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건설 현장 성차별 없애자"
건설노조, "건설 현장 성차별 없애자"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4.04 10:48
  • 수정 2023.04.0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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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고 건설 현장에서 노조 탄압 늘며 성차별도 심해져"
"정부와 건설사는 여성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해야"
1일 오후 '건설노조 탄압 규탄! 윤석열 정권 심판! 여성 건설노동자 실업 대책 촉구! 수도권 건설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수도권건설지부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채용 등에 있어 더욱 심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노조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에서 '건설노조 탄압 규탄! 윤석열 정권 심판! 여성 건설노동자 실업 대책 촉구! 수도권 건설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건폭(건설 현장 폭력)'의 주체로 건설노조를 지목하며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이어 나가자 암암리에 여성 건설노동자들을 차별해오던 건설사들이 노골적으로 여성 건설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채용 거절'이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성차별 중 하나라며 얼마 전 있었던 채용 거절 사건에 대해 밝혔다. 박미성 부위원장은 "최근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가 성희롱이 발생할까 봐 여성노동자를 채용하지 못하겠다며 여성 노동자의 채용을 거절했다. 당시 건설노조는 성차별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열어 '성희롱이 문제라면 노조가 책임지고 관련 교육을 하겠다. 그러니 여성 건설노동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건설사에 말했다"면서 "그러자 해당 건설사는 말을 바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이 없어 채용하지 못한다며 재차 채용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희롱이나 화장실·휴게실을 이유로 대지만 사실 다 핑계에 불과하다. 그냥 여자를 채용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박미성 부위원장은 여성 건설노동자 차별은 건설 현장의 고질병이라고 이야기했다. 박미성 부위원장은 "건설 현장은 여러 가지 장비를 통해 전문적인 기술을 발휘하며 일하는 곳인데, 힘으로만 일한다고 생각해 여성 건설노동자를 차별해 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건설노조에서 강력하게 항의해 차츰 차별을 줄여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정부가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자 다시 차별이 부활하고 있다. 아까 말한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게 박미성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은정 건설노조 여성담당 국장은 건설 현장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던 건설노조에 대한 차별이 증가해 여성 차별도 같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국장은 "노조 탄압 분위기 속에서 건설사들은 적정 임금,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철폐 등을 이야기하는 건설노조 조합원의 채용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건설노조가 위축된 상황"이라 "평소 건설노조를 통해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 오던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다시 차별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 이은정 국장의 설명이다.

건설노조는 그동안 성차별을 비롯한 건설 현장의 수많은 불법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조가 건설 현장 폭력행위의 주범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건설노조는 그동안 건설 현장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예시 중 하나로 건설노조에서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를 꼽았다. 건설노조는 "건설기능학교를 통해 건설노동자에게 건설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능학교는 건설노동자의 기능 향상과 취업 지원을 목적으로 다양한 훈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어 "건설 현장에 화장실과 휴게실을 만드는 활동도 계속해 왔다"면서 "이처럼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할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해 온 덕분에 건설 현장이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건설 현장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건설 노동자의 10%를 차지하는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건설기능학교에서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지 않고 모집했다. 화장실과 휴게실을 요구할 때 여성노동자의 것도 함께 요구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건설노조는 "어렵게 바꿔가고 있는 건설 현장의 노동 환경과 성평등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지 말라"며 정부와 건설사를 규탄했다. 또 "여성 건설노동자의 생존권 박탈을 이젠 멈춰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은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서울 동편 광장까지 행진 후 결의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