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정구속에 노동계 “당연한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정구속에 노동계 “당연한 결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1.18 19:34
  • 수정 2021.01.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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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및 횡령으로 징역 2년 6개월
노동계 “실형선고 환영하나 처벌 수준은 낮다”
경총 “경영 공백으로 경제·산업 악영향”…“정책적·행정적 배려 당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가 1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86억 원 상당의 뇌물공여와 횡령 등으로 재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법정구속됐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3년여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간의 재판을 받아왔다. 2017년 2월 기소가 시작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네며 경영권 승계를 부탁한 혐의 등이었다.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는 등 처벌은 낮아져 왔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결된 일부 액수를 유죄로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하기도 했다.

특검은 지난해 말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에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86억 8,000만 원은 ▲정유라 씨에게 승마용 말 구입 대금을 지원하거나 말 사용·처분권을 넘긴 약 34억 원 ▲삼성 승마단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건넨 약 36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약 16억 원 등이다.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건넨 돈이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징역 2년 6개월, 그리고 최서원 씨의 딸인 정유라 씨에게 줬다 다시 돌려받은 말 ‘라우싱’의 몰수를 지시했다.

노동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은 당연하나, 그 수준과 해석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18일 논평을 내고 “오늘 서울고등법원의 국정을 농단한 재벌기업의 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를 환영한다. 하지만 저지른 죄질과 특검의 구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선고 형량이다. 이재용 부회장 일가와 삼성 자본은 오늘의 재판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이번 수감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수형시설 안에서도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일반의 수형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혜택을 누리겠지만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반성하고 또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정구속 판결 이후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선고에서 뇌물수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던 만큼 뇌물을 준 삼성에 대한 유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형량은 너무 낮다. 삼성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과거의 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내 노동조합들과의 임금단체협약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고, 대외적으로 생색내기 식 협상 자세를 보여 왔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구속을 계기로, 제대로 반성하고 과거 이 부회장이 사과문에 밝힌 바처럼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간 노동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회 이후에도 달라진 것 없는 형식적인 교섭을 지적해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도 말뿐인 사과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어떠한 조치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아직 삼성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삼성의 노사문제가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한 이재용 부회장은 그 사과를 말뿐인 사과가 아닌 진정한 사과로 만들려면 해고자를 원직 복직시키는 일부터 시작하고, 노동조합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상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심화될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기술혁신으로 신산업분야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한 만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는 논평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