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15일 17차 교섭에서 ‘추가 제시안’ 내놓을까
한국지엠, 15일 17차 교섭에서 ‘추가 제시안’ 내놓을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10.14 17:03
  • 수정 2020.10.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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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사,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부평2공장 미래전망 놓고 갈등 ‘팽팽’
노조, “납득할만한 추가 제시안 내놓지 않을 시 투쟁 불가피”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올해 한국지엠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15일 17차 교섭에서 회사가 노조에 어떤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는 15일 오전 10시 17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7차 교섭에서 회사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중앙쟁의대책위원회(중앙쟁대위)를 열고 실천지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9월 2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며, 15일 오후 4시 중앙쟁대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3,000억 적자” vs. “생활임금 확보해야”

노사는 7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열여섯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지부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은 기본급 12만304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이다. 이는 금속노조의 2020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따른 것으로, 같은 금속노조 소속이자 완성차업계에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차지부와 기아차지부도 같은 금액을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올해 임금 협상에서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등을 통한 ‘생활임금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때문에 올해는 기본급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목소리다. 덧붙여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400%, 사기진작 격려금 600만 원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3,000억 원 적자가 발생했고, 예견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동시 타격으로 현금 유동성의 압박이 크다”며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역시 “수익성이 성과급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데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 조합원들은 임금동결, 성과급 제로, 단협 후퇴를 겪어왔지만, 경영진과 임원들은 조합원의 희생을 통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며 “국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장에서 경영 부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임원만 별도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외에도 ▲근속 연차 휴가 통상임금 100%에서 150% 원상회복 ▲상여금 지급 기준 및 상여금 지급 방법 원상회복 ▲3년 이상 근속 유류비 50리터 지급 원상회복 등 임금성이 포함된 단체협약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김성갑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2년 전 임금성 관련 단협이 삭감됐다”며 “단협에 있는 모든 임금성 전부를 복원할 수는 없겠으나 공장 정상화 시점에 맞춰 최소한의 단협 원상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3일 오전 11시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본관 앞에서 ‘국민혈세 투입된 한국지엠 정상화! 문재인 정부 책임 및 관리감독 강화!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한국지엠 미래발전전망 확보를 위한 GM자본 고소,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3일 오전 11시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본관 앞에서 ‘국민혈세 투입된 한국지엠 정상화! 문재인 정부 책임 및 관리감독 강화!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한국지엠 미래발전전망 확보를 위한 GM자본 고소,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부평2공장, 신규 차량 가동에 부적합” vs. “사실상 부평2공장 폐쇄”

미래발전 전망도 큰 쟁점이다. 한국지엠지부는 올해 특별요구안으로 한국지엠 미래발전 전망을 요구했다. 탈(脫)내연기관·친환경차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신차배정 및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어떤 전망을 만들어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지난달 21일 14차 교섭에서는 회사가 부평2공장에 신규 차량 물량 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가 노조에 제출한 ‘미래발전방안 관련 보충 제시안’에는 “공장 운영의 효율성 및 제조경쟁력을 최대화할 필요성과 신규 차량이 목표로 하는 수출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회사는 SUV/C-CUV 타입 차량(신규 차량)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하여 글로벌차량개발계획에 따라 2021년부터 1억9천 만 달러가량의 생산시설, 장비 및 금형에 대한 투자를 개시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부평2공장 활용방안에 대하여 다양한 각도로 검토하였으나 신규 차량의 경쟁력 확보나 부평공장 전체의 효율적인 가동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정했다”며 “미래의 생산 및 판매량 예상에는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많은 변수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회사는 신규 차량이 생산, 판매되는 시점에는 부평공장 전체의 생산량이 부평1공장의 최대 가동률을 확보하는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에 한국지엠지부는 “회사의 제시안은 사실상 부평2공장을 폐쇄한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부평2공장에 대한 명확한 제시안을 차기 교섭에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는 부평1공장과 부평2공장 경쟁력 차이를 강조하며 “추가적인 내수 및 수출시장의 수요가 있을 경우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현재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차종에 대한 생산 일정을 일정 기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부평1공장에서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소형 SUV ‘앙코르GX’를 생산하고 있으며 부평2공장에는 소형 SUV ‘트랙스’, 중형 세단 ‘말리부’, 소형 SUV ‘뷰익 앙코르’를 생산 중이다.

김성갑 지부장은 “노사의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미래비전을 갖자는 게 노동조합의 입장”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일방통행을 강요한다면 노동조합은 불가피한 투쟁지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측이 최소한의 존중과 성의를 보인다면 임단협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