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 “현존하는 성차별 부정 말라”
세계여성의 날 “현존하는 성차별 부정 말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3.08 23:41
  • 수정 2023.03.09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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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여성 월급 남성의 65% 수준...“현장에서부터 여성노동권 확대할 것”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진행되는 '2023년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진행되는 ‘2023년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115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후퇴 정책을 규탄했다. 8일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한 뒤 본대회를 진행했다. 대회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에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불쾌한 시선과 깔보는 듯한 말투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가장 크게 느껴요. 건설현장에는 남성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여성 화장실·탈의실 등이 없는 곳도 있어요. 제가 중년 여성이라 건설현장 일자리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건설노조가 다양한 활동으로 개선하고 있는데 더 나아졌으면 해요.” (건설노동자)

“공공기관 민간위탁 회사에서 콜센터 업무를 하고 있어요. 남성 고객들이 특히 여성 상담사에게 심한 폭언을 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장학금 지급 대상 탈락 등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네가 책임져라’, ‘퇴사해라’ 이런 말은 기본이에요. 여성이 많은 대부분 사업장에서 그렇듯, 저희도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아요. 기본급이 180만 원대예요.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회사는 도급비를 주는 재단에서 책임질 부분이라 하고, 반대로 재단은 회사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에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김윤숙 노동자)

“저는 장애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사예요. 수업·체육활동·수학여행·화장실 이용 등 장애 학생이 혼자하기 어려운 일이 많기 때문에 항상 저희가 함께해요. 일종의 돌봄 노동이죠. 저처럼 학교에서 돌봄·급식·청소 등 하는 교육공무직 대다수가 저임금 여성 노동자고, 그동안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했던 가사와 비슷한 일을 해요. ‘공짜 노동’, ‘주부들 반찬값 정도만 주면 되는 일’이라는 인식에 저임금 노동을 고착시켰다고 생각해요.” (특수교육실무사 조순옥 노동자)

민주노총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인 국정운영은 사회를 갈라치고 수십 년간 여성들의 투쟁으로 만든 성평등을 한순간에 후퇴시켰다”며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성평등 고용, 여성 안전 일터, 함께 돌보는 사회를 요구하며 현장에서부터 여성노동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대 발언에 나선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전체 여성 노동자의 36%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의 8%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현존하는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과 ‘성평등’을 국가 정책에서 삭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 성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여성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20만원으로 남성(339만 원)보다 119만원 낮다. 남성의 64.9% 수준이다. 전체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166만 원 이하)의 비율도 여성이 29.3%로 남성(9.9%)보다 3배가량 많았다. 성별 임금격차를 만드는 주요 원인인 근속년수도 여성이 남성보다 짧다. 남성의 근속년수가 6.92년인데 비해 여성은 4.81년이다.

정경윤 연구위원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불합리한 고용 구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양성평등 일자리’ 정책은 육아휴직기간 확대에 맞추어져 있고, 그나마 도입하겠다고 밝힌 성별근로공시제는 민간기업을 제외한 공공기관부터 적용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 격차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별을 통해 자본이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 격차를 개선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성평등 일터 만들기에 힘쓴 산하 조직과 조합원에 상을 수여했다. 성평등모범조직상은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렌탈가전 방문점검업계 최초 단체협약 체결)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일반노조(성평등 조직문화 강화)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전 조합원 성평등 교육)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책읽기모임(직장 내 스토킹 살해 공론화)에게 돌아갔다.

성평등모범조합원상 수상자는 총 4명이다. 건설산업연맹 김경신(여성 건설노동자 권익 향상, 성평등 국제연대), 서비스연맹 이랜드노조 이정연(성평등 교육), 전교조 양민주(스쿨미투 피해자 조력 등),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엔에프지회 권승미(노조 설립해 여성 노동자 인권 강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