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 “일방적인 구조조정 안 된다”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 “일방적인 구조조정 안 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19 15:55
  • 수정 2021.02.1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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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통부문 디지털 전환 가속에 대대적 구조조정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 “노동자 희생하는 구조조정 규탄”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9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본점) 정문 앞에서 진행된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 출범! 탐욕의 재벌, 롯데!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롯데그룹의 ‘인건비 절감식 구조조정’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롯데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협의회를 꾸렸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행보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밝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은 19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본점) 정문 앞에서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 출범! 탐욕의 재벌, 롯데!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비스연맹 산하 롯데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14일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를 출범한 바 있다.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는 ▲롯데면세점노동조합(위원장 김금주)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위원장 이현숙) ▲마트산업노조 롯데하이마지회(지회장 고광진)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지회장 최영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롯데그룹은 2020년 2월 유통부문 오프라인 점포를 대폭 정리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2020년 1월 기준 7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30% 줄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롯데그룹의 방침은 대외적으로 유통부문의 디지털 전환에 상응한다.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핵심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E-Commerce) 4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롯데쇼핑의 경영 상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8년 5,970억 원(전년 대비 –25.5%), 2019년 4,280억 원(전년 대비 -28.3%), 2020년 3,461억 원(전년 대비 –19.1%)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축소를 계획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구조조정 실시가 앞당겨진 것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직원 수는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크게 감소했다. 국민연금가입자 수 기준 3,248명이 줄었다.

이와 반대로 온라인 유통 분야 매출은 상승세다. 대표적인 예로 롯데의 통합 쇼핑몰 플랫폼인 롯데ON은 2020년 5월 출범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물류유통망 부문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9년 3월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 합병하여 택배업계 3위에 올랐다.

다른 한편으로 롯데그룹의 '체질변화'도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이다. 롯데그룹은 전통적으로 관광·식품·유통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2015년 롯데그룹이 삼성으로부터 화학계열사(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를 인수한 이후 ‘미래먹거리 분야’로서 화학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러한 전망은 최근 롯데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롯데알미늄,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를 진행하면서 일정부분 사실이 됐다.

‘노동자 희생’ 구조조정 반대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는 이러한 사업구조 재편 및 구조조정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백화점지회는 ‘동일 그레이드 장기체류자 관리’라는 불합리한 임금제도로 노동자의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 그레이드 장기체류자는 롯데백화점에서 4회 이상 승진을 하지 못하고, 5개 성과평가 중 하위 2개 고과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동일 그레이드 장기체류자에 해당되면 기본급이 동결된다. 기본급이 동결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하위고과를 받으면, 기본급 동결에 추가 성과급 미지급이 더해진다. 3번째에는 기존 페널티에 업적가급 미지급, 기본급 5% 삭감도 추가된다. 연봉이 7,000만 원인 사원을 예로 들면, 동일 그레이드 장기체류자 관리 1단계에 해당될 경우 연봉 2,300만 원 감소, 2단계일 경우 연봉 3,000만 원 감소, 3단계일 경우 연봉 3,600만 원이 감소하는 구조다.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 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은 최근 10여 년간 경영진의 근시안적인 영업방침 고수와 잘못된 투자로 점점 뒤처져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경영진의 잘못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복지를 후퇴시켜서 나오는 반짝 이익에 소탐대실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롯데마트지부는 롯데그룹이 실시하고 있는 ‘사원 공유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는 롯데글로벌로직스로부터 타사파견을 지원받았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인한 그룹 내 인력 과잉/부족 심화 현상을 완화하고 최대한의 고용유지 및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로 단기 사외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철저히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며, 복리후생 등 처우는 현행 유지, 파견기간 이후 현 소속부서로 복귀를 원칙으로 한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이현숙 롯데마트지부 위원장은 “(사원공유제에) ‘노동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함’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면서, “물론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제도가) 진행되다 보면 다른 회사로 발령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도로 2차 3차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점 폐점으로 일터를 잃은 노동자에게 장거리 발령으로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광진 롯데하이마트지회 지회장은 “2020년 조직 개편을 통해 24개 지사에서 2021년 12개 지사로 축소됐다. 매장 폐점으로 인해 지점장 대기 인원이 67명에 달한다”면서, “2020년 2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지만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회사는 역량강화팀을 신설해 왕복 100km에 가까운 발령과 매출압박을 통해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기자회견에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전환하고 있다. 한때 유통 물동량 1위 자랑하고 있었던 롯데그룹은 전환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롯데그룹민주노조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은 “별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