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에 병드는 경남제약 … “정상화는 설비투자부터”
투기자본에 병드는 경남제약 … “정상화는 설비투자부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5 18:26
  • 수정 2020.12.15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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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주식 거래 재개 이후 1년 만에 다시 매각 위기
​​​​​​​금속노조 경남제약지회, “진정한 정상화는 신창공장 설비투자”
ⓒ 금속노조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강남구 경남제약 서울사무소 앞에서 진행된 ‘먹튀 자본규탄! 경남제약 정상화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잦은 인수합병으로 몸서리쳤던 경남제약에 또다시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제약지회는 경남제약 정상화를 위해서 투기자본 매각이 아닌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지회장 홍유진, 이하 지회)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강남구 경남제약 서울사무소 앞에서 ‘먹튀 자본규탄! 경남제약 정상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인수합병이 ‘화근’된 경남제약

경남제약은 1957년 설립된 제약사다. 대중에게 친숙한 비타민 건강식품 ‘레모나’나 감기약 ‘미놀’, 무좀약 ‘피엠정’ 등을 생산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건실한 기업이었던 경남제약은 2003년 녹십자상아, 2007년 HS바이오팜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서서히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정점은 2014년부터 5년 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었다. 2007~13년까지 경남제약을 경영하던 이희철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가 2014년 세간에 드러났다. 당시 경영진들은 이희철 전 회장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했다. 이에 이희철 전 회장도 감옥에 있으면서 부인이 소유한 주식을 본인의 명의로 돌리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남제약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이지앤홀딩스’, ‘텔로미어’, ‘에버솔루션’, ‘KMH아경그룹’, ‘마일스톤KN펀드’, ‘넥스트BT’, ‘듀크코리아’ 등 수많은 회사들이 경남제약을 두드렸고 그때마다 ‘먹튀 논란’이 일었다.

한국거래소는 2018년 3월 2일 경남제약의 주식 거래를 중지했다. 감사 결과 재정건전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경남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2019년 5월 ‘바이오제네틱스 컨소시엄’(라이브플렉스·바이오제네틱스·씨티젠·위드윈인베스트먼트)의 승리로 마감됐다. 이에 경영정상화 방안 충실 이행이라는 조건 아래 한국거래소는 같은해 12월 4일 경남제약의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겨우 안정 찾은 경남제약, 또다시 매각?

경남제약의 현 회장은 김병진 라이브플렉스 회장이다. 경남제약은 복잡한 주주구성을 가지고 있다. 소액주주가 현재 54.6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경남바이오파마(옛 바이오제네틱스), 라이브파이낸셜(옛 씨티젠), 위드원파이낸셜이 총 28.2%의 지분으로 대주주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경남바이오파마는 라이브파이낸셜의 자회사이며, 라이브파이낸셜은 라이브플렉스의 자회사다. 즉 김병진 회장은 라이브플렉스-라이브파이낸셜-경남바이오파마-경남제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경남제약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셈이다.

지회는 김병진 회장이 경남제약을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김병진 회장의 수법을 “주식거래정지 중이거나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을 선택해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신규사업진출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가상승까지 연결시켜 외형을 포장해서 매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서 지난 9월 경남제약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홍유진 경남제약지회 지회장은 “9월에 매각설이 나왔을 때 경남바이오파마, 경남헬스케어, 경남제약 세 곳을 3,000억 원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금액이 맞지 않아서 불발된 것으로 들었다”면서 “김병진 회장도 금액만 맞으면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제는 경남제약만 따로 매각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지회는 “최근 5년간 시설투자액은 연간 8억 8천만 원으로 파악된다”면서, “2019년 유상증자로 270억 원이 회사로 유입되었지만, 58억 원의 차입금 상환을 제외하고, BTS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 외에 투자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2020년 7월 13일 라이브타워를 410억 원에 매입했다. 경남제약의 연간 매출이 450억인데, 전환사채까지 발행하며 강남에 부동산 투기를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적인 기업의 설비투자 없이 이미지 개선만으로 주가를 올려 다시 매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경남제약 정상화는 설비투자부터

경남제약은 현재 충남아산시 신창면에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다. 비타민 제품을 제조하며, 10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지회는 “경남제약의 정상화는 신창공장의 직접투자와 생산”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현 부지회장은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외주가공화를 통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주가공비도 150억 원을 넘었다. 외주가공의 다각화를 통한 단기수익과 주가반등을 위한 투기를 하는 것이다. 사업의 지속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노후된 신창공장의 시설투자 및 신제품 직접생산 증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지분매각 반대 ▲경남제약 노사관계 정상화 및 노동조건 원상회복 ▲기업사냥꾼의 먹튀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거래소의 관리 감독을 요구했다.

지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경남제약의 입장을 청취하려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