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 의한 괴롭힘 방지도 가능해지나?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방지도 가능해지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2.03 18:18
  • 수정 2021.02.04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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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의원(비),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방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신설
ⓒ 이수진 의원 페이스북
ⓒ 이수진 의원 페이스북

시행 1년 6개월이 지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목소리가 큰 가운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벌어지는 괴롭힘 외에 고객, 도급인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도 방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3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은 “2일, 이수진 의원이 고객과 도급인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을 방지하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수정, 직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도급인, 고객이나 사용자의 4촌 이내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 의한 괴롭힘 역시 금지대상에 포함했다.

또 기존에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었는데,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의 특수관계인이 가해자인 경우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 후 20일 이내에 조사가 실시되지 않는 경우 ▲사용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기대되는 경우 등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와 피해자 보호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했다.

이수진 의원실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끌어올려 직장 내 괴롭힘을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수진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소식에 노동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먼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은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보다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은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에 도급인, 사용자의 친족 등에 의한 괴롭힘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이수진 의원안이 도급인, 사용자의 친족, 고객 등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건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처벌규정은 따로 없다”며 “고객에 의한 괴롭힘은 산안법에 처벌규정을 만드는 등 산안법 규정을 보완하는 게 더 필요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현행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이전에는 규율되지 않았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법률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왔고, 이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적극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 점,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 등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해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어 사업장 내에서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고, 공정하게 조사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믿음을 노동자에게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 이번 이수진 의원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개정안’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법 개정과 함께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의 임무를 독려하고,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괴롭힘 근절’에 소홀하지 않도록 단체협약으로 구체화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장정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아직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본다”며 “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건 문화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데, 법적 규제보다는 올바른 조직문화 안착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