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50여 개 우체국 폐국… 창구망 합리화일까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일까?
1년 동안 50여 개 우체국 폐국… 창구망 합리화일까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일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2.30 20:14
  • 수정 2020.12.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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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본공무원노조, “위탁우체국 전환은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 VS 우정사업본부, “비용절감 및 노동부담 경감 효과 있어”
직영우체국의 위탁우체국 전환 효과 면밀하게 따져봐야
올해 1월 29일, 이철수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지역구 우체국 폐국 저지를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올해 1월 29일, 이철수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지역구 우체국 폐국 저지를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우정사업본부(본부장 박종석)가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계획을 발표한 지 11개월이 지났다. 1년 동안 우정사업본부가 추진한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계획에 대해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철수, 이하 우본공무원노조)은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라는 혹평을 내렸다.

30일, 우본공무원노조는 “우체국 폐국의 비용절감 효과는 허구”라며 “한 해 동안 50개의 우체국이 폐국하면서 국민 불편과 사회적 갈등만 조장됐다”고 비판했다. 올해 1월,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계획은 우편수지 적자문제 해소를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만든 계획으로, 2023년까지 1,352개의 직영우체국 중 677개의 우체국을 우편취급국 등 위탁우체국으로 전환한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171개의 우체국을 없앨 계획이었으나, 50여 개의 우체국만 없앴다.

우본공무원노조는 “직영우체국을 위탁우체국으로 전환할 때 전환되는 우체국 1국 당 1억 5,000만 원의 예산이 절감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주장이나, 인원을 충원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인건비 감소분을 비용절감액에 산입한 결과”라며 “한 곳 당 3,000만 원의 운영비를 쓰는 50곳의 우체국을 없애 절감한 15억 원이 1년에 9조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의 경영합리화에 어떤 기여를 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도리어 “우체국 폐국으로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를 야기했다”며 “직영우체국을 위탁우체국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정사업 위기의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본공무원노조는 “한국우정의 새로운 비전과 공적 역할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우정사업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해 차별화된 한국형 우정사업의 모델과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직영우체국을 운영할 때 인건비 약 2억 원과 청사운영비 약 1,000만 원 등 2억 1,000만 원의 운영비가 드는데, 위탁우체국은 위탁수수료 6,500만 원 정도가 들어 1억 5,000여만 원의 예산절감효과가 있다”며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신규직원 채용이 지연되면서 창구망 합리화 대상 우체국 인원을 현장에 재배치하면서 노동부담 경감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올해 신규채용 인원은 132명으로 이들의 채용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장의 업무과중 해소와 함께 반년치 인건비인 23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또 우편 분야의 인력이 금융 분야로 재배치되면서 재배치된 인력의 인건비를 우편사업비가 아닌 금융사업비에서 지불하게 됐는데, 1인 당 8,100만 원의 인건비가 우편사업비에서 절감되면서 우편사업 수지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도 덧붙였다.

지표상으로 우편사업 수지개선 효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직영우체국을 위탁우체국으로 전환하는 것을 ‘창구망 합리화’의 영역으로 봐야 할지, ‘보편적 서비스의 약화’의 영역으로 봐야 할지는 난제다.

참여와혁신은 우정사업본부와 우본공무원노조에 직영우체국의 위탁우체국 전환이 불러올 우편사업 수지개선 효과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 추천을 요청했지만, 양측에서 모두 전문가를 추천받지 못했다. 한국학술정보㈜에서 관련 연구가 있는지를 살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당장 2023년까지 600개 이상의 직영우체국이 위탁우체국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직영우체국의 위탁우체국 전환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