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참여한 KTX-이음 개통식서 철도노동자가 피켓 든 까닭은?
文대통령 참여한 KTX-이음 개통식서 철도노동자가 피켓 든 까닭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1.04 22:30
  • 수정 2021.01.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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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하고 있는 한국철도 자회사 노동자 처우 및 노동환경 문제
철도자회사노조, “노사합의사항 이행 공공부문 최종사용자가 지켜라”
4일 오전 신원주역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철도자회사지부 ⓒ 공공운수노조 철도자회사지부
4일 오전 신원주역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철도자회사지부 노동자 ⓒ 공공운수노조 철도자회사지부

4일 오전 신원주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KTX-이음 시승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과 전 국토의 생활권역화 메시지를 던졌다. KTX-이음(EMU-260)은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이고, 원주-제천 복선 노선을 개통함으로 청량리에서 제천과 안동을 각각 1시간과 2시간에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의 앞면은 대한민국의 나은 미래를 보여줬다. 그러나 행사의 뒷면을 보면 나은 미래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이하 철도자회사지부)는 시승식이 열리기 전 신원주역에서 피켓을 들고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 ▲고용보장 등 노사합의사항 이행을 정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도자회사지부는 “원주와 제천 복선 전철 개통 축하행사가 해당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철도노동자들도 반길 일이지만 우리는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꾸준히 운행거리가 연장되는 등 철도산업은 커가고 있지만, 산업 현장을 일구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그만큼 개선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자회사지부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역무원, 콜센터상담원, 주차관리원, KTX특송배송원, 운전원, 카드수불 담당 직원 등이다. 대한민국에서 철도가 움직일 수 있도록 자신의 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오늘 찾아갔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을 지키라고 찾아간 것”이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올리는 것, 고용기대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라는 정부 방침 등의 약속이 안 지켜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것들을 이미 노사전 협의체 합의서에 담고 있지만 원청 한국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국토부, 기재부는 합의 이행을 역행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짓밟고 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약속을 지키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노사가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9년에 노사가 2020년 계약부터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하자고 노사전 협의체에서 합의한 바 있지만, 기재부의 기타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 4.3% 지침으로 사측은 합의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철도자회사지부에 따르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지부는 “기재부에 이야기했더니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관할하는 국토부의 재량에 따라 지침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국토부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미 4.3% 지침을 따르고 있는 다른 자회사들도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할 수 있어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부가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만 70세 정년을 보장받았던 민간위탁 노동자 중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만 60세 이상인 노동자들이 계약 만료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라고 지부가 요구했지만 사측은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

현재 철도자회사지부에는 철도자회사 노동자 총 1,819명의 67%인 1,216명이 조직돼 있다. 그 중 천여 명이 넘는 대부분의 조합원이 55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고 14일째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