지 모두 세 차례 물리력을 동원한 충동을 빚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륭전자 배영훈 대표는 15일 낮 기자회견을 자처해 “더 이상 협상은 없다. 끝없이 투쟁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문 노동운동가들이 기륭전자에 침투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며, 이들의 시위 목적은 고용이 아니고 사회 혼란”이라고 주장하며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 대표는 김소연 분회장에 대해 ‘이적단체 소속’이라며 ‘색깔론’까지 제기하고 “공권력이 정당한 기업 활동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이끌만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초강경 발언까지 내놨다.

이에 앞서 노조는 기륭전자 매출의 90% 이상을 의지하고 있는 미국 시리우스사를 항의방문하기 위해 15일 출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측이 색깔론까지 내세운 전면전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조는 금속노조와 민주노동당까지 가세한 총력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기륭전자 사태는 노정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정규직 문제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륭전자 사태는 이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충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