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설노동자 20만 명 시대, 성 평등 작업현장은 요원
여성 건설노동자 20만 명 시대, 성 평등 작업현장은 요원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1.18 19:19
  • 수정 2020.11.18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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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토론회
“산업안전교육에 성희롱 예방 및 성 평등 교육 의무로 실시해야”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양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국회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이날은 전명숙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경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 홍정우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 김성철 여성가족부 권익기반과장,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김이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등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양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2019년 기준, 200만여 명의 건설노동자 중 여성노동자는 20만여 명으로 10%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 여성노동자는 2014년 2만 7,000여 명에서 2018년 6만 5,000여 명으로 3만 7,000명 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인 남성 중심 산업으로 꼽히는 건설업에서 여성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노동자는 현장에서 각종 차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양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장옥기)이 주관했고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권인숙 민주당 의원, 김주영 민주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김경신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건설산업연맹 현장직 여성조합원 272명과 사무직 여성조합원 8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장직 조합원 75.4%, 사무직 조합원 47.5%가 건설현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수의 조합원은 성희롱 가해자가 업무 관련성이 높은 동료 혹은 상급자였다고 답했다.

또한 현장직 조합원의 78.3%가 노동조합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 외에 현장이나 기업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사무직 조합원 역시 16.2%가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 건설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때 신고 방법이나 대응 절차에 대해 교육받은 경험 역시 적게 나타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김경신 위원장은 분석했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남성 중심의 건설현장 분위기로 여성 건설노동자가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해 인지하는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지해도 도움을 어디서 요청해야하는지 모르는 양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노동자는 화장실이 없거나 비위생적이고 탈의실과 휴게실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연구위원은 “여성 건설노동자 인터뷰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화장실에 샤워기라도 설치해주면 땀과 먼지라도 씻고 집에 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경신 위원장과 김경희 연구위원은 ▲산업안전보건교육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 마련 ▲건설노동자고용개선전문위원회 위촉직 위원 구성시 성별균형 고려 ▲직업상담원을 위한 성인지 교육 시행 등을 통해 여성 건설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한 건설현장이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김경신 위원장과 김경희 연구위원의 발제를 들은 김성철 여성가족부 권익기반과장은 “성희롱 예방교육은 법적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사각지대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로 지정할 수 있는지 확인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를 마련해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2013년부터 ‘찾아가는 성희롱 예방교육’이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건설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홍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정우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연말에 개정될 예정인데 이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성희롱 교육을 핵심 내용으로 포함하도록 하겠다”며 “성희롱 및 성차별 피해에 대한 구제기구나 구제절차를 교육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직업상담원을 위한 성인지 교육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직업상담센터의 경우, 직업상담원이 매년 성인지 교육을 필수로 받는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경우에는 미진한 경우가 있다”며 “중앙정부의 직업상담원과 지자체의 직업상담원이 모두 매년 1회 이상 필수로 성인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