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약은 마침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사회적 협약은 마침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 손광모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2.04 14:13
  • 수정 2020.12.04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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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2년 중간 평가 … ‘사회적 협약’ 이후 라이더유니온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 “결국은 실력과 역량의 문제”
특별좌담_라이더유니온 2년, 중간 평가와 향후 방향

라이더유니온은 노동운동계의 샛별이었다. 2019년 메이데이, 라이더유니온은 뭇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당당하게 행진했다. 그동안 누구도 관심가지지 않았던 ‘배달부’들이 어엿한 ‘배달노동자’로 탈바꿈한 계기였다.

화려한 등장만큼 현재까지 라이더유니온의 성과도 괄목할만하다. 출범 6개월 만에 서울시로부터 지역단위 노조설립필증을 받았고, 지난 10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단위 노조설립필증을 받아냈다. ‘라이더도 노동자며,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를 사회적 사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플랫폼업계의 시간은 빠르다. 지금도 시시각각 플랫폼업계는 변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의 성과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 라이더유니온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라이더유니온의 지난 2년을 평가하고 향후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과 권오성 라이더유니온 자문위원(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오민규 라이더유니온 자문위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11월 27일 오후 4시 서울시 마포구 라이더유니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라이더유니온의 2년 평가

라이더유니온의 지난 2년
- 2018년 7월 박정훈 '폭염수당 100원' 1인 시위
- 2018년 9월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회
- 2019년 5월 1일 라이더유니온 설립
- 2019년 11월 5일 ‘요기요 노동자’ 노동자성 첫 인정
- 2019년 11월 18일 라이더유니온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필증 교부
- 2020년 10월 10일 라이더유니온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필증 교부

지난 2년간 라이더유니온의 활동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을 하나 꼽아달라.

박정훈 : 2019년 5월 1일 오토바이 행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라이더가 배달마치고 오토바이 끌고 와서 데모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봤다. 어쨌든 이를 진행해서 확신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였다. 그 다음은 근로자지위를 확인 받은 사건이다. 물론 조직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한계도 있다. 지금까지는 배달노동자의 시민권을 획득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민규 : 라이더유니온은 게릴라처럼 정규전보다는 비정규전을 중심으로 했다. 그런 와중에도 정규전에 버금가는 일들이 한두 건이 있었다. 하나는 우아한형제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던 건이다. 플랫폼노조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출발점 만들어냈다. 두 번째는 전국단위 설립신고 했을 때다. 대리운전노조 사례와 한-EU FTA 관련한 ILO 협약비준. 매우 작은 틈새지만,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아픈 틈새를 제대로 찔렀다.

권오성 : 몇몇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영민한 판단력으로 실제 가지고 있는 자원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성취를 해낸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 연맹에서 지원받으면서 활동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라이더유니온은 굉장히 취약하다. 몇몇 사람을 갈아서 만든 활동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조바심이 드는 상황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지금까지 라이더유니온의 전략을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액션 ▲토론회와 입장문을 통한 플랫폼노동 담론 형성 ▲비정규직 센터, 우분투재단, 지자체 등을 통한 자원동원 등 세 가지로 요약해줬다. 이러한 전략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박정훈 : 독특한 위치에서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업계는 특정한 사업장이 없기 때문에 전단지조차 뿌리고 다닐 수 없다. 다수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라이더유니온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산업은 다 좋은 거라고 이야기돼왔다. 정체성 차원에서 플랫폼노동에 대한 입장을 냈고 분명하게 선 그을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돈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센터, 우분투 재단 등에서 사업비를 따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러한 전략을 평가해본다면? 특히 적극적인 언론활용에 있어서는 명암이 갈릴 것 같다.

박정훈 : 언론에 노출되는 건 라이더유니온 자체론 좋은 일이다. 다만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조합 발전에 있어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장은 조합원에게 자기가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TV에 나와서 말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되고 이런 걸로 위원장을 인식을 하더라. 또한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활동도 많이 있는데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조합원 입장에선 불만이 있다. 가령 동네 배달대행사에서 벌어지는 일은 언론에 노출되기 힘들다.

오민규 : 라이더유니온의 내부적 실체에 비해 외부적으로 요구받는 기대가 크다. 거의 총연맹급의 일을 요구받는데 실제로는 몇 백 명 수준의 조합원을 가진 개별 노조다. 그러다 보니 고립감이 굉장히 크다. 언론 활동이나 사회적 대화 시도도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자기 실력에 비해 외부적으로 턱없이 많은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겪는 위기가 있다. 이런 대목이 라이더유니온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점들인 것 같다.

권오성 : 사람들이 그렇게 온정적이지 않다. 자기 마음대로 기대하고 기대가 좌절되면 비난하고 욕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지금까지 곡예 하듯이 하나하나 슬기롭게 넘어왔다. 개인들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잘 넘어왔는데 늘 운이 좋을 순 없다고 본다.

라이더유니온의 사회적 대화 전략, 평가와 한계점

라이더유니온의 사회적 대화

1.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플랫폼노동: 배달 업종 분과위원회(위원장 박찬임)
- 2020년 9월 16일 ‘배달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 도출
- 참가 단위 : 라이더유니온, 한국노총, 한국경총,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모아플래닛
- 주요 내용 :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 논의 ▲산재적용제외신청 남용방지를 위한 개선방안마련 ▲산재적용 보상과 관련된 전산자료 공유체계 구축 ▲산재 징수체계 등 제도개선

2.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위원장 이병훈)
- 2020년 10월 6일 ‘플랫폼경제 발전과 플랫폼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서 : 배달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체결
- 참가 단위 :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 주요 내용 : ▲공정한 계약 원칙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라이더유니온은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박정훈 : 플랫폼노동은 교섭력이 약해서 국가의 편향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사회적 대화 자체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라이더유니온의 입장이다.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이 노동법 등 사회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다. 다만 경계는 있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서 위원장이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고, 산업재해 문제를 푸는 데 신념이 있는 분이라 라이더유니온이 끝까지 남아서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위원장이었으면 아마 중간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최근 체결한 ‘플랫폼경제 발전과 플랫폼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권오성 : ‘사회적 협약’이라기보다 교수들을 조정위원으로 한 ‘사적 조정에 의한 단체협약’으로 이해하고 싶다. 설립필증을 받은 노조가 사용자 단체와 체결한 협약이 단협이 아니면 뭐 한 건가?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가 노동자라고 하는데, 사용자 측에선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인식 차이를 서로 몰랐을까? 알고 한 거다. 겉으론 합의였지만 내심은 일치하지 않았다. 왜? 그 합의라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 협약이 끝난 뒤 그 상황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인 건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쪽에서 먼저 일을 벌인 것이다.

오민규 : 이번 협약 주체 중에 전문가를 제외하면 단협을 넘어서 산별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는 당사자들이다.

권오성 : 그렇게 말하는 순간 협약 체결이 안 될 걸 서로 알기에 넘어간 측면이 있는 거다. 라이더유니온도 비겁한 게 맞다. 만약 초반부터 라이더유니온이 단협이라고 말했으면 포럼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테고.

박정훈 : 권오성 교수의 말은 노사 외에 정부 등 공신력 있는 주체 없이 교수들이 진행하는 것을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적 조정에 ‘사회’를 붙이니까 노사정 합의를 뛰어넘는 엄청난 걸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사적 조정에 의한 노사 간 협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거다.

권오성 : 사회적 협약과 단협의 가장 큰 차이는 단협을 어기면 재판에 가서 다툴 수 있다. 사회적 협약으로 인식되는 순간 법적 구속력 없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

권오성 라이더유니온 자문위원.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오민규 : 한마디만 더 하자면 비록 ‘배달서비스업을 중심으로’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있지만 협약 제목 ‘플랫폼경제 발전과 플랫폼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이다. 또한 협약에는 “기업은 종사자가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결성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며 단체교섭의 주체로 노동조합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단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가 요구한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지노위도 노조의 교섭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도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코스포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고, 플랫폼노동의 연대 확장을 위해서도 짚어봐야 할 지점이다.

박정훈 : 카카오모빌리티는 코스포 정식회원이 아닌 참관회원이다.

오민규 : 참관이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비켜간다면 협약의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없다. 협약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려면 대리운전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라는 권고라도 해야 한다. 최소한의 노력과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런 한계 알면서도 합의까지 간 배경은 뭔가?

박정훈 : 처음 제안이 왔을 때 내용 자체는 좋았기 때문에 안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조합원 입장에서도 서비스연맹은 들어가는데 우리는 왜 안 가냐는 반응이 바로 나왔을 거다. 그 점이 무서운 거다. 조합원들은 다 보고 있다. 협약 내용을 보면 라이더유니온이 알고리즘, 배달료를 막판에 끼워 넣으려 했고 배민 입장에선 국정감사와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민 인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빨리 협약서를 써야했기에 우리 주장을 받아준 거라고 본다. 그래서 협약이 나온 건데 실제로 이게 어떻게 진행될지가 남아 있다.

오민규 : 라이더유니온은 협약 체결 직후 알고리즘은 취업규칙이고 배달료는 임금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서비스일반노조와 배민이 체결한 단협을 근거로 안전배달료를 도입할 수 있는 협의를 당장 시작하자고 제안했어야 한다. 배민뿐 아니라 코스포 회원사들에도 전면적으로 요구하면서 노사 교섭 또는 노정 교섭을 열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어야 했다.

권오성 : 물론 지금 상황에선 합의문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지금 플랫폼노조의 자원으론 정말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려 들지 않았으면 이 합의 없었다. 배민이 뭔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합의였다고 본다. 노조도 그 기회를 잘 활용한 거고, 이 정도 내용이면 선방했다고 본다. 내가 격앙된 건 코스포측에서 이 협약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라이더유니온이 어떻게든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는 거다.

‘사회적 협약’을 둘러싼 언론의 해석

플랫폼포럼 1기 ‘사회적 협약’을 두고 언론의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라이더들의 ‘노동자성’을 다투는 일을 ‘소모적’이라고 규정하고, 협약 이후엔 이 소모적 논쟁을 그만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도 있었다. 이에 박정훈 위원장은 11월 6일 본인의 SNS에 “협약은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문제를 맺은 게 아니”라며 “언론보도를 통해 협약이 마치 근로자 문제처럼 답 안 나오는 문제는 덮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약이라는 뉘앙스로 보도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오민규 : 라이더유니온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11월 4일 <시사인> 보도에서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플랫폼노동을 두고 ‘자영업자로 위장된 노동자’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라이더유니온은 우리 기업들 앞에서 시위도 많이 했다. 이 리스크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본 입장에서 ‘우리 노조 잡아놨다’, ‘우리가 잘 활용할게’ 선포한 거라고 본다. 라이더유니온은 노동자성으로 끝까지 싸울 거고, 코스포와 정부에서 노동자성 문제를 해결한 합의라고 해석한다면 라이더유니온은 판 깨겠다는 식으로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협약문에 ‘노동자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박정훈 : 없었는데 그걸 활용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신호탄이 10월 26일 <매일경제> 기사였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함께 한 좌담에서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이 “청와대 정책 담당자나 주요 부처 담당자는 눈앞에서 터진 일에 대처하느라 세월을 보내는 것 같다. 노동자성이나 사용자성이라는 논쟁에 머무는, 닫혀 있는 시야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전망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 <매일경제>는 ‘사용자·노동자성 같은 소모적 논쟁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이병훈 위원장이 명확히 그 말을 했기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지만 뒤에 <시사인> 기사가 나왔는데 그건 더 애매하다. 예민하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문제인데 제3자 입장에선 ‘뭐가 문제야? 다 뱉은 말인데’가 되는 거다. 물론 라이더유니온이 잘못하긴 했다. 구교현 기획팀장이 코스포의 ‘리스크’ 같은 말에 반응했어야 했다.

협약까진 괜찮은데, 이후 협약의 활용 측면에서 코스포 쪽이 잘못했다는 뜻인가?

박정훈 : 그걸 예상 못했다면 변명이다. 라이더유니온이 더 긴장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안 나섰다. 협약 결과 홍보하지 말고 빨리 후속조치 논의 시작하라고 싸웠어야 했는데 젠틀하게 있었다. 그랬더니 <매일경제> 보도가 나온 거다.

한편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참가하게 된 배경은?

권오성 : 내가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라이더유니온의 소리가 안 나면 묻히는 상황이 된다. 창구단일화절차에서 교섭권 확보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전통적인 사업장에서도 소수노조가 되는 순간 손가락 빨아야 하는데, 라이더유니온은 2년 못 기다린다. 교섭 없이 2년 동안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노조가 친목단체가 아닌 바에야 뭔가 제도권 안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가급적 공적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성과를 내야 안 지친다.

오민규 자문위원은 라이더유니온의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참가를 우려했다고.

오민규 : 물론 라이더유니온을 총연맹과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민주노총의 과거 노사정 경험에서 보면 노사정 교섭은 일종의 다자 간 교섭으로 쌍방 교섭의 경험과 전통이 쌓이지 않은 조건에서는 하나마나한 추상적 합의문 또는 특정 세력의 담합에 의해 어느 일방의 양보를 강요하는 합의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선 쌍방 교섭의 경험과 전통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즉 라이더유니온이 대사용자 교섭과 대정부교섭을 우선순위에 놓고, 그 바탕 위에 노사정 교섭이 추진되어야 한다. 경사노위, 플랫폼포럼, 서비스일반노조-배민 단협 중 가장 구체적 내용을 품고 있는 것은 노사 교섭을 거친 단협이다. 다만 라이더유니온의 준비정도와 조건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교섭판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권오성 교수가 우려한 대로 고립감이 라이더유니온을 자꾸 노사정 교섭 또는 사회적대화로 밀어넣는 경우가 반복되는데, 이 대목에서 어쩔 수 없다면 추상적 합의라도 이 합의를 노사 교섭과 노정 교섭을 뚫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오민규 : 노사 단체교섭 자리에서는 기준배달료 인상을 내걸고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고, 노정 교섭 자리에서는 안전배달료 제도 도입으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접점을 만들어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면 결국 노사 교섭, 노정 교섭과 함께 노사정 교섭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때도 바로 노사정 교섭을 택하기보다 노사 교섭과 노정 교섭의 고도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섭들만으로 이해관계를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쟁점이 구체화할 경우 노사 교섭에서 정부를 끌어들이든, 노정 교섭에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노사정 교섭을 시도해야 하는 거다.

오민규 라이더유니온 자문위원.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라이더유니온의 향후 전략

박정훈 위원장은 향후 라이더유니온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박정훈 :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첫 해에는 문제제기만 쭉 했고, 올해는 여러 자리에서 사인을 했다. 내년에는 조합원 바닥을 뚫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원 중에도 능력 있는 사람이 꽤 보인다. 조직화에 전념하게 해줄 수 있는 자본이 있으면 진짜 폭발적으로 조합원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최근 미디어 활동은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활동이 아니다. 조합 간부가 육성이 모든 것이고 이를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 라이더유니온이 대의원제로 바뀐다. 지역별로 지회장이 지회 건설을 책임지는 거다. 제가 직접 조직하는 시기가 종식되고 내 역할은 간부를 교육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적인 단계가 될 거다. 여기서 간부들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노조의 미래가 달라질 거라 본다.

오민규 : 알고리즘과 안전배달료 두 가지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은 취업규칙이다. 알고리즘을 바꿀 때 노조와 협의하고 불이익 변경할 때는 과반 이상 동의를 받거나, 알고리즘을 짤 때 노사 협의를 거친다든지. 혹은 알고리즘 공개하라는 요구는 노사 교섭 사안이지만 동시에 노정 사안이다. 접점이 잘 맞으면 노사정 모여서 해볼 수도 있다. 안전배달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배달료 인상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사 교섭에서 선제적 도임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법제도 차원에서도 안전배달료 제도 도입을 말할 수 있다. 노사·노정 교섭 각각의 의제가 된다.

권오성 : 2년 전에 처음으로 라이더유니온에 관여했던 건 이 운동이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바라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위태위태하게 바라본 것보다는 굉장히 많은 성과를 냈다. 바라건대 동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조건이 갖춰졌다고 지속되는 게 아니지 않나. 버티니까 지속되는 거다. 계속 버텨내길 바란다.

플랫폼노동운동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

권오성 : 목표를 정말 크게 세워야 한다. 연대의 모양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정사업장이 있는 노조는 기업별 형태로도 버텨냈지만 플랫폼은 고정사업장이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기업들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연대를 맺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금 느슨하지만 넓은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어야 된다. 전통적인 조직처럼 견고하게 만들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힘들이 모여야 교섭력이 갖춰지는 거고, 얻을 수 있는 건 얻어낼 수 있다고 본다.

오민규 : 플랫폼노동운동을 뒤집으면 노동운동의 플랫폼이다. 현재도 플랫폼노동이 조직된 사례는 꽤 있다. 대리운전노조가 최대 플랫폼노조이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소위 혁신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규제 차익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타다 같은 경우엔 사실상 택시서비스 해놓고 택시업계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 등 의무를 회피했다. 이들의 신사적인 태도의 기반에는 공정하지 않은 운동장 위에서 누리는 차익이 있다고 본다.

권오성 : 숙제 오래간만에 해오고 자랑하는 학생들이 생각난다. 하하하.

여기서 소위 혁신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쟁점일 것 같다. 마냥 규제 차익을 누리는 집단으로만 혁신기업들을 볼 수 있나?

권오성 : 예를 들어 주차장을 공유하는 기업은 혁신 맞다고 생각한다. 유휴 자원을 활성화시키는 건 혁신이 맞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이 들어가는 순간에 전통적으로 노동법 보호받던 사람들의 보호구를 박탈해버리는 거다. 노동계약의 본질은 내 안전을 맡기는 대신 종속을 받아들이는 거다. 그런데 혁신기업들이 요구하는 거는 노동자의 안전은 책임을 지지 않고, 종속만 하라는 거다. 냉정하게 장원에서 보호해주는 농노가 되라는 계약이 근로계약의 원형이다. 보호가 없이 착취만 하는 건 노예다.

오민규 : 간단히 말해서 사업을 하려면 기본을 지켜서 하라는 거다.

권오성 : 노동법이나 경제법이나 법은 모두 공정을 이야기한다. 같은 땅 위에서 경쟁을 하라는 거다. 미국에서 노동법이 처음 만들어 진 건 근로자 보호라는 이유도 있지만, 주 마다 노예노동, 아동노동을 허용하는 게 다르니 공정한 경쟁이 안 된 점이 크다. 지금 한국-EU 간 FTA도 마찬가지다. 소위 혁신기업은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해서 덤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민규 : 전통적인 사업자인 경총에서 혁신기업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 책임지고 있는데 뭐냐는 것이다. 어쨌건 플랫폼노동운동은 그런 집단과 붙는 싸움이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좀 풀었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냉혹하게 자기반성하고 라이더유니온이 플랫폼노동운동과 노동운동의 플랫폼의 주춧돌을 놓기 시작한다는 각오와 자세로 임해야 하지 않겠나.

박정훈 : 저도 이런 부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종의 타협을 하면서 그나마 인간답게 만들려고 하는 거다. 규제가 없으니까 씌우려는 거다. 여기서 그 규제가 노동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고 보는 거다. 제일 편한 대안은 포괄적인 노동법을 통해 혁신 기업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플랫폼기업들은 완강히 반대하는데 그 싸움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마지막으로 라이더유니온의 지난 2년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였다고 보는가?

권오성 : 혁신에 도취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던 단위라고 생각한다. 노사정 불문하고 소위 혁신기업이 만들어낸 판이 얼마나 노동 쪽에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잘 버텨냈던 단위가 아닌가.

오민규 : 라이더유니온이 비정규직이어서 게릴라 같은 느낌이 든다. 비정규전을 하면서도 정규적인 노조로서 본령과 기능을 일부 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박정훈 : 경사노위 협약은 라이더유니온에서 활용을 많이 했다. 이번 사회적 협약은 오히려 우리가 활용당했다. 역량이 안 된 탓이다. 협약자체가 아니라 결국 실력의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