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달린 자전거… 사각지대에 빠져 멈췄다
26년 동안 달린 자전거… 사각지대에 빠져 멈췄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15 13:13
  • 수정 2020.10.1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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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 노조설립필증 교부 촉구 기자회견
“7개월 째 노조설립필증 안 나와 생계대책 마련 요구도 할 수 없어”
15일,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이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조준수 경륜선수노조 부위원장, 류기섭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이경태 경륜선수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5일,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이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조준수 경륜선수노조 부위원장, 류기섭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이경태 경륜선수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4살 나이에 경륜선수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경태 씨. 경륜선수의 삶을 산 지 26년 만에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코로나19로 경륜경기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경태 씨는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 위원장이기도 하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위원장 이경태, 이하 경륜선수노조)은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정부가 지정한 체육의 날이자, 국회에서 경륜선수노조가 노조설립을 신고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가지는 날이다. 또, 경륜 사업을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국정감사를 받는다.

경륜선수노조는 올해 3월 3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노조설립을 신고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노조설립신고 보완요구와 노조법상 근로자성 확인 서류 제출, 6시간 반에 걸친 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대면질의를 거쳤지만 아직도 노조설립필증이 교부되지 않았다.

경륜선수노조는 ▲소득의존성 ▲노무 제공을 통한 시장 접근 ▲계약 내용의 일방적 결정 ▲지속성 및 전속성 ▲지휘·감독체계 ▲수입의 노무대가성을 따졌을 때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경태 경륜선수노조 위원장은 “경륜선수들은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빠져있다”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노조설립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경륜경기가 중단되면서 경륜선수들은 불안하고 위험한 단기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며 “노조 설립을 통해 노동3권을 보장받고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류기섭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역시 “경륜선수들이 노조라도 있어야 노조를 통해 경륜경기 중단에 따른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노조설립필증이 나오지 않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노조할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인데 왜 그 권리가 경륜선수에게만 적용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륜선수노조에 따르면 9월, 고용노동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고용노동부 규제개혁법무담당 부서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와 안양지청의 ‘핑퐁게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경륜선수노조의 설명이다.

이경태 위원장은 “한 달 째 검토 중이라며 노조설립필증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으로 교섭권과 쟁의권을 보장받은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생계 대책과 관련해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교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륜선수노조에 따르면, 2월 28일 경륜경기가 중단된 이후 4월과 7월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최한 시범경주에서 회당 144만 원을 지급받은 것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무이자 대부 사업을 통한 500만 원 대출, 국가에서 지급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 원 외에 8개월 동안의 수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경태 위원장은 “경륜경기가 언제 재개될 지 알 수 없어 훈련을 계속 해야 하지만, 훈련은 고사하고 대부분 배달노동이나 택배노동, 건설일용노동 등을 통한 생계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크게 다쳐 경륜선수로서의 생을 마감하거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전직하는 경륜선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륜선수에 대한 생계대책 부재로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다가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륜선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륜선수노조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설립필증이 교부되지 않는 이유를 질의할 것으로 밝혔다. 또한, 지난해 경륜선수의 인권과 안전 문제를 지적했던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제기된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