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등록 확대? “하위직 공무원 희생양 삼기”
공직자 재산등록 확대? “하위직 공무원 희생양 삼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3.30 17:58
  • 수정 2021.03.30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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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공무원 대정부교섭단,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철회 요구
“꼬리자르기식 행정보다 투기 막을 수 있는 근본적 정책 내놔야”
지난해 4월 3일 2020 대정부교섭 공동대표단이 상견례를 가졌다. 왼쪽부터 안성은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이관우 교육연맹 위원장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부가 모든 공직자를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나서자 공무원노동조합들이 반발했다. 앞서 더불어 민주당과 정부는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 공직자 전체에게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20 대정부교섭 공동교섭대표단(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한국노총 교육연맹, 대표자 전호일)은 공동성명을 내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하위직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꼬리자르기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29일 밝혔다.

기존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공직자는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 공무원과 기관장·부기관장·상임이사 등 공기업 고위임원 등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아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공직자는 약 23만 명 정도였다.

이미 부동산과 관련된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부동산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관련 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직원 전부가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정부는 여기에 5급 이하 중앙공무원과 지방공무원, 공공기관·공기업 직원 등 약 130만 명을 추가로 재산등록 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안을 내놨다. 4개 공무원노동조합들이 모인 ‘2020 대정부교섭 공동교섭대표단’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임시방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권력을 이용한 투기로 부를 축적하려는 부도덕한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정부가 후속조치라고 내놓은 공무원 재산등록은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분노한다”며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공무원을 희생양 삼는 꼬리자르기식 임시방편의 정책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는 권력자들의 축재수단으로 이어온 적폐 중의 적폐로서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다. 그럼에도 9급 공무원까지 확대하는 공무원 재산등록은 이번 사태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전시행정”이라며 “(이를) 즉각 중단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5급 이하 공무원은 108만 명 정도다. 공무원뿐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나 가족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많아진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박봉에 시달리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재산등록을 한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게 아니라 전체 공무원에게 전가하면서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 법체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토지를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못 쓰게 하는 토지공개념 방식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